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 고종황제 - 조선의 마지막 승부사
이상각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 국사는 정말 재미없고 골치 아픈 과목 중 하나였다. 중요한 부분, 시험에 반드시 출제되는 부분을 형광펜으로 죽죽 글을 그어가며 달달달 외워야했으니 좋은 기억이 남았을리 없다. 그러다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우연히 참가한 박물관 강좌를 통해 국사에 대한 생각은 180도 방향전환을 했다. 내가 한국인인 이상 우리의 역사를 결코 피해갈 수 없다는 생각, 역사는 단순히 지나온 과거의 기록에 그치지 않고 미래로 끝없이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틈나는대로 역사관련책을 보면서 그동안 지식에 머물러 있던 역사를 우리 조상의 삶으로 내 안에 녹여내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현재와 비교적 가장 가까운 시대인 조선후기 19세기말 무렵의 역사는 이상하게도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니, 내가 오히려 교묘히 피해갔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거다. 우리 민족의 운명이 일본의 제국주의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되고 유린되는 고통스런 역사의 현장에 발을 들여놓고 싶지 않았다. 할 수 있다면 눈을 감고서라도 지나고 싶었다. 그 앞을. 그러나 언제까지 그럴순 없었다. 감았던 눈을 이제 뜨자고, 치가 떨리는 분노와 슬픔에 입술을 깨물게 되더라도 이제는 맞서자고 마음먹는다.




<이산 정조대왕> <이도 세종대왕>을 저술한 저자 이상각의 <이경 고종황제>를 손에 들고 가슴이 두근댔다. <이경 고종황제>란 제목보다 ‘조선의 마지막 승부사’란 부제에 관심이 집중됐다. 쇄국정책을 펼쳤던 흥선대원군의 아들이자 명성황후의 남편으로만 알고 있던 고종. 그 둘 사이에서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했던 유약한 임금으로만 알고 있던 고종에게 혹시나 숨겨진 포커페이스가 있었던 건 아닐까....그의 어떤 새로운 모습을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됐다.




이 책은 ‘아버지의 시대’ ‘내가 조선의 주인이다’ ‘끓어오르는 땅’ ‘대한제국의 꿈’ ‘대한독립만세’ 모두 5부로 구성되어 있다. 고종이 어떻게 임금의 자리에 오르게 됐는지 그 과정과 흥선대원군이 어떤 정책을 펼쳐 나갔는지 철저한 쇄국정책을 펴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부터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약관에 접어든 고종은 서서히 정치에 관심을 보이게 되고 명성황후는 ‘조선은 전하의 나라이니 국정을 직접 돌보라’며 수시로 친정을 권유한다. 마침내 고종은 명성황후의 조언대로 친정을 시작하고 흥선대원군은 퇴진한다.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에서 제왕수업을 받지 않은 고종은 정치의 경험도 없었고 지지기반도 없다보니 자연히 명성황후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갑작스런 정책 변화에 국민들은 휘둘리고 내정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조선을 노리는 외세의 야욕은 점차 거세져가고 있었다. 그후 조선은 동학농민전쟁을 비롯한 청일전쟁, 갑오개혁, 명성황후시해, 을미사변, 을미개혁...등으로 이어지는 몰락의 길을 걸어가게 됐는데...




텔레비전 사극을 통해 고집 센 아버지 흥선대원군과 명민한 명성황후에 휘둘리는 나약하고 존재감 없었던 임금 고종, 그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와 편견을 깨트리게 될 것이란 기대가 너무 컸던걸까. 책을 읽고 난 느낌은 한마디로 ‘글쎄올시다...’정도? 이 책을 통해 저자가 과연 얘기하고 싶었던 게 무엇이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저자는 서두에 ‘왜 고종에게 망국의 책임만 추궁하는지, 왜 그의 개혁적인 성과나 반일의지는 외면하고 탐욕하다고만 않는지’ 의문을 품었다고 한다. 그래서 구한말 고종의 입장에서 시각에서 판단해보려고 노력했다고 하는데 이 책을 통해 고종의 어떤 점을 새롭게 알게 됐는지 모르겠다. 물론 조선을 삼킨 일제r가 고종의 업적이나 치세를 철저하게 왜곡하고 해방한 후에도 그때의 왜곡이 계속된 이유도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설명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조선의 26대 임금이자 대한제국의 초대황제인 이경 고종황제, 그의 진면목을 우리는 과연 언제쯤 만날 수 있게 될까. 그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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