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처녀의 사랑 옛이야기 그림책 7
강숙인 글, 김종민 그림 / 사계절 / 200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아이들의 옛이야기책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단순히 옛이야기 한 가락을 전해주는 차원이 아니다. 짧막한 이야기 한편이지만 읽고 나면 왠지 마음이 든든해진다. 영양가 높은 음식으로 막 식사를 끝낸 것처럼.


<호랑이 처녀의 사랑>.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호랑이 처녀의 이뤄질 수 없는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다. 사람으로 둔갑할 수 있는 호랑이 처녀가 어느날 김현이라는 화랑을 보고 사모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호랑이. 결코 사람이 될 수 없다. 그저 김현이 무예연습을 하는 걸 몰래 숨어볼 뿐이다. 


어느날 호랑이 처녀는 탑돌이를 하기 위해 흥륜사를 찾는데 마침 그곳엔 김현도 있었다. 그들은 만나자마자 서로의 눈동자에 담긴 자신의 모습을 보고 마음에 품게 된다.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김현을 뒤로하고 호랑이 처녀는 도망치듯 빠져나온다. 자신은 그저 인간으로 둔갑할 수 있는 호랑이일 뿐이라는 걸 알지만 김현을 향한 사랑을 감출 수 없어 눈물을 흘리는데...


인간과 호랑이 처녀의 사랑.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얘기다. 말도 안된다. 그런데 이렇게 그림책으로 보니 얘기가 달라진다. 마치 누군가에게 조용조용 얘기를 건네는 듯한 구어체의 문장과 섬세하고 세밀한 그림이 만나면서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호랑이 처녀와 김현의 아름답고 애절한 사랑이 너무 가슴이 아파서 어느 CF광고에서처럼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하고 빌어주고 싶을 정도다.


특히 이 책은 그림이 돋보인다. 표지부터 인상적이다. 커다란 눈에 두 손을 가슴에 모은 호랑이 처녀의 모습! 무언가를 간절히 소망하는 듯하다. 자신의 안위보다 가족과 김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호랑이 처녀의 가냘프지만 곧은 성품이 느쪄진다. 거기에 책 모서리의 수채화처럼 물감의 번짐 부분은 마치 호랑이 처녀의 눈물자욱인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속표지와 본문의 그림 역시 마찬가지다. 무척 공을 들인 듯하다. 탑돌이에서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장면은 정말 너무너무 아름답다. 골짜기나 굽어진 길과 호수, 산에 있는 불상이며 탑... 이런 것들을 무척 세세하게 표현했다. 마지막 부분에 호랑이처녀가 마을에서 날뛰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마을 사람들의 놀라서 당황하는 모습이나 숨어서 몰래 지켜보는 모습...을 잘 포착한 것 같다. 특히 호랑이 처녀를 쫓는 김현의 모습은 그의 마음상태를 고스란히 나타낸 것 같다. 손에 칼을 들었지만 보일듯말듯 찡그린 눈매나 표정은 정말 보는 사람의 마음이 아플 정도였다.


사실 호랑이 처녀와 김현의 사랑이여기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덕분에 내가  우리의 신화와 옛이야기에 대한 공부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도 있다. 홍륜사 탑돌이에서 김현을 만난 호랑이 처녀가 도망치듯 절을 빠져나오는 대목의 문장이 마음에 걸린다. 


’그런데 두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는 건 무슨 까닭?

김현이 끝까지 따리오지 않은 것이 이토록 가슴시린 것은 또 무슨 까닭......?’


문장의 끝부분에 ’무슨 까닭’이 두번 반복해서 나오는데 처음부터 줄곧 구어체이던 문장이 갑자기 문어체로 바뀌었다. 책을 눈으로 읽을 땐 거부감을 느끼지 못하지만 소리내어 읽으면 확실히 드러난다. 매끄럽지 않고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조금 수정해보면 어떨까 싶다.


’그런데 두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는 건 왜일까?

김현이 끝까지 따리오지 않은 것이 이토록 가슴시린 것은 또 무슨 이유에설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