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링 - 어둠 속에서 부르는 목소리
야나기하라 케이 지음, 윤덕주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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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은 누구지?” 백설공주에서 못된 왕비는 말하는 거울을 보며 이렇게 물었다는데....




“하~아...” 오늘도 난 거울을 보면서 긴 한숨을 쉰다.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주름에 생기 없이 칙칙한 안색. 여자는 거울을 들여다보는 횟수만큼 예뻐진다는데 난 오히려 그 반대다. 거울을 볼 때마다 “어디....나도 누구처럼 앞트임이나 뒤트임이란 걸 해볼까? 그럼 눈이 시원하게 보이려나?” “턱은 언제 이렇게 넙대대...해졌대냐? 날렵하게 싹! 깎았으면 좋겠다.” “(배를 만지며)아이고...이 비곗덩어리!! 요기 있는 걸 쭈우욱 뽑아서 이마나 가슴에 좀 넣어볼까?” 이러고 있으면 어김없이 날아드는 남편의 한마디. “됐네! 이 사람아. 우리 집에 돈이 썩어 난다더냐?” 곧이어 결정타를 날린다. “그리고! 니는 얼굴만 어째 고친다고 해결될 수준이 아.니.잖.아??” 이건 남편이 아니라 완전 남의 편, 남편이다.




사실 세상에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은 무수히 많다. 단지 실행할 여건이나 용기가 없을 뿐이다. 하지만 만약 성형수술 외에 해결책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엄청난 비용도 문제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과감한 결정을 내리지 않을까.




창백하지만 선이 고운 여인과 해골,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의 표지그림 <콜링>은 성형수술에 관해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 주인공인 준야의 직업은 특수청소업. 동물이나 사람의 사체로 인해 오염된 곳을 원래처럼 깨끗하게 청소, 소독하는 일을 한다. 어느날 동료인 레이와 함께 욕실에서 자살한 여인의 시체를 처리하는데 그 날부터 준야는 죽은 여인, 쓰시마 에미의 혼령을 느낀다. 어릴때부터 혼령이나 기이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던 준야는 에미의 죽음에 의문을 품는다. 에미가 생전에 자주 이용했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버 포레스트’에서 실마리가 있을거라 여기고 레이와 함께 추적해나가기 시작한다.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무척 충격적이다. 생명의 기운이 떠난 인간의 몸이 어떻게 되는지, 썩어 문드러진 사체가 뼈와 살이 분리된 후 어떻게 되는지 저자는 세밀하고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다. 에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성형수술의 이면에 숨은 진실은 실로 놀라웠다. 쁘띠성형이라 하여 요즘 한창 각광받는 시술에서 사용되는 주사약이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는지 얘기하는 대목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음의 어둠과 그늘이 점점 커지다 못해 자신을 통째로 잠식해나가는데도 이미 아름다움의 욕망과 마력에 사로잡혀버린 이들은 도저히 멈출 수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충격은 바로 외로움, 고독이었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세상은 한없이 좁아졌다. 성별과 나이, 인종과 나라를 벗어나 수많은 사람과 친구가 되기도 한다. 내가 나이면서 동시에 나 아닌 가공의 인물이 통하는 공간과 세계에 너무나 익숙하다. 접속이 끊어지는 순간 자신은 다시 혼자가 되지만 그걸 이겨내지 못한 이들에게 외로움과 고독은 공포 그 자체였다.




내가 죽어도 나의 흔적은 누군가가 삭제하지 않는한 죽지 않고 인터넷에 계속 떠돈다. 순간 소름이 돋는다. 그때의 ‘나’는 누구인가. 끊임없이 한 자리에 맴돌면서 누군가를 부르는건 아닐까. 콜링. 콜링. 나를 불러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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