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사사진의 모든 것 포토 라이브러리 8
브라이언 피터슨 지음, 공민희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야, 그거 특별히 빌려주는 거니까 고장 내면 죽을 줄 알어!”




여고시절, 설악산으로 수학여행갈 때였다. 여행가서 사진 찍게 카메라 빌려달라고 한 달 전부터 언니를 졸랐다. 대신 심부름 해주고 꿍쳐둔 용돈으로 과자를 사주기도 했다. 그러고서야 겨우 건네받은 카메라. 눈독 들였던 아빠의 캐논카메라가 아니어서 조금 실망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여행가서 다 쓰고 올 거라며 챙겨간 필름이 3~4통이었다. 집에 돌아와 필름을 현상소에 맡기고 설레는 마음으로 사진을 찾았지만 곧 절망에 빠졌다. 그런대로 봐줄만한 사진은 겨우 3/1 정도나 될까. 나머지는 모두 초점이 안 맞거나 흔들리고 구도가 이상한 사진뿐이었다.




디지털 카메라가 보편화된 요즘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아이들의 움직임을 셔터가 따라잡지 못한다. 어쩌다 순간을 잘 포착해서 찍은 사진도 구도가 엉망이라든가 배경이 깔끔하지 않았다. 나도 사진을 잘 찍고 싶은데 방법도 요령도 몰라 의기소침해 있을 때 이 책을 만났다. 브라이언 피터슨의 <접사사진의 모든 것>을.




붉은 양귀비의 선명함, 아름다움을 극대로 끌어올리고 줄기의 가느다란 솜털까지 하나하나 살려낸 표지사진을 보고 감탄을 했다. 이 책을 보고 나면 나도 이렇게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부풀었다. 근데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이 책은 사진을 잘 찍는 요령을 알려주는 게 아니었다. 사진의 기본 중의 기본에 대해 일러주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사진으로 찍었을 때 사물의 질감이 가장 잘 살아나는 클로즈업 사진에 대해 말한다.




먼저 접사의 의미부터 알려준다. 접사사진은 1배 이상의 확대비율을 적용한 사진이며 1배 이하로 확대하는 것은 접사가 아니라 클로즈업이라고 말이다. 간단하지만 명확한 설명이다. 하지만 난 여기서부터 헤맸다. 저자가 꿀벌을 예를 들어 설명하는데도 “대체 뭐라고 하는 거야?”하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접사와 클로즈업. 이 둘의 개념과 차이점에 대해서조차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해설까? 그 다음부터 계속되는 저자의 설명, 여러 가지의 렌즈나 셔터 속도, 필터...같은 것들이 하나도 머리에 남지 않고 튕겨나가거나 바깥에서 뱅글뱅글 도는 느낌이 들었다. 며칠을 고심하다 에라, 모르겠다. 포기를 했다. 모르는 부분이 나와도 일단 읽고 넘어가자고. 대신 저자가 보여주고 있는 사진이 어떤지 제대로 느껴보자고. 살짝 부담을 덜어내선지 그 다음부터는 책장을 넘기는데 속도가 붙었다. 저자가 보여주는 두 장의 사진. 똑같은 장소, 똑같은 피사체, 똑같은 구도의 두 사진을 서로 비교하면서 느낌의 차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저자의 사진엔 군더더기가 없었다. 어떤 기교나 테크닉도 없다. 그럼에도 그의  사진은 사소하게 지나치는 사물이나 작은 꽃, 거미줄까지도 생동감이 넘쳤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레몬 한 조각을 보자마자 입에 침이 고였고 활짝 핀 장미에선 향기가 나는 듯했으며 날 바라보는 파충류의 눈은 소름이 끼쳤다. 사진 하나하나가 모두 예술이었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만나게 되는 왕초보 운운하는 식의 요령을 일러주는 책이 아니다. 사진 찍는 데 있어 기본 중의 기본을 편법이 아닌 정공법으로 하나하나 짚어주고 있다. 나같은 초보가 아닌 카메라의 기본지식을 갖고 있거나 사진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만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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