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범의 파워 클래식 1 -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고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신 클래식 강의
조윤범 지음 / 살림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조윤범의 파워 클래식>. 표지가 인상적이다. 전체적으로 묵직한 검은색 옷을 입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괜히 웃음이 나온다. 뭐가 그리도 심각한지 미간에 세로 주름이 잡힐 정도로 잔뜩 인상을 쓴 남자(저자인 조윤범이겠지?). 한껏 음악에 심취한 듯 보인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앗, 꽁지머리다. 왠지 개성적이다. 저자의 외모가. 점잖게 무게를 잡거나 으스대는 게 아니라 그때의 감정에 솔직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렇담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엇, 이 책 너무 어려운 거 아냐?...왠지 막 줄을 그으면서 공부해야할 것 같은데...” 내가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주위에선 이런 얘길했다. 어렵다. 외운다. 공부한다. 사실, 첨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고전음악. 클래식을 얘기하는 책인데 아무렇게나 읽을 순 없다고 여겼다. 읽는 틈틈이 노트에 기억해야 할 부분을 적어두곤 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도대체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건데? 중요한 걸 기록해둔다고 해서 기억에 오래 남는 걸까?...의문이 들었다. 당장 펜이랑 노트를 치워버렸다. 책 읽는 장소도 바꿨다. 사람에게 있어 가장 편안한 장소. 하루에 몇 번이고 들락거리며 근심을 풀고 번뇌가 사라지는 곳. 일명 해우소(解憂所)에 두고 읽기 시작했다. 읽는 것도 순서대로가 아니라 마음내키는 대로 펼쳐서 즐겼다. 조금씩 야금야금....




책은 4악장 구성으로 되어있다. 1악장 너무 빠르지 않게, 2악장 빠르고 유쾌하게, 3악장 감정을 담아 느리게, 4악장 힘차고 웅장하게. 이것이 교향곡이나 소나타의 형식인지, 저자가 속한 콰르텟티스트(Quartetist) 현악사중주 악장의 형식인지는 모르겠다.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내용이니까.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바흐를 비롯해 차이코프스키,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멘델스존, 브람스, 슈만...음악에 문외한인 내게도 익숙한 위대한 음악가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들의 어린 시절에서부터 음악가로 거듭나는 과정, 하나의 곡이 탄생하기까지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는지, 연인과의 사랑과 그로 인한 아픔이 그들의 음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풀어놓고 있다.




바흐와 헨델은 한 달 간격으로 태어난 동갑이라는 것에서부터 그들이 같은 의사에게 수술을 받은 후 시력을 잃게 됐다는 것, 바흐가 음악의 아버지가 된 이유는 무엇인지, <G선상의 아리아>은 어떤 배경을 갖고 탄생하게 됐는지, 또 4살에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한 모차르트가 6살 때 그 유명한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청혼한 경력이 있으며 실제 모차르트의 죽음은 영화 <아마데우스>와 다르다는 것, 베토벤이 귀가 들리지 않는 고통 때문에 자살을 결심하고 유서를 쓰기도 했으며 <미완성 교향곡>의 작곡가이자 요절한 슈베르트가 실제론 무척 지저분했다는 것,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의 원본 악보는 버터 싸는 포장지로 쓰이고 있었다는 것, <볼레로>의 작곡가 라벨이 로마대상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것 등.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유명 음악가에게 있어 치명적인 게 아닐까...할 정도의 특이하고 엽기적인 내용도 서슴없이 털어놓고 있다. 마치 회식자리에서 직장상사 흉을 보듯이. 그런데 그게 무척 재밌다.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저자의 독특한 서술 방식 덕분에 때론 가슴 찡한 감동을, 때론 큭큭큭, 푸하하...터져나오는 웃음을, 때론 표지의 저자처럼 심각하게 인상을 쓰고서 읽기도 했다. 위대한 음악가이기 이전에 그들 역시 희.노.애.락.의 감정을 느끼고 삶에 열정을 지녔던 한 명의 인간이었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다.




클래식은 뭔가 특별한 거라고 생각했다. 학창시절 한 달 내내 모은 용돈으로 연주회장을 찾으면서 그 특별한 뭔가가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애썼다. 어깨의 힘을 빼고 가볍게, 즐거운 마음으로 음악의 흐름에 맡겨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겉멋만 찾다보니 자연히 음악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짜 음악을 모르기 때문에 클래식이 지겹고 재미없는 걸로 여긴다고. 그래서 진짜 음악, 맛난 음악이 무엇인지 알려주기 위해 책을 썼다고 하는데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이 느껴졌다. 물론 이 한권의 책으로 고전음악, 클래식이 내게 와락 안기진 않았다. 사람의 마음을 묘하게 흔드는 매력이 있는 존재, 알고 보니 익숙하게 알고 있던 존재이기도 한 클래식. 그에게  수줍게나마 손을 내밀어볼까....? 콰르텟티스트가 될 준비를 해볼까?







정말 사소한 뱀꼬리>>




나와 아이가 좋아하는 동요에 이런 곡이 있다. 이원수의 동시에 곡을 붙인 건데 제목은 <이상도 해라>다. 가사의 @@....이게 뭘까요?




<그건 참 이상도 해라. 내 마음을 흔들어 춤추게 하는 / 그건 참 곱기도 해라.  무지개가 물결 되어 흐르듯 하는 / 그건 참 달기도 해라.  향기로운 꿀 속에 꿈같이 녹아드는 / 그건 참 슬프기도 해~  나를 눈물 글썽한 소녀로 만드는 / 천사의 날개 같은 @@은 참 이상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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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2-12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당art채널에서 강의하는데 엊그제 윤이상을 끝으로 땡했어요. 우리 아이들이 열광한 프로였어요. 그래서 대박적립금 들어오면 이 책 삽니다. 땡스투는 님께~` ^^

몽당연필 2009-02-13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서 소개되는 음악과 함께 책을 읽으면 더 좋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순오기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