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삼국지 1 - 한중일 삼국의 바둑 전쟁사 바둑 삼국지 1
김종서 지음, 김선희 그림, 박기홍 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바둑판에 놓고 싶은 만큼 돌을 올려라. 니가 아무리 많이 올려도 내가 이길 수 있다.”




대학신입생때 바둑을 배우고 싶다는 내게 선배가 이렇게 말했다. 당시 내가 바둑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은 내 돌로 상대편 돌을 감싸 들어낸다는 거였다. 바둑판 위에 검은돌을 몇 줄로 주루룩 줄지어 놓곤 ‘이래도 이길 수 있어요?’...하듯 의기양양해했다. 그다음 잠깐 사이,  바둑판 위에 올려놓은 내 돌들이 사라졌다. 무참히 깨졌다. 완전 참패였다. 내게 바둑의 재능이나 소질이 없는 게 분명했다. 그 날 이후로 난 바둑돌을 잡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바둑 인연은 다시 이어졌다. 20년이 훨씬 지난 후에. 모대학교의 평생교육원 강좌에서 만난 언니가 남편과 바둑학원을 한다는 거였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예전 일을 꺼냈더니 내게 만화책 한 꾸러미를 들려줬다. 알고보면 바둑, 참 재밌으니까 읽어보라고. 그게  바로 <고스트 바둑왕>이었다.




정말 재밌었다. 신의 한 수를 찾기 위한 사이의 열정이 히카루에게 바둑의 길을 열어주고 인도하는 과정과 모습은 무척 흥미진진했다. 농구를 모르던 내가 <슬램덩크>란 만화로 농구의 룰을 알게 됐듯 바둑 역시 <고스트 바둑왕>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알게 됐다. 바둑판 위에 백돌과 흑돌이 늘어선 모양이 내겐 꼭 무슨 암호처럼 보이는데...그게 치열한 전투의 현장이었다니. 새로운 발견, 몰랐던 지식을 알게 해준 만화가 그저 고마울 뿐이다. 23권으로 끝난 게 아쉬웠다. 24, 25권으로 계속 이어지길 바랬는데...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고스트 바둑왕>처럼 바둑에 관한 만화가 있었다. 모인터넷 사이트에서 연재중인 만화가 얼마전 책으로 출간됐다. 이름하여 <바둑삼국지>. 이 책은 <고스트 바둑왕>과 기본 구성부터 다르다. 히카루와 사이란 가상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해서 작가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면 <바둑삼국지>는 실존 인물이 등장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훈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 조치훈과 같은 프로바둑기사들의 실제로 있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진행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1989년 싱가폴에서 열린 제1회 잉창치배 바둑대회의 4국에서 조훈현이 한 집반의 승리를 거두면서 만화는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긴장 속에 진행되는 바둑대회로 조훈현은 컨디션 난조로 고생한다. 그리고 마지막 대국을 치르던 중 마치 환상처럼 그의 과거가 떠오른다. 4살이란 어린 나이에 바둑을 알게 된 그가 서울로 상경해 조남철 국수와 첫만남을 갖고 지도바둑을 두게 됐던 일...이런 내용이 1권에 펼쳐진다. 책 뒤편엔 부록으로 바둑의 입문편이 수록되어 있다. 바둑의 용어에서부터 기보해설, 본문에 나왔던 잉창치배 바둑대회 당시의 조훈현 사진 몇 장이 실려있어서 바둑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실존인물과 실화...를 바탕으로 씌여진 만화. 내용은 무척 흥미롭다. 하지만 그림이 아쉽다. <고스트 바둑왕>을 의식해서 성인을 대상으로 해선지 아니면 실존인물이란 사실에 얽메여설까.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진 그림이 오히려 만화에 몰입하는 걸 방해요소가 되버린 듯하다. 인물의 특징 두어개만 부각시켜 그려도 충분히 누군지 알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바둑돌을 쥔 손!! 그 엉성한 모양새가 어색하기까지 느껴졌다. 다음권에선 이런 것들이 나아졌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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