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없는 날 동화 보물창고 3
A. 노르덴 지음, 정진희 그림, 배정희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몇 년 전 큰아이의 유치원 공개수업때, ‘나의 엄마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을 알아보는 시간이 있었다. 아이들 각자가 엄마의 얼굴을 그리고 말풍선을 만들어서  그 속에 엄마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을 적어 넣는 거였는데, 큰아이는 뭐라고 했을지 난 무지 궁금했다. “널 사랑해” “멋진걸”하고 말하는 멋있고 다정한 엄마의 모습이 아닐까 속으로 은근히 기대했는데...결과는 내 소망과 정반대였다. “하지 마! 하지 마!” 큰아이는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로 이 말을 꼽았다. 그때의 충격이란! 만화로 표현하면 내 머리에 100톤짜리 망치가 내려꽂히는 충격이랄까. 아이들이 어른들의 말과 행동을 의도와 전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걸 그때 알게 됐다.




<잔소리 없는 날>에는 큰아이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개구쟁이가 등장한다. 이름은 푸셀. “양치질해라” “숙제해라”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루종일 계속되는 부모님의 잔소리와 간섭 때문에 기분이 상한 푸셀은 투덜대기 시작한다. 단 하루만이라도 간섭받지 않고 지내고 싶다고. 푸셀의 간절한 바램에 부모님은 승낙한다. ‘위험한 일은 안된다’고.




8월 11일 월요일. 딱 하루 ‘잔소리 없는 날’을 맞은 푸셀, 아침부터 제멋대로다. 양치질, 세수도 안하고 자두잼을 숟가락으로 푹푹 퍼먹는다. 그런데도 아무런 말도 않는 부모님, 푸셀의 기분은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다. 푸셀의 제멋대로 행동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부모님이 정말로 잔소리를 안 하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학교에서 무턱대로 조퇴하는가하면 갑자기 파티를 열겠다며 케이크를 준비해달라고 한다.




그런데 파티에 올 사람을 구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친구들은 모두 운동을 하거나 친구집, 병원에 가고 없었다. 할 수 없이 길에서 만난 술주정뱅이를 초대하고 그것도 모자라 밤에는 공원에서 텐트를 치고 자겠다고 하는데....




부모님의 끊임없는 잔소리에 지친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 <잔소리 없는 날>. 내가 두 아이의 엄마여서 그런지 처음엔 푸셀의 ‘제멋대로 행동’이 왠지 괘씸하고 위험천만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조금씩 푸셀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얼마나 답답했을까. 어른들의 잔소리에서 해방된 기분을 만끽하는 푸셀의 모험담에 슬며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건 부모의 꾸중이 아니라 ‘잔소리’라고 한다. 아무리 아이를 사랑한다고 해도 지나친 간섭이나 잔소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슬이 되어 아이를 꽉 죌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지나침은 아니함만 못하다 하지 않는가. 아이들에게 드리운 끈을 적당히 느슨하게 풀어주자. 푸셀처럼 내 아이에게도 단 하루의 ‘잔소리 없는 날’을 제안해볼까?....생각해보지만 솔직히 걱정이 된다. 고삐 풀린 망아지가 폭주하지 않도록 어떻게 다독인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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