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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1968년 사진 한 장 - 역사상 가장 거대한 속임수의 재구성
훌리오 무리요 예르다 지음, 정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훌리오 무리요. 첨 알게 된 작가다. 신문사기자를 하다가 본격 역사소설가가 되었다는 그의 작품 중에 읽은 책은 한 권도 없다. 그에 대한 어떤 예비지식은 물론이고 지인들의 추천조차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히틀러의 1968년 사진 한 장> 이 책은 왠지 꼭 읽고 싶었다. 그건 바로 띠지의 문구 때문이었다. ‘속았다! 세기의 독재자는 죽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소설이나 역사서를 읽을 때마다 떠오르는 의문은 ‘정말 히틀러는 죽었을까.’하는 거였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음의 구덩이로 몰아넣은 그가 전쟁에서 지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정말 죽음을 택했을까?
책은 ‘가디언’지의 기자인 사이먼 가든에게 사진 한 장이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불가능한, 존재할 수 없는 사진 앞에서 사이먼은 충격에 빠진다. 그건 바로 1945년에 권총으로 자살했다던 히틀러가 그의 아내를 비롯해 몇 명의 사람들과 함께 생일을 기념해서 찍은 사진이었다. 그것도 1968년 4월에. 사이먼은 사진 전문가인 존을 찾아가 사진이 조작되지 않았는지 의뢰하지만 존은 틀림없는 진짜 사진이라고 확신한다. 히틀러가 1968년 4월에 일흔 아홉 번째의 생일을 맞이했다는 게 확실하다고 여긴 사이먼은 본격적으로 1945년 베를린이 함락되던 당시의 일을 추적해간다.
여기 또 한명의 중요한 인물이 있다. 사이먼에게 엄청난 정보가 담긴 사진을 보낸 사람, 하인츠 라이너란 이름으로 등장한 그의 본명은 아일러트 랑인데 극지방에 서식하는 동식물을 연구하는 생물학자였다. 그런 그가 ‘밀레니엄 리서치 2000’이라는 프로젝트의 탐사대에 참가하게 되어 남극으로 가게 된다. 그런데 온갖 무기로 무장한 군인들이 합류하면서 남극에서의 학술탐사는 도착하자마자 틀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동료인 안젤라와 함께 퀸 모드 랜드를 찾았다가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고 천년 빙하 속에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는데...
초반 다소 느슨하게 진행되던 이야기는 중반에 접어들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다. 히틀러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캐려는 사이먼과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이들에게서 벗어나 려는 아일러트, 우연히 아일러트의 인질이 되어 사건에 휘말린 바이올리니스트 엘케가 만나면서 이야기는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히틀러의 죽음에 관련된 이들을 모두 살해하려는 나치 조직과 생존자들을 만나 당시의 증언을 확보하려는 사이먼 일행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손에 땀을 쥘 정도였다. 하지만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모든 사건은 마무리되었다고 안심하는 순간에 또한번 엄청난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두툼한 책 한 권을 스릴 넘치는 영화보는 기분으로 몰입해서 읽었다. 소설 전반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은 독자로 하여금 조금의 여유로 허락하지 않았다. 팩션소설을 읽을 때마다 늘 느끼는 것. 대체 이 소설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알 수없다. 역사속에 실제 있었던 작전들이 언급되어선지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진실과 허구, 그 사이에서 한참이나 헤매야했다. 훌리오 무리요. 엄청난 필력을 자랑하는 또 한명의 작가를 알게 되었다. 한 권의 책으로 큰 소득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