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돼지 삼형제가 집을 지었어. 첫째는 짚으로, 둘째는 나뭇가지로 집을 지었는데 늑대가 나타나 집을 부수고는 덥썩 잡아먹어버렸지. 그런데 셋째 돼지는 말이야. 벽돌로 튼튼하게 집을 지어서 늑대를 물리칠 수 있었단다.”

어릴 때 읽었던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많은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바로 <아기돼지 삼형제>일 거예요. ‘유비무환’. 미리 준비를 해두면 걱정할 것이 없다는 교훈을 알려준 동환데요. 왠지 식상하다는 느낌 들지 않으세요? 뭔가 다른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데, 좀 더 재밌게 할 순 없을까...? 뿌리는 원작동화에 두고 전혀 다른 발상, 주인공을 바꾼다거나 공간이나 배경을 바꾸고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하면 어떨까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한답니다.

 

일명 <아기돼지 삼형제> 패러디 그림책. 뭐가 있나 한번 볼까요?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존 세스카 글/ 레오 스미스 그림/ 보림)
 

 

 

 

 

<아기돼지 삼형제>를 늑대의 시각에서 바라본 그림책인데요. 자신을 알렉산더 울프라고 소개한 늑대는 자기가 양이나 토끼, 돼지 같은 동물을 잡아먹는 건 어디까지나 식성일뿐 커다랗고 고약한 늑대는 아니라고 그건 모두 근거없는 거짓말이라면서 이런 얘길 해요. 자기가  할머니 생신에 케이크를 만드는데 설탕이 떨어져서 이웃의 돼지네 집에 얻으러 갔는데 심한 감기에 걸려서 그만 재채기를 하는 바람에 집이 무너지면서 돼지가 죽었다고 말이에요. 어디까지나 우연히 일어난 사고라는 거죠. 다만 눈앞에 먹음직스런 햄을 두고 차마 못 본 척 할 수 없었다구요. 나쁜 건 오히려 자신의 할머니를 욕한 셋째 돼지인데도 경찰이랑 신문기자들은 모두 이야기를 꾸며서 자신을 커다랗고 고약한 늑대로 만들었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억울한 누명을 썼다는 건데요. 늑대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는 책 곳곳에 보입니다. 바로 늑대를 잡은 경찰이나 취재 기자가 모두 돼지란 것(돼지의 집 모양도 자세히 보세요)과 늑대의 기사가 실린 신문이 다름아닌 'THE DAILY PIG'라는 점이지요. 요즘말로 하면 언론플레이를 한 셈인데요. 그 결과 어떻게 됐을까요? 
 



  

이제 다시 표지를 한번 보세요. 표지의 오른쪽 아래 귀퉁이를 유심히 보세요. 신문을 불끈 움켜쥔 손! 누구의 손일까요?

누구의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같은 사건도 이렇게 180도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그림책을 통해 느낄 수 있답니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언론을 장악하고 이용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모습...왠지 낯설지 않다는 느낌, 드시죠?! 
 

 

 

<아기돼지 세 자매>(프레데릭 스테르 글, 그림/ 파랑새 어린이) 


 

주인공이 ‘형제’가 아닌 ‘자매’예요. ‘자매’니까 당연히 더럽지도 않아요. 엄마돼지에게 교육을 잘 받았거든요. 또 아기 돼지도 아니에요. 결혼할 나이인 돼지 아가씨가 됐거든요. 
 

 

어느날 엄마돼지가 돼지 세 자매에게 금화를 주며 훌륭한 신랑감을 찾아보라고 합니다. 돈 많고 멋진 신랑을 찾으려던 첫째와 둘째 돼지는 늑대가 돼지로 변장한 것도 모르고 문을 열어줬다가 잡아먹히고 말아요. 그럼 셋째는? 셋째 돼지 아가씨는 언니돼지들과 달랐어요. 돼지로 변장한 늑대 앞에 셋째 돼지는 오히려 늑대로 변장해서 나타납니다. 손에는 큼직한 몽둥이를 들고서요. 순간 당황한 늑대를 셋째돼지는 짚으로 만든 집으로 유인해서 잡는데요. 그 소문이 퍼지면서 셋째 돼지와 결혼하겠다는 돼지들이 줄을 섰다고 하네요. 
 





 

이 책은 아기돼지의 집인 ‘짚 -> 나뭇가지 -> 벽돌’의 순서조차도 완전히 바꾸어놓습니다. 첫째와 둘째가 좋은 신랑감을 찾기 위해 비싸고 좋은 집을 구했지만 결국 멋진 돼지의 가면 뒤에 숨은 늑대를 모습을 알아차리지 못했듯이 결혼은 번드르한 조건이나 환상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 오직 자신의 능력을 갈고 닦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답니다.



* 이 외에 함께 보면 좋은 책.... 
 

 

 


<아기늑대 세 마리와 못된 돼지>(헬린 옥슨버리 그림/ 유진 트리비자스 글/ 시공주니어) 
 

 

 

 

 

아기돼지와 늑대의 역할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순진한 아기늑대 세 마리를 크고 못된 돼지가 따라다니면서 괴롭힙니다. 아무리 튼튼한 집을 지어도 못된 돼지가 부수고 폭파시키자 아기늑대들은 생각을 바꿉니다. 어떻게 했을까요? 
 





의외의 방법으로 원작과는 전혀 다른 결말, 화해를 이끌어내는 아기늑대 세 마리와 못된 돼지. 그들의 모습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려면 마음의 벽을 쌓기보다 먼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말이지요.

참, 이 책은 속면지도 잘 보세요. 이야기의 중요한 핵심이 바로 거기에 있거든요.

 

 

  

<아기돼지 세 마리>(데이비드 와이즈너 글.그림/ 마루벌) 

 

 

<구름공항> <시간상자>의 작가 데이비드 위즈너. 그는 <아기돼지 세 마리>에서 자신만의  기발하고도 풍부하고 막힘없는 상상력의 세계를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본문 내용은 원작과 같아요. 하지만 그림은 완전히 달라요. 늑대가 훅~ 하고 불 때 아기돼지들은 이야기 밖으로 도망치는가하면 동화의 일부분이 그려진 종이를 접어 만든 비행기를 타고 텅 빈 공간을 하염없이 날아가구요. 전혀 다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서 그 동화에서 쫓기는 용을 데리고 탈출하기도 하는데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그만의 독특한 상상력으로 환상적으로 펼쳐 보인 <아기돼지 세 마리>. 이 책의 매력은 그 어떤 수식어로도 표현할 수 없습니다. 직접 눈으로 보셔야 확인할 수 있다는 거, 잊지 마세요.





 

<아기 돼지 삼형제>를 패러디한 그림책. 원래의 이야기를 다시 쓰거나 뒤집기도 하고 감춰진 속내를 들여다보는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막힘없이 무한한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답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에요. 생각과 발상의 전환은 곧 신선한 아이디어로 이어지죠.

그림책은 아이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랍니다. 0세에서 100세까지, 아니 그 이상에게도 흥미와 재미를 주는 그림책. 많이많이 즐겨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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