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불 들어갑니다 - 열일곱 분 선사들의 다비식 풍경
임윤수 지음 / 불광출판사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친정엄마가 불교신자여서 어렸을 때부터 사찰에 가서 절을 하거나 스님 뵙는 걸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편이었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러다 차츰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 계기가 바로 성철스님의 열반이었다. 성철스님 생전에 친견하거나 법문을 듣지도 못했지만 텔레비전을 통해 본 다비식, 성철스님을 추모하기 위해 구름처럼 모인 불자들과 수많은 만장, 불이 붙은 연화대에서 나온 연기가 뭉게뭉게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이 어우러진 장엄한 풍경은 큰 감동을  불러왔다.




그리고 몇 년 후 우연한 기회에 통도사 극락암의 경봉스님에 관한 말씀을 듣게 됐다. 경봉스님 다비식 때 연화대에 불을 붙이고 얼마후 갑자기 시커먼 구름이 몰려들더니 비가 퍼붓기 시작했지만 이상하게도 연화대 주변만은 비가 쏟아지지 않았다고...참으로 기이한 일이지만 왠지 당시의 모습이 눈에 떠오르는 듯했다.




<스님, 불 들어갑니다>. 처음 제목만 들었을 땐 상좌스님을 모신 이의 시봉이야기를 묶은 책인가 했다. 그러다 책을 받아 표지를 보고서야 알게 됐다.  ‘열일곱 분 선사들의 다비식 풍경’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대한불교조계종의 제 8대 종정이셨던 봉암사의 서암 큰스님을 비롯해 백양사의 서옹 큰스님, 통도사 월하 큰스님 등 최근 5년간 한국 불교계에 큰 획을 그은 스님들의 다비식을 다녀온 저자의 취재기다. 스님 한 분 한 분마다의 다비식이 어떻게 이뤄졌고 추모하는 이들의 모습이나 풍경이 어떠했는지를 몇 장의 사진과 함께 묶은 것이다.




연화대에 오른 열일곱 분의 선사들. 그 분들의 다비식 풍경은 저마다 달랐다. 열반하신 스님들을 모시는 연화대의 재료에서부터 생김새가 달랐고 상여도 아무런 꾸밈이 없는 알관 상여가 있는가하면 생화로 화려하게 장식한 꽃상여도 있었다. 또 다비를 하게 될 연화대를 꾸미는 방식이나 연화대에 불을 붙이는 원료까지 모두 달.랐.다.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열일곱 분의 스님들 모두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되돌아가셨다는 것뿐....




책에 담겨있는 열일곱 분 선사들의 다비식 풍경은 모두 감동적이지만 그 중에서 특히 인상적인 대목이 있다. 습골한 유골조차 으깬 보리밥에 비벼서 물에 뿌리라는 가르침을 남기신 혜산 큰스님의 다비식에 개 한 마리가 나타나 꼼짝않고 연화대를 지키고 있었고 명안 큰스님의 다비식에서 백발의 노보살님이 굽은 허리로 바닥에 엎드려 우는 모습에선 왠지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스님, 불 들어갑니다.” “거화(炬火)”. 생전에 수많은  사람들을 일깨우신 열일곱 분의 스님들. 그 분들은 열반하시어 연화대에 오르시는 순간에도 말씀을 멈추지 않으셨다. 불이 붙은 연화대가 연기로 변해 조금씩 사그러드는 모습. 그 자체가 바로 우리에게 전하는 마지막 법문이 아니었을까.




‘올 때도 한 물건은 온 일이 없고, 갈 때도 이 한 물건은 갈 일이 없다. 가고 오는 것이 본래 일이 없어, 청산과 풀은 스스로 푸르름이다’ -2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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