안녕, 웨슬리
스테이시 오브라이언 지음, 김정희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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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빛 표지의 작은 책, <안녕 웨슬리>. 횟대 위에 앉아서 하트모양의 얼굴만 정면을 향한 모양이 왠지 나와 시선을 맞추는 것 같다. 뾰족한 작은 입은 사랑스럽고 귀엽다. <안녕 웨슬리> 이 책은 생물학자이자 야생동물 구조와 재활전문가인 저자가 가면 올빼미를 만나 19년간 함께 해온 날들의 기록이다.




저자는 1985년 발렌타인데이 아침, 태어난지 나흘밖에 안 된 가면올빼미와 사랑에 빠졌다는 고백으로 말문을 연다. 어렸을때부터 동물을 몹시도 좋아했던 저자의 동물사랑은 성장하면서 더욱 깊어져서 ‘털이 달리고 다리가 여러 개’인 짐승 외에 실험대상으로 누에를 기르기도 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저자가 작고 가냘프고 하트모양의 하얀 얼굴과 황금빛 날개, 달콤함 메이플 시럽향 같은 체취를 풍기지만 한쪽 날개의 신경을 다쳐 상처가 회복하더라도 자연에서 스스로 살아갈 수 없게 된 가면 올빼미를 돌봐주게 된 것이다.




눈도 채 뜨지 못한 새끼올빼미를 데려와 ‘웨슬리’란 이름을 지어준 저자는 ‘이제부터 내가 네 엄마’라고 속삭이며 어딜 가더라도 담요로 포근하게 감싸서 함께 다닌다. 그러다 드디어 웨슬리가 드디어 처음 눈을 뜨던 날, 스테이시와 웨슬리는 어미와 새끼의 첫 대면을 하는데 그녀는 웨슬리의 속을 알 수 없는 짙은 검정색의 눈동자는 강렬함과 신비함을 이끌린다.




책에는 올빼미들의 생김해나 동작, 행동패턴, 습성 같은 것들을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는데 웨슬리는 인간과 함께 생활하면서 인간과 같은 습성을 갖기도 했다. 선천적으로 야행성이지만 엄마인 저자의 행동을 모방해서 밤에 자는 법을 터득하기도 하고 한다.




저자는 웨슬리를 정성껏 돌본다. 처음엔 웨슬리의 먹이로 얇게 썰은 깨끗하고 신선한 쥐를 제공받아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해동을 시켜 작은 크기로 잘라서(이 대목은 책을 읽으면서 왠지 거부감이 구역질이 나는 것 같았다) 먹였지만 어느 날인가부터 저자가 직접 잡아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저자는 망설이지 않았다. 쥐를 주식으로 하는 자식을 위해 뒤뜰에서 쥐를 잡아서 먹이를 조달하고 웨슬리에게 평생 2만8천 마리의 쥐를 잡은 저자는 손목에 수근관증후군이란 병을 얻기도 한다. 그뿐이 아니다. 웨슬리의 날카로운 발톱에 찔려 몸 여기저기에 피가 나고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제대로 된 데이트도 못해도 끝까지 웨슬리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한때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스테이시에게 웨슬리가 힘이 되어 주었듯 그녀는 웨슬리와 함께 있는 삶을 택한다. 19년간.




애완동물을 기른다는 걸 단순히 먹이와 잠자리를 주는 게 아니라 나의 시간과 공간과 감정을 아낌없이 주고 함께 나눈다는 게 아닐까. 책을 읽을 땐 웨슬리의 사진이 없는 게 아쉬웠지만 그건 아주 사소한 거였다. 가족이자 동반자이자 친구로 19년간 함께 했던 스테이시와 웨슬리의 감동적이고 눈물겨운 이야기에서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을 본 것 같아 가슴 한 켠이 포근해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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