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 교향곡
조셉 젤리네크 지음, 김현철 옮김 / 세계사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클래식 감상은 여고졸업을 기점으로 끝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천만의 말씀. 우연한 기회로 관심을 갖게 됐다. <피아노의 숲>과 <노다메 칸타빌레>란 만화를 보면서 클래식에 흥미가 생겼다. 만화에서 음악이 소개될 때마다 도대체 어떤 곡이길래 이런 느낌과 표현이 가능한걸까....궁금했다. 영화의 OST 음반처럼 시디를 몇 장 구해서 듣기도 했지만 클래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감상하려면 아직 머나먼 길을 가야할 듯하다.




선명한 붉은 핏방울이 인상적인 <10번 교향곡>은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음악가들 사이에 떠도는 미신이 있다. 9번 교향곡을 작곡한 작곡가는 머지않아 죽고 만다는 ‘9번 교향곡의 저주’. 실제로 베토벤을 비롯해 슈베르트, 구스타프 말러, 드보르작과 같은 이름난 작곡가들이 9번 교향곡을 작곡한 후에 사망했다고 한다. 그런데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이라니!! 정말로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이 존재하는 걸까?




1980년, 두 연인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운전대를 잡았던 남자에 비해 옆에 앉았던 여인의 부상은 무척 심각하다. 그 후 이야기는 훌쩍 뛰어넘어 2007년 시점으로 진행된다.




주인공인 다니엘 파니아구아. 서른다섯살의 그는 카를로스 4세 대학교 음악학과의 역사음악학 교수로 베토벤에 관한 논문집필 중이었다. 어느날 학과장 두란에게서 헤수스 마나뇬의 집에서 열리는 비공식 콘서트에 대신 참석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로널드 토머스가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을 연주한다는 말에 다니엘은 애인과의 약속을 뒤로 하고 헤수스 마나뇬의 저택으로 향한다.




각계의 유명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콘서트에서 베토벤의 제 10번 교향곡의 제 1악장이 연주된다. 베토벤 시대에 사용되었던 악기를 그대로 모방하여 제작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고 다니엘은 소스라치게 놀란다. 베토벤을 연구하는 전문가인 다니엘조차 어느 부분이 베토벤의 오리지널 작품이고 로널드 토마스가 작곡한 부분인지 도저히 가려낼 수 없을 정도로 음악의 완성도가 뛰어났던 것이다. 잔인함, 질투, 죽음, 파괴, 고립, 비극. 그 음악은 진짜 베토벤의 것이었고 콘서트는 사기극이 아니라고 확신하기에 이른다.




로널드가 혹시 베토벤의 진짜 악보를 갖고 있는건 아닐까...다니엘은 연주가 끝난후 대기실로 찾아가 대화를 시도하지만 왠지 불안해보이던 로널드는 전화를 받고 급히 자리를 떠난다. 그리고 다음날 로널드는 차가운 시체가 변해있었다. 머리가 잘려나간 채 몸통만 발견된다. 며칠후 로널드의 머리도 발견되는데 놀랍게도 그의 머리 뒤편은 면도가 되어있는데다 세밀하고 정확하게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오선지의 악보로 된 그 문신을 본 다니엘은 그 멜로디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황제’의 일부분이라는 걸 알아낸다. 또 프리메이슨 단원들이 배신자에게 주는 형벌 중 하나가 배신자의 머리를 몸통에서 잘라내는 것인데 비공개 연주회의 장소를 제공한 헤수스 마라뇬이 프리메이슨 단원이라는 것도 밝혀지는데....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을 소재로 벌어진 살인사건을 해결해나가는 팩션 <10번 교향곡>. 짜임새 있는 구성은 책을 읽는 내내 이야기에 몰입하여 빠져들게 했다. 사실 처음엔 정말 10번 교향곡이 있나...의아했다. 책 속에 들어있는 작은 시디를 줄곧 들었지만 클래식에 문외한인지라 이 음악이 진짜 베토벤의 것이라고 확신하지도 못한다. 자꾸 들으니 분위기는 왠지 정말 베토벤 음악 같네...하는 정도?? 




책은 저자가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고 베토벤 전문가여서 그런지 살인범을 찾아가는 여정 곳곳에 클래식에 대한 해설이 곁들여져 있어서 음악에 대한 흥미를 높일 수 있었다. 또 악보의 계명이 암호처럼 쓰일 수 있다는 대목은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고 베토벤의 초상화에 숨겨진 비밀들을 밝혀내는 과정은 <다빈치코드>와 분위기가 흡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모짜르트가 천재라면 베토벤은 영재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베토벤의 음악수업은 혹독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베토벤의 삶과 음악에 대한 열정, 여인과의 사랑 등을 알 수 있었고 하지만 클래식을 좀 더 색다르게 접근할 수 있게 했던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다만 마무리가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든다. 왠지 뭔가가 더 있을 것 같은데 성급하게 마침표를 찍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