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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걸스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7
김혜정 지음 / 비룡소 / 2009년 6월
평점 :
속았다. 아니, 저자의 작전에 보기좋게 말려들었다. 그것도 첫 장에서부터.
책은 드라마의 조연을 선발하는 오디션으로 시작된다. 예쁘진 않지만 탤런트를 꿈꾸는 활발한 여고생 역에 고은비가 도전하지만 대본 테스트도 받지 못하고 보기좋게 퇴짜 맞는다. 못 생기고 뚱뚱하다는 것 때문에.
사실 은비는 어릴 때 아역배우를 할만큼 유명했다. 하지만 해마다 뭄무게가 7킬로그램씩 불어나서 ‘세븐의 미스터리’란 별명을 얻은 은비에게 배우의 길은 멀어져만 갔다. 한때 은비를 연기학원에 데리고 다니며 적극적이던 엄마마저 딸의 몸이 점점 불어나자 이젠 의사가 되어야한다며 밀어붙인다. 그럼에도 은비는 연기에 대한 열망, 탤런트가 되고 싶다는 꿈을 접을 수 없었다. 그럴수록 더욱 뜨거워지기만 했는데...
그런 은비에게 드디어 기회가 왔다. 성인배우의 아역으로 연극무대에 서게 된 것. 하지만 문제가 있다. 성적이 상위그룹인 아이들을 모아놓은 심화반 ‘모란반’이 문제의 핵심, 제 발로 모란반에서 나오면 두 번 다시 들어갈 수 없다는 거다. 은비는 고민에 빠진다. 어떻게 할 것인가. 엄마의 자랑이었던 의대생 오빠가 제적당해 자퇴한 마당에 자신마저 엄마의 기대를 저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연기를 포기할 수도 없다. 도저히 빠져나갈 오리무중 속에서 은비는 급기야 모란반에 불을 지르는 꿈까지 꾼다. 그런 은비를 보다못한 친구들이 선전포고를 한다. 모란반을 없애버리자고.
‘모란여고 심화반 폐지 대작전’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닌자걸스>는 고뚱땡이란 별명을 가진 고은비를 비롯해 꽃미남을 좋아하고 작가를 꿈꾸는 지형, 매사에 똑부러지는 소울, 완벽한 미모의 소유자 혜지가 벌이는 반란이다. 은비의 연극무대 데뷔가 계기가 되었지만 소녀들은 모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뭉친다. 개인의 개성이나 꿈, 소망보다 성적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부모와 성적에 따라 반을 나누고 차별하는 학교에 반기를 든 것이다. 자신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바로 마음껏 꿈을 키울 수 있는 자유와 기회라고.
‘엉뚱한 닌자걸스’ 은비와 지형, 소울, 혜지를 만나면서 무척 즐거웠다. 학교에서 매일 만나면서도 끊임없이 재잘거리고 별 것 아닌 일에 꺄~악 요란스레 비명을 질러대는 여고생들의 수다스런 얘기를 들은 것 같다. ‘용감무쌍한 닌자걸스’의 유쾌,상쾌,통쾌한 소동 덕분에 그맘때 난 어떤 꿈을 꿨는지 생각해보게 됐다.
은비와 지형, 소울, 혜지는 단순히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 아니다. 대학입시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교과서와 참고서에 코를 박고 있는 우리의 청소년들의 모습이다. 그들이 어떤 난관이 닥쳐도 자신들의 꿈을 포기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우리 꼭 와플 같지 않냐”...“형체가 없었던 반죽이 결국 다 똑같은 모양으로 찍혀 나오잖아. 학교는 와플 기계고 우리는 와플이야.”- 149~1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