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도깨비 책귀신 1
이상배 글, 백명식 그림 / 처음주니어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책 읽는 도깨비. 제목이 참 재밌다.

 

우선 ‘도깨비’가 뭔가. ‘동물이나 사람의 형상을 한 잡된 귀신’으로 초인적인 괴력과 재주를 갖고 있는 존재로 알려져 있는데 사람이 죽은 후에 생기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오래 쓰다가 버린 물건, 즉 헌 빗자루나 짚신, 부지깽이, 오래된 가구 같은 것들이 밤이 되면 도깨비로 변해서 나타나기 때문에 여타귀신과 달리 사람들에게 악한 일을 하지 않는다. 대신 황소를 지붕 위에 올려놓거나 큰 산을 움직이는 짓궂은 장난을 많이 하지만 그 반면에 잘 사귀면 신통력으로 금은보화를 가져다주는 도움을 주기도 한다는데...바로 그 도깨비가 책을 읽는단다. 정말? 호기심이 발동한다.

 

책의 주인공은 바로 고리짝 도깨비다. 구두쇠 영감이 돈을 모아놓는 고리짝에서 나온 도깨빈데 주인을 닳아 돈 냄새를 좋아한다. 어느날 구두쇠 영감의 돈을 훔쳐서 달아난 고리짝 도깨비는 나무 밑동에 난 구멍에 돈을 쌓아놓고 지낸다. 껑충 큰 키에 온몸은 털북숭이, 머리에 패랭이 모자를 쓰고 사람 행세를 하면서 돈을 쓸어 모으자 빗자루 도깨비와 공책도깨비가 찾아온다. 좁은 나무 밑동에 세 도깨비가 자리를 잡자 지나던 개들이 짖어대고 그들은 이사하기로 마음먹는다. 

 

경치가 좋은 명당을 발견한 세 도깨비가 이사하려고 그 곳을 먼저 찾은 사람들을 훼방놓기 시작한다. 이를 눈치 챈 선비는 도깨비들에게 내기를 하자고 제안한다. 선비가 내놓은 문구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하는데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공책 도깨비마저 알 수가 없었다. 이에 세 도깨비들은 밥보다 책읽기를 좋아한다는 세종대왕을 찾아가는데....

 

사람이 오래 쓰고 버려둔 물건이 도깨비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데 이 책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세 도깨비들은 선비와의 문답내기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세 가지의 기쁨을 알게 된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세종대왕의 심부름으로 서점을 찾는 기쁨과 책을 구입하는 기쁨, 거기에 한 가지 더! 책을 읽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느끼게 된다.

 

‘人不通古今(인불통고금)이면 馬牛而襟据(마우이금거)니라.’ ‘사람이 고금(고금)의 일을 알지 못하면, 마소에 옷을 입히는 것과 같다.’ 명심보감을 읽지 않아서 이 문장이 정확하게 어떤 뜻인지 알 수 없지만 옛 선인들의 지혜와 가르침이 담겨있는 책을 읽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닦고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 게 아닌가 싶다.

 

책을 읽으면서 내 아이들을 생각해보게 됐다. 책을 읽는 기쁨에 비해 상대적으로 서점이나 도서관을 찾는 기쁨과 책을 구입하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지 못했던 것 같아 가슴이 뜨끔했다. 아이들이 마땅히 누려야할 기쁨과 환희의 순간을 내가 방해한 게 아닌가...싶어서.

고리짝 도깨비, 빗자루 도깨비, 공책 도깨비. 이들은 선비와의 문답 내기에서 어떻게 됐을까. 이겼을까? 졌을까? 그리고 서점을 찾는 기쁨과 책을 구입하는 기쁨, 책을 읽는 기쁨을 알게 된 세 도깨비가 어떻게 됐을까?...궁금하지 않은가? 그렇다면...지금 당장 책을 펼쳐보라고 권하고 싶다. 100쪽이 넘는 책이지만 삽화가 많아서 쉽게 넘어가고 저학년들도 재밌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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