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선 여행 - 과학의 역사를 따라 걷는 유쾌한 천문학 산책
쳇 레이모 지음, 변용란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자오선여행>은 2003년 가을, 영국 그리니치 왕립 천문대를 방문한 저자 쳇 레이모가 본초 자오선을 따라 떠났던 도보여행의 기록이다.




북위 50도 47분, 경도 0도 0분. 정확히 경도 0도 지점인 그리니치 본초 자오선 바로 위에 선 저자는 본격적인 여행에 앞서 그리니치의 자오선이 국제 표준이 된 과정을 얘기한다. 그전까지 세계 주요 국가들은 제각각 각국의 수도를 기점으로 경도를 측정했기 때문에 통일된 지도나 시간이 없었다.




그러다 1707년 10월, 영국의 실리제도 근처에서 영국 해군 함대가 암초에 부딪혀 배 4척이 침몰하고 2000명 이상의 병사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벌어진다. 또 철도와 전신의 보급, 제국의 확대로 인해 유럽에서 미국까지 해저케이블로 불과 몇 초 만에 전보를 보낼 수 있게 되자 표준 경도와 표준시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위도의 경우엔 만장일치로 합의가 이뤄졌지만 문제는 경도였다. 적도의 어느 부분을 경도 0도로 할 것인지, 지도상에 동서의 위치를 표시할 기준점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됐다.




그런 가운데 1884년 미국 워싱턴에서 25개국의 대표들이 참석하여 본초 자오선을 결정하는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세계 지도와 시각을 통일할 경도 기준을 놓고 영국과 프랑스는 팽팽한 경쟁을 벌인다. 특히 프랑스는 “자국의 지도에 ‘그리니치 기준 동경, 서경’이라고 표시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강경하게 나왔다. 이에 결국 자오선은 표결에 붙여지고 25개 참가국 중 22개국의 동의로 지구의 행성 주민들은 어떤 개인이나 종족, 나라도 특권을 주장할 수 없는 공간과 시간 개념을 향해 첫 걸음을 내딛게 됐다.




영국 남쪽의 바닷가 작은 마을 피치헤이븐에서 출발해서 본초 자오선을 따라 그리니치 천문대를 거쳐 케임브리지까지 영국 남동부 지역을 가로지르는 저자의 여정에는 과학사에 큰 획을 그은 인물이나 중요한 의미를 지닌 유적지가 많았다.




본초 자오선을 따라 걷다가 만나는 작은 마을 ‘필트다운’은 고고학사에서 무척 유명한 곳이다. 사람의 두개골에 인간의 두개골에 유인원의 턱뼈를 갖춘 ‘필트다운인’은 영국 언론을 열광시켰다. 최소한 10만년 이상, 어쩌면 100만년 전의 것일지도 모르는 그것이 인간과 원숭이를 이어주는 잃어버린 고리가 영국에서 발견된 것은 그야말로 빅뉴스였다. 하지만 그것이 사기극이라고 밝혀지면서 ‘필트다운’은 유명한 동시에 수치스런 장소가 되어버렸다.




또 런던의 남쪽 켄트주에 있는 ‘다운’은 찰스 다윈의 집인 ‘다운 하우스’가 있는데 자오선에서 불과 4킬로미터 떨어져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케임브리지 대학교 트리니지 칼리지에 있는 아이작 뉴턴의 연구실 역시 자오선에서 그리 멀지 않으며 공룡화석이 발견된 곳으로 알려진 라일리지스 절벽이나 과학사에 중요한 업적을 남긴 과학자들,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을 비롯해 지질학의 아버지라 불린 찰스 라이엘, 살균의학자 창시자인 조지프 리스터의 무덤이 있는 웨스트민스트 사원도 본초 자오선과 가까이 있었다.




‘과학의 역사를 따라 걷는 유쾌한 천문학 산책’이란 부제가 붙은 <자오선 여행> 영국 남부의 피치헤이븐에서 시작해 본초 자오선을 따라 브라이튼, 필트 다운, 케임브리지 등의 도시를 찾아 걸어다니는 저자의 여행을 통해 우리는 천문학과 지리학, 생물학, 지질학, 물리학과 같은 과학의 역사를 훑어볼 수 있었다. 또 인간과 우주의 관계와 그 속에 숨은 의문들을 풀기 위해 노력했던 과학자들과 수많은 인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사소한 곁다리 : 그리 쉽지 않은 책이었지만 본문 중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다. 아이의 그림책 중에 <지구 둘레를 잰 도서관 사서>란 책이 있는데, 내용이 <자오선 여행>과 중복되는 부분이어서 읽을 때 많이 참고가 됐다. 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묵의 작품 <내 이름은 빨강>이 본문에 잠깐 언급이 되고 있어서 괜히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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