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마 키 1 - 스티븐 킹 장편소설 밀리언셀러 클럽 86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파도가 치는 바다가 그려진 캔버스. 그 위로 날카로운 칼이  지나갔다. 찢긴 캔버스 위로 뚝뚝 떨어진 붉은 핏방울들...살의를 띈 눈에 칼을 든 사람은 물론이고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진 사람도 없건만 <듀미키> 이 책의 표지를 보는 순간 살짝 소름이 돋았다. 과연 호러 소설의 대가라는 스티븐 킹. <미저리> <쇼생크 탈출> <돌로레스 클레이븐>...을 영화로만 접했는데, 그의 작품을 이제야 드디어 보는구나...실감이 났다.




‘내 이름은 에드거 프리맨틀’이라고 시작하고 있듯 책의 주인공은 에드거 프리맨틀이란 건축사업가다. 그것도 아주 잘나가는 성공남. 나이 쉰이 될 때쯤 4000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그가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한다. 두개골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으며 갈비뼈는 우수수 부서지고 오른쪽 엉덩이도 박살이 났다. 거기에 오른팔마저 잃고 만다. 그런 심각한 부상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건진건 그야말로 기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따지고보면 그렇지도 못하다. 말 한마디를 하려면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엉뚱한 말을 내뱉는가하면 아내와 주위 사람에게 서슴없이 폭력을 휘두르는 난폭한 성격의 소유자로 바뀌고 말았다.




참다못한 아내는 결국 그에게 이혼을 요청하고 에드거는 자신의 재산 중 대부분을 넘겨준다. 단 한번의 사고로 성공과 재산, 건강과 사랑하는 가족까지 한꺼번에 잃어버린 그는 삶의 의욕을 상실하고 급기야 자살을 결심한다. 그런 그에게 담당 주치의는 “조금만 더 기다렸다 하세요”란 말을 한다. 즉 그가 지금 자살을 할 경우엔 두 딸이 입는 상처가 너무 크니까 최소 1년간, 인적이 드문 교외의 휴양지에서 요양을 한 뒤 제대로 하라고 조언을 한다.




플로리다 해안가의 듀마키에 별장을 임대해서 생활하는 에드거는 오래전 그만뒀던 그림을 다시 시작한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동안 그림과 담쌓다시피 살아온 그의 그림이 예사롭지 않다. 사고로 잃은 오른팔이 어느 순간 따끔거리고 바늘로 찌르는듯한 느낌이 올 때마다 그는 그림을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그림은 섬뜩하고 기이하지만 누가 봐도 빠져들만큼 매력적이었다. 거기다 그가 그린 그림이 현실 속에 그대로 벌어지는 게 아닌가. 그는 자신의 그림 속에 숨은 힘을 이용해 현실을 바꿔나간다. 듀마키에서 만난 친구 와이어먼의 눈을 고쳐주고 살인마에게 응징을 가한다. 하지만 그의 힘이 점차 강해지면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에게 불행한 일들이 일어나는데....




책에는 간혹 ‘그림을 그리는 법’이란 짧막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건 엘리자베스란 의문의 노인의 어린시절에 대한 이야기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어서 기억이 오락가락하는 그녀는 간혹 정신이 말짱해질 때 에드거에게 전화를 하고 주의를 준다. 듀마키에 딸들이 머물지 못하게 하라고, 그림을 거기에 두면 안돼. 밖으로 빼내야한다고...처음엔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됐다.




끔찍한 사고로 치명적인 부상과 정신장애를 입은 주인공이 듀마키라는 섬에 머물면서 벌어지는 섬뜩하고 기이한 이야기 <듀미키>. 스티븐 킹의 작품을 처음 읽는 나로선 비교대상이 없어서 이 소설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처음에만 해도 더디기만 하던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가속도가 붙어 급속도로 빨라졌다. 연일 계속되는 열대야의 밤에도 책을 들고 있을땐 오싹 소름이 돋고 왠지모를 공포에 어깨가 으슬으슬해졌다. 이게 스티븐 킹의 위력인가...싶었다. 그의 다른 작품도 만나보고 싶다. 이 작품에 대한 평가는 그 후로 미뤄도 늦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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