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보는 세계 과학사
쑨자오룬 지음, 심지언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학창시절 가장 싫어했던 과목 중 하나가 화학이다. 원소기호나 주기율표를 암기하는 건 그래도 나았다. 문제는 바로 분자식. 마치 암호처럼 늘어지고 가지를 친 그것들이 여러개 연결된 것들이 암만 봐도 복잡하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학력고사 선택과목도 당연히 화학을 뺀 생물, 물리를 했고 대학도 생물학과를 지망했다. 지긋지긋한 화학이여 영원히 바이바이~를 외쳤다. 그런데 웬걸? 일반화학을 비롯해 생화학, 유기화학...같은 과목이 매년 전공필수가 되어 있는 게 아닌가. 오,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이미 입학한 마당에 물릴 수도 없어서 골머리를 싸매어가며 공부하고 겨우 학점을 땄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멍청하고 어리석은 행동이 아니었나 싶다. 과학이 피자 조각처럼 물리, 생물, 화학, 지구과학으로 나뉜 학문도 아닌데 화학을 질색팔색하면서 생물을 전공하겠다고 덤볐다니....바보가 따로 없다. 과학이 얼마나 오묘하고 넓고 깊은 학문인지 깨달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그걸 대충 흘려보내고 말았던, 어이없는 행동에 보상심리라도 작용한걸까.  요즘은 기회가 되면 다양한 과학서적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지도로 보는 세계 과학사>을 읽게 된 계기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세부적인 과학기술이나 지식은 차치하고 우선 전체적인 흐름, 윤곽을 파악하고 싶었다.




‘BC 7000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 과학의 발전사를 총망라한 과학 일대기’ 표지 제일 위에 작은 글씨로 적힌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과학사를 단순히 처음부터 일렬로 배치하는 형식이 아니다. 세계지도를 이용해서 어느 시기에 어떠한 과학기술이 발달하였고 당시 동서양에선 어떤 과학적 사건들이 있었는지 한 눈에 찾아보고 비교해볼 수 있다. 그것도 각각의 소단원마다 본격적인 내용에 들어가기 전에 세계지도를 수록되고 있어서 여러모로 참고가 된다.




예를 들어 제1장 ‘과학의 기원’에서 1단원 ‘고대문명의 과학’을 보면 왼쪽아래 BC 7000년경 중국에서 굽거나 손으로 만든 도기가 있었다는 짤막한 글과 함께 세계지도에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청동기 문명이 출현되었으며 메소포타미아에서의 수메르 문명과 설형문자, 최초로 농업이 시작된 나일강 유역, 중앙아메리카의 마야 문명이 탄생했다는 사항들을 표시해놓고 있다. 지도를 통해 전체적으로 굵직굵직한 일들을 알려주고 그다음부터는 보다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사진과 그림을 곁들여 설명해놓고 있다. 이런 형식으로 ‘중세시대의 과학기술’, ‘근대과학의 서광’ ‘과학혁명’ ‘과학기술의 고속 발전’에 대해 다루고 있어서 오늘날의 눈부신 첨단과학이 있기까지 과학이 어떤 흐름으로 발전해왔는지 느낄 수 있다.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눈에 띄었다. 저자가 중국인이어선지 각종 그림이나 자료, 내용들이 중국의 과학 위주로 서술되었다. 또 책 뒷부분에 본문의 내용을 찾아볼 수 있는 색인이 없다. 때문에 궁금한 점이 있으면 책을 일일이 앞뒤로 뒤적여야했다. 일반 책보다 큰 판형에 두툼한 책을 이리저리 찾아야하다니...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하지만 가장 큰 흠은 바로 이 책의 장점이자 핵심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세계지도에 수록된 설명글의 글자가 지나치게 작다는 거다. 글자가 본문의 양옆의 배치된 그림이나 사진의 설명글 정도만 되도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지도부분은 양 페이지를 접을 수 있는 형식으로 편집을 수정하면 어떨까 싶다.




이 책을 다 읽었을 때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다. 우리 ‘한국 과학기술의 요람’인 대덕연구단지를 비롯한 많은 연구기관들에서 일하던 연구원들이 비정규직이란 것 때문에 대거해고를 당할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문제는 그 인원이  자그마치 40%에 달한다는 거다. 우리의 과학을 지탱하고 이끌어갈 연구원, 전문인력이 절반가까이 해고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우리의 과학기술이 뿌리채 흔들릴 수도 있다.




정말 어이가 없다. 기초과학의 하나인 생물을 전공할 거라면서 화학은 공부 안 해도 된다고 여겼던 20여 년 전의 나와 지금의 정부시책이 대체 뭐가 다른가. 첨단과학기술의 발전은 곧 나라의 발전이요, 힘이다. 과학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원동력이자 튼튼한 발판이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을 보니 이러다 머지 않은 미래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날이 닥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참으로 안타깝고 또 한심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