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코필리아 - 뇌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
올리버 색스 지음, 장호연 옮김, 김종성 감수 / 알마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아침부터 늦은 밤 잠자리에 들 때까지 우리는 음악과 함께 생활한다. 달콤한 잠을 깨우는 자명종의 음악을 비롯해 전화와 휴대폰의 벨소리, 초인종, 냉장고나 세탁기에서 들려오는 경고음에서부터 라디오나 쇼핑상가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까지 우리는 그야말로 음악에 둘러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 음악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난 음악에 재능이 없을 뿐 아니라 음악분야 전공자도 아니기 때문에 음악은 그저 듣고 즐길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음악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우리 삶에 엄청나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저자 올리버 색스의 <뮤지코필리아>를 통해 나 자신이 음악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 얼마나 무심하게 여겨왔는지 알 수 있었다.




뮤지코필리아(Musicophilia). 음악(Music)과 사랑(Philia)의 합성어로 ‘음악사랑’이란 의미인 이 책은 ‘뇌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뇌와 음악에 무슨 관계가 있겠어? 하고 미심쩍어 하는 사람들에게 올리버 색스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아니, 무슨 그렇게 섭한 말씀을...인간의 뇌와 음악이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요. 인간과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음악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얼마나 큰데요....




음악 애호가이자 신경과 전문의인 저자는 그동안 만났던 환자들의 사연과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음악이 우리에게 어떤 존재이고 어떤 힘을 갖고 있는지 조목조목 예를 들어가면서 얘기하고 있다.




어느날 번개를 맞고 쓰러진 이후로 갑자기 음악과 사랑에 빠져버린 40대 초반의 의사. 그는 원래 느긋하고 가족적이며 음악엔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번개를 맞으면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음악에 사로잡혔으며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 연주와 작곡에 몰입했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특정한 음악만 들으면 발작을 일으키는 음악발작 환자도 있었고(수술후 특정음악에 의한 발작은 사라졌다) 어떤 음악의 특정 부분이 며칠동안 계속 머릿속에서 울리는 ‘뇌벌레’로 인해 고통을 받는 사람도 있었다. 또 윌리엄스 증후군이라고 해서 지능지수는 낮은데 탁월한 음악성을 보이는 사람, 만화에서나 존재한다고 여겼던 절대음감의 사람, 어린 시절 앓았던 수막염을 계기로 한번 들었던 음은 절대 잊지 않는 사람, 특정한 음정을 들을 때마다 자동적으로 음정과 연관된 맛을 혀로 느끼는 사람, 헤르페스 뇌염에 감염되어 기억이 오직 7초 밖에 유지하지 못하는 음악가...등 책에서 뇌에 생긴 이상이나 질병으로 인해 음악에 대한 이해가 극도로 달라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무리 읽어도 생소한 뇌에 관련된 용어와 평소엔 듣도 보도 못한 질병들은 책을  몰입해서 읽어나가는데 다소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측두엽 간질이니 발작, 투렛증후군이 어쩌구...하는 대목이 나오면 “아이고 머리야” 머리를 싸맸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책장을 덮을 때까지 수시로 앞쪽을 뒤적였다. 우리 인간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음악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저자의 말이 아직은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도 일단 다 읽고 나니 왠지 뿌듯하다. 늘상 듣는 음악이 얼마나 큰 힘과 효과를 발휘하는지 알고 나니 음악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섰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줄곧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음악이 있다. 외항선원이셨던 친정아버지가 휴가로 집에 오시면 매일 아침마다 틀었던 음악이 있다. 오디오 볼륨을 한껏 올려 틀었던 그 음악은 그야말로 기상나팔이었다. 귀에 쩌렁쩌렁 울리는 시끄러운 소리을 피하기 위해 이부자리로 파고들었지만 그래도 그 소리는 따라왔고 우리는 짜증을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늘 앞부분만 조금 들었기에 난 그 음악의 제목도 몰랐다. 그러다 대학 2학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해 겨울, 학교의 음악감상실에서 그 음악을 다시 만났다.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하게... 왠지 익숙한 느낌에 이어 다가온 건 감동이고 그리움이었다. 어린 시절 시끄럽게만 느껴졌던 그 음악에 매료되어 뒤늦은 눈물을 흘렸다. 그건 바로 척 맨지오니의 ‘Feel So Good’. 아버진 우리에게 새롭게 맞은 아침의 기분 좋은 느낌을 전하고 싶으셨던 건 아니었을까.

 

 

 

사소한 뱀꼬리 하나 : 책의 띠지도 진화한다. 띠지는 그냥 둘러진 게 아니라 책 표지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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