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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먼저 그랬어요! ㅣ 모두가 친구 9
가브리엘라 케셀만 글, 유 아가다 옮김, 펩 몬세르랏 그림 / 고래이야기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얘가 먼저 그랬어요!”
어릴때 형제가 많았던 우리집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항상 누구와 누군가가 티격태격 다투고 토라졌다. 그때마다 엄마는 “누가 그랬는데?”하고 물으셨다. 그럼 대답은 당연히...“얘가 그랬어!”
아이는 누구나 마찬가진가보다. 그때의 그 말을 요즘 내 아이에게서 듣는다. 17개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동생이 좀 귀찮게 해도 잘 돌봐주면 좋으련만...늘상 짜증을 낸다. “야, 내 꺼 만지지 말랬지. 부서졌잖아!!” “너, 저리 가!”...그러다가 결국엔 작은애 울음보가 터진다. 무슨 일인가 달려가보면 씩씩거리던 큰애가 말한다, “내가 안 그랬어. 얘가 먼저 그랬어”라고,
고래이야기 출판사의 모두가 친구 시리즈 중 <얘가 먼저 그랬어요!> 이 책은 아이들의 다툼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보여주고 있다.
밤새 잠을 푹 자지 못한 타틴은 아침부터 기분이 나빴다. 잔뜩 화난 얼굴에 팔짱을 꼭 끼고선 길을 걸었다. 걸으면 기분이 좀 나아질까봐...그런데 그렇지 못했다. 걸어가던 중에 만나는 친구들과 사소한 일로 화를 내고 싸운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어른에게 타틴은 화난 목소리로 친구가 먼저 그랬다고 말한다. 길을 가는 자기에게 친구들이 말을 걸거나 시비를 걸었기 때문이라고 친구탓으로 돌려버린다. 그리곤 지쳐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때 고양이 친구를 만난다. 얘가 또 귀찮게 하려나...싶어 막 짜증을 내려는 타틴에게 고양이 친구는 초콜렛을 내민다. “무슨 소리야? 하나 먹어봐.”하고.
기분 나쁜 타틴이 별 것 아닌 일에 친구와 화를 내고 싸우고 다투는 모??냥 지나칠 일을 장난감이 부서졌거나 배고픈데 좋아하는 간식이 없을 때, 엄마아빠가 놀아주지 않거나 친구한테 기분 나쁜 말을 들었을 때 아이는 유난히 짜증을 낸다. 장난이나 호의에도 날카롭게 반응한다.
그때 엄마인 내가 아이가 왜 그러는지 얘기하면서 마음을 이해해주고 잘 다독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가 많았다. 내가 피곤하거나 힘들면 아이의 얘길 들어주기보다 나도 덩달아 짜증을 냈다. 불끈불끈 치솟는 화를 어찌하지 못해 쩔쩔 맸다. 그런 내 모습이 아이들 눈에 어떻게 비춰졌을지, 내 행동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줬을지...생각하면 덜컥 겁이 난다.
사람들은 개인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누구나 폭력성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그 폭력성을 어떻게 관리를 해서 순한 양처럼 만드느냐...하는 거다. 이 책에선 ‘초콜릿’을 내밀었다. 화가 난 아이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캐묻기 전에 일이 왜 그렇게 됐는지 아이의 마음자리를 이해해주고 감싸주라고.
타틴은 화를 내는 대신 친구가 내민 초콜릿을 집어 먹었어요. 하나 또 하나 먹다 보디 기분이 점점 좋아졌어요. “오물오물 냠냠. 오물오물 냠냠.”우스꽝스런 소리도 재미있었고 초콜릿 범벅이 된 친구 얼굴도 웃겼어요...타틴은 이제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표지에 위로 치켜뜬 짙은 눈썹 때문인지 무척 심술궂어 보이던 타틴의 표정이 끝부분엔 한껏 부드러워졌다. 입가에 초콜릿을 잔뜩 묻히고서 웃고 있다. 초콜릿의 위력이 실로 대단하다. 화난 아이에게 백발백중의 효력을 발휘하는 ‘마음의 초콜릿’, 나도 준비해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