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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팅컬처 - 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문화
데이비드 캘러헌 지음, 강미경 옮김 / 서돌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야, 너 그러는 게 아냐~” 어느날 불쑥 가족이나 친구가 이런 얘길 했다치자. 그럼 무슨 생각을 할까. 얘가 갑자기 왜이래? 뭐 잘못 먹었나? 뜨악해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내가 얘한테 실수한 거 있나? 싶어서 골똘히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
이 책이 바로 그렇다. 시작부터 다짜고짜 ‘나만 그러는 게 아니다’란다. 머얼? 뭘 나만 그러는 게 아니라고 하는건데? 따져서 물어보고 싶어진다. 정확히 뭘 말하는건지 모르지만 다 아는데 나만 모르면 왠지 손해보는 기분이 든다. 왜 그럴까. 참 요상하다.
<치팅 컬처, 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문화>. 이 책의 저자는 미국의 공공정책 연구기관인 데모스(Demos)의 공동 설립자이자 수석 연구원인 데이비드 캘러헌으로 미국 사회에 만연한 거짓과 속임수, 비리나 편법이 어떻게 통용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들춰보이고 있다. 남의 못난 구석을 가지고 흉보면서 쾌감을 느끼는 게 인간의 심리인지라 무척 재밌는 내용, 다른 사람에게 “알고보니 미국에 말이야...”하고 괜히 아는 척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얘깃거리들이 많을거라 여겼다. 그런데 전혀 딴판이었다. 미국과 한국. 나라 이름은 다를지언정 그 속에서 벌어지는 얘기는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믿겨지는가. 도저히 믿을 수 없을지 모르지만 사실이다. 그 증거가 <치팅 컬처> 이 한권의 책에 담겨있다.
책은 총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속임수는 인간이 살아가는 어느 곳이라도 존재한다고 저자는 얘기를 시작한다. 일부 특정한 부류의 사람이 속임수를 쓰는게 아니라 직장과 학교에서 경제적으로 남보다 앞서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속임수와 편법을 쓰고 있다고. 게다가 그들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거나 죄책감을 갖는 게 아니라 떳떳하게 여긴다고 한다. 왜? 다들 그렇게 하니까. 나만 속임수를 쓰지 않으면 오히려 내가 손해라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팽배해있다는 거다. 그 결과 개인주의는 극심한 이기주의로 바뀌었으며 사람보다 돈이 더 중요해지게 된다고 한다. 속임수와 편법을 잘 쓰는 사람이 승자가 되는 사회시스템은 급기야 치열한 경쟁에서 낙오했거나 능력이 뒤떨어지는 사람을 배려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을 짓밟고 더욱 위축되게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평범한 사람이 속임수와 편법을 쓰게 되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자동차 정비소에서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속이는지, 법률회사에서 법정요금이나 변호사 수임료를 부풀리는 관행이 얼마나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지 세세하고 얘기하고 있다. 의료계는 또 어떤가. 환자의 건강을 위해 치료에 전념하는 게 아니라 다단계 판매회사의 건강보조제 같은 돈벌이에 몰두한 의사와 더 많은 연봉을 받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운동선수,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특종을 잡아 더 많은 돈과 유명세를 타려고 기를 쓰는 언론계의 가려진 이면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교육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부정행위를 하지만 학교는 이를 알면서도 처벌하지 않는다는 대목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성인이 되기 전에 이미 속임수와 편법에 길들어버리는 아이들의 미래가 어떨까. 윤리적이고 명예로운 삶보다 부와 권력을 쥐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게 분명하지 않은가.
처음부터 줄곧 거북하고 불편한 얘기를 쏟아낸 저자는 마지막장에서 ‘속임수 문화를 빠져나오기’라며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새로운 사회계약을 마련하고 중요한 전문 직업의 세계를 개혁하고 직장에 새로운 행동규범을 확립하며 미국을 이끌어나갈 새로운 세대의 윤리를 강화하자고. 이 세 가지를 말하면서 저자는 말한다. ‘식은 죽 먹기라고. 과연 그럴까?’
결코 식은 죽 먹기가 아니다. 속임수와 편법이 통용된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그걸 뿌리뽑는 게 어디 쉽겠는가.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 내가 오늘부터라도 당장 무엇을 해야할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저자가 내게 부여한 과제는 바로 이것이다. ‘가정에서 윤리교육을 실시하라. 아이들에게 규칙을 지켜야하는 이유를 설명하라. 살면서 심각한 윤리 문제에 부딪쳤을 때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쳐라. 아이들의 삶에서 돈과 지위가 최고의 선이 아닌 환경을 만들어라.’ 식은 죽 먹기라고? 과연 그럴까?
정직은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에도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이다 - 36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