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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
케이트 캐리건 지음, 나선숙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9월
평점 :
핑크빛 배경, 눈처럼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앉아있다. 그녀의 무릎 위에 올려진 한권의 책. 그 속에서 마법이라도 부린 듯 갓 구은 빵이 솟아나온다. <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 (원제 ‘Recipes for a Perfect Marriage’)>. 처음엔 이 책이 결혼을 앞둔 이들에게 결혼생활에 대해 즉, 음식이나 살림요령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자기계발서인 줄 알았다. ‘레시피(recipe])’란 음식을 만드는 비법이나 조리법을 뜻하는 용어니까. 그런데 책장을 넘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판단착오였다는 걸 알게 됐다. 이 책은 엄연한 소설이었다. 그렇다면 왜 ‘레시피’일까. 의문에 대한 해답은 책 속에 있었다.
책의 주인공은 트레사. 항상 변화하고 활기가 넘치는 화려한 도시 뉴욕에서 몇 안 되는 성공한 푸드 저널리스트다. 그런 그녀가 마흔을 코앞에 둔 어느 날 갑자기 결혼을 결심한다. 상대는 광고모델처럼 잘생긴 얼굴의 아파트 관리인 댄.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자신을 세상의 그 어떤 여인보다 아름답고 사랑스런 존재라고 여기는 댄의 청혼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인 것이다. 서른 여덟살, 마음 속 깊이 뭔가를 믿고 싶었던 그녀는 댄과 결혼하면 ‘그 후로도 영원히 행복’할 수 있을거라 여긴다. 결혼식을 앞둔 전날, 트레사의 엄마는 그녀에게 댄이 ‘괜찮은 사람’ 같았으며 ‘외할머니가 마음에 들어했을’ 거란 말과 함께 트레사의 외할머니가 십대 후반부터 적은 인생이야기가 담긴 노트 한 권을 내민다.
혼자가 되는 게 싫어서 결혼한 트레사는 결혼하자마자 자신이 댄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후회하게 된다. 과연 이 남자와 평생 살아갈 수 있을지, 자신이 최악의 선택을 한건 아닐까...하는 의심이 싹을 틔우면서 자신이 예전보다 더욱 외롭고 혼자인 것처럼 느끼게 된다. 그때 트레사의 눈에 들어온 노트. 거기에서 그녀는 미처 알지 못했던 외할머니의 삶을 만나게 된다. 어린 자신의 눈에 서로를 아낌없이 사랑하는 가장 완벽한 부부로 보였던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하지만 외할머니에겐 결혼 전에 이미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으며 결혼 후에도 줄곧 잊지 못했다는 것이다. 첫사랑을 가슴속 깊은 곳에 품고 그를 잊지 못하는 아내 버나딘을 외할아버지인 제임스는 변함없는 사랑과 애정으로 그녀의 곁에서 평생을 함께 지냈음을 알게 되는데....
‘화학작용’, ‘타협’, ‘희생’, ‘함께하는 기쁨’, ‘인내’, ‘존경’, ‘수용’, ‘충성’, ‘신뢰’, ‘헌신’, ‘지혜’. 이렇게 11개의 소주제로 구성된 소설은 하나의 주제가 시작될 때마다 거기에 해당되는 버나딘의 요리 레시피가 앞부분에 덧붙여있다. 손녀인 트레사와 외할머니의 결혼시절의 이야기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드는 것처럼 서로 반복해서 보여주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처음엔 사랑이나 결혼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로 출발했지만 곁에서 변함없이 사랑을 전하는 남편에게 결국 감동하고 자신이 남편을 사랑했음을 깨닫게 된다.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든 책이었다. 솔직히 트레사와 버나딘의 사랑과 결혼생활, 삶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면도 있었다. 그런데도 쉽사리 책장을 덮을 수 없었다. ‘100% 완벽한 결혼’이란 없다고 여겼다. 서로에게 충실하고 조금씩 이해하고 양보하며 고난도 함께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게 가장 올바른 결혼생활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뭔가 더 있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남는다. 얼마후면 결혼 10주년이다. 나름대로 의미있는 시기다. 앞으로의 결혼생활을 위해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 내게 필요한 책읽기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