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루미네이티드
매트 브론리위 지음, 정영문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일루미네이티드> 이 책을 손에 들고 얼마나 설렜는지 모른다. 책표지를 여는 순간부터 덮을 때까지 책속의 주인공과 내용에 완전몰입해서 읽었던 <다빈치 코드>가 생각나서였다. <다빈치코드>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작 ‘최후의 만찬’이었다면 <일루미네이티드>는 ‘구텐베르크의 성서’였다. 내가 한창 이 책을 읽고 있을때 누가 물었다. 종교가 불교인 사람이 무슨 그런 책을 읽느냐고. 하지만 내게 구텐베르크의 성서는 초면이 아니다. 올초에 오세영 작가의 <구텐베르크의 조선>이란 책을 읽었는데 그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 구텐베르크와 당시의 성서 인쇄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었다. 그런 차에 만난 이 한 권의 책 <일루미네이티드> ‘채색장식’. 마음도 진정시킬겸 양각으로 살짝 도드라진 표지의 제목을 쓰윽 쓰다듬고 읽기 시작했다.




주인공인 오거스트 애덤스는 고대 성서학자다. 희귀한 책을 찾아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니는 그.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자긍심도 강하지만 가족, 특히 아내와의 관계는 원만치 못했다. 결국 아내와 이혼한 오거스트는 파산지경에 이르고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한다. 그것이 바로 구텐베르크의 성서였다. 자그마치 일억달러짜리 성서를 구매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뉴욕행 비행기에 오른 오거스트는 곧 함정에 빠진다.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산드리아란 여자에게서 놀라운 얘기를 전해듣는다. 지금 워싱턴에 있는 오거스트의 아들이 인질로 잡혀있는데 아들을 구하려면 구텐베르크의 성서에 숨겨진 채색장식의 비밀을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와 비슷한 시각 오거스트의 전처인 에이프릴에게도 위기가 닥친다. 그녀가 근무하는 의회도서관에 소장된 <구텐베르크의 성서>을 에이프릴이 훔칠거라는 정보를 얻은 FBI가 그녀를 구속한다. 하지만 동료의 도움으로 탈출한 에이프릴은 오거스트에게서 끔찍한 소식을 듣는다. 그녀가 <구텐베르크 성서>를 홈쳐야한다는 것...그때부터 오거스트와 에이프릴은 인질로 잡혀 목숨이 위태로운 가족을 구하기 위해 저마다 위험천만하고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시작한다.




책은 오거스트와 에이프릴, 아들 찰리가 처한 상황들을 한 챕터씩 차례로 보여주는 구성으로 되어있는데, 등장인물마다 이야기의 배경과 장소에 변화가 생기면서 자연적으로 긴박함을 고조시킨다. 마치 개봉관에서 스릴 넘치는 헐리우드 영화 한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본문 뒤쪽에서 알려준 사이트에서 <일루미네이티트>의 사운드트랙을 다운받아 들으면서 책을 읽으면 틀림없이 심장이 쿵쿵 세차게 뛸거다.




반면에 아쉬운 점도 있다. 이야기의 핵심인 구텐베르크 성서의 채식장식이 그야말로 장식용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오거스트의 입을 통해 성서의 본문 가장자리를 장식한 아름답고도 기묘한 이미지의 채식장식에 숨겨진 의미를 하나하나씩 찾아가는데 중요한 그 채색장식의 크기가 너무 작고 또 흑백이라는 점이다. 자세히 보려고 아무리 들여다봐도 도무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한 페이지 전면에 수록하는게  내용의 흐름상 불가능하다면 중간이나 뒷부분에 따로 몇 장을 첨가해서 수록했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전체적으로 재미는 있지만 그에 비해 마무리가 허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이 책은 역사적인 사실과 인물, 거기에 작가의 상상이 더해져 만들어진 역사팩션물이다. 그러나 책장을 덮으면서 떠오른 생각은 ‘왜? 그래서 뭐?’하는 황당함이었다. 요란하고 화려한 영상의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하는 얘기 “재밌긴한데, 좀...”.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없다는 건 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구성이나 주인공을 비롯한 주변인물의 캐릭터를 개성있게 살렸다면...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