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토정비결 1
이재운 지음 / 해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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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연말연초가 되면 떠오르는 추억 하나. 평소 책을 좋아하지 않는 언니가 12월이나 1월이면 빼놓지 않고 꼭 잡지를 구입했다. 이유는 별책부록 때문이었다. 12월엔 가계부, 1월엔 토정비결 책자를 주곤 했는데 해마다 온가족이 자신의 한 해 운이 어떤지 재미삼아 꼽아보곤 했다. 좋은 풀이가 나올 땐 기분이 좋지만 썩 좋지 않은 풀이가 나오면 가족들은 ‘이건 그냥 미신이야’ ‘조심하라는 의미지 뭐’하며 위로하곤 했다.




그후 토정비결이 뭔지, 어떤 과정으로 나온 책인지 알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3권으로 된 소설 <토정비결>이 있어서 얼른 구입했다. 직장 다니는 틈틈이 1권을 읽고 다음권을 읽으려고 하는데 책장에 꽂아둔 책이 없었다. 온 집안을 뒤져도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집에 놀러온 이웃집 아주머니가 빌려갔는데(이문열<변경>1,2권도 같이) 돌려주지 않은채 이사를 갔다는 거였다. 연락도 안되는 상황에서 시간만 보내다 포기해버렸다.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으면 되겠지..하고.




그러다 십년이 훨씬 지나서 다시 만났다. 처음 봤을 땐 3권이었던 책이 4권이길래 개정하면서 내용이 보완수정됐나...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원래 3권이었던 책을 2권으로 하면서 <토정비결>의 2부에 해당하는 저자의 <당취>란 소설을 함께 묶어 4권으로 출간한 거였다. 예전보다 내용이 확대된 <토정비결> 왠지 의미있는 두 번째 만남이 될듯한 예감이 들었다.




토정의 죽음을 예감한 정휴가 토정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고자 길을 떠난 것에서 시작한 책은 정휴가 토정과의 인연을 맺는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반가에서 태어나 이지함은 어릴때부터 명석하고 재주가 뛰어났다고 한다. 어머니의 묘소를 바다에서 이십 리도 더 떨어진 곳에 모셨는데도 방죽을 쌓아야 한다고 주장하여 큰 해일에서 무사할 수 있었다는 일화를 들은 정휴는 이지함을 찾아가보기로 마음먹고 이지함과 안명세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과거 없는 오늘이 있을 수 없고 과거와 현재, 미래는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한 몸이란 걸 지함은 일찍이 깨달았다. 또 논밭 관리나 농사를 짓는 법을 알려주는 등 백성들을 위하는 마음도 지극했다. 그런 지함이 친구 안명세가 역모사건에 연루되면서 친구와 사랑하는 정혼자를 잃으면서 방황하게 된다.




그러다가 스승인 서경덕과의 만남이 전환점이 되어 오로지 공부에 몰두한 지함은 삶이란 무엇이며 우주와 자연의 흐름과 이치는 무엇인지 깨닫게 되고 <토정비결>을 쓰기에 이른다. 앞날을 읽는 이였던 지함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인해 조선이 고통을 받으리란 걸 알고 있었다. 왕에게 알리고 미래가 어떠할지 알려지만 왕은 지함을 믿지 않았다. 조선을 환난으로부터 막기는 역부족이었던걸까. 숭유억불 정책으로 인해 불교는 기반과 전통을 상실하고 탄압받았고 승려는 멸시 받았음에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승병들은 조선을 지키기 위해 일어섰다. 지함이 생전에 남긴 비기가 당취들에게 전해진 것이다. 우유부단한 임금이나 당파 싸움으로 논쟁을 벌이기에 급급한 조정관료들과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었다.




학창시절 수업시간을 통해 익히 알고 있던 역사속의 인물들이 곳곳에 등장해선지 소설은 비교적 쉽게 읽혀진다. 역사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 그렇듯 이것 역시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 작가의 상상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20대 날렵한 아가씨에서 시작해 불혹의 아줌마가 되어 다시 <토정비결>을 만나니 후련하면서도 한편으론 답답하다. 생전에 지함이 말했듯 엉키고 맺힌 것은 풀어야 하는데 지금 우리를 복잡하고 어지럽게 하는 이 현실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어디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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