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불멸의 기억
이수광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정말 몰랐다. 올해가 안중근 의사의 의거 100주년이 되는 해라는 걸. 줄곧 잊고 지냈다. 자신의 뜨거운 젊은 몸을 바쳐 이뤄내고자 했던 우리의 자주독립을.




2007년 7월 12일. 속초항에서 러시아령 자루비노로 향하는 페리호의 갑판. 드넓은 만주 벌판을 무대로 우리의 독립운동을 펼쳐나갔던 안중근의 자취를 찾기 위해 저자는 배에 올랐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불과 9박 10일. 그동안 뭘 할 수 있을까. 끝을 알 수 없는 넓은 바다, 출렁이는 파도를 바라보며 저자는 대한제국 의국 참모중장 겸 특파 독립대장 안중근을 떠올린다. 달랑 권총 한 자루 품에 안고 위험한 길에 뛰어들어야했던 안중근. 서른 두 살의 젊음을 내던지면서 그는 어떤 고뇌를 했을까.




할아버지가 현감을 지냈던 부유한 집에서 태어난 안중근은 평탄한 삶을 걸어갈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모든 걸 마다하고 거칠고 위험한 장부의 길을 택했다. 천주교를 받아들이고 가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침략한 일본과 맞서 싸우기 위해 길을 떠났다. 의병을 조직하여 일본군과 전투를 벌이며 승리를 거듭해나가지만 일본 수비대와의 격전에서 참패하고 만다. 무장투쟁에서 실패한 안중근은 남은 동지들과 손가락을 자르며 조선의 독립을 맹세하고 투쟁의 의지를 다지는데 그곳이 바로 얀치헤였다. 그리고 하얼빈으로 향한다.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기 위해.




탕.탕.탕. 요란한 총성이 세 번 울리고 흰 수염의 노인이 가슴을 움켜지며 쓰러진다. 그 날이 바로 1909년 10월 26일이었다.




그리고 1910년 3월 26일 10시 4분 여순감옥서. 나라를 위협하는 원수 이토 히로부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영웅 안중근 의사는 32살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쳤다.




<안중근 불멸의 기억>은 구성이 독특한 책이다. 저자가 안중근의 흔적과 발자취를 더듬어가는 기행문 형식의 다큐멘터리와 사형을 앞둔 안중근이 자신의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자전적 형식의 글이 서로 교차되어 진행된다. 과거로 과거로 향해있는 저자와 안중근 두 사람의 시선은 애초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곳곳에서 만난다. 연해주에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에서, 여순에서.




조국의 암울한 현실을 온몸으로 아파하고 고뇌하는 인간 안중근의 모습을 들려주는 저자의 진솔한 목소리에 집중하기 위해 책 읽는 내내 신경을 바짝 곤두세웠다. 그러다 억울하게 사형당한 안중근 의사가 침관이란 작은 관에 구겨지듯 담겼다는 대목에서 팽팽하게 유지되던 균형이 그만 끊어지고 말았다. 울컥 치미는 울음을 도저히 삼킬 수 없었다.




안중근은 독립이 되면 자신을 고국 땅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하지만 그 유언은 아직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안중근의 유해를 지금까지도 찾지 못한 것이다.




그가 그렇게도 염원하던 조국은 독립을 했지만 일본의 기세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를 식민지배했던 역사를 왜곡하고 독도를 삼키려는 야욕을 부리고 있다. 이제 우리가 일어설 때다. 안중근, 그는 떠났지만 그의 흔들리지 않는 자주독립의 의지는 우리에게 전해오고 있다. 머나먼 땅에서 짧은 생을 접어야했던 그의 영혼을 언제까지 떠돌게 할 것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