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밀화로 만나는 동물지식백과 2 - 신기한 동물의 생활
파멜라 히크만 외 지음, 이재훈 옮김, 팻 스티븐스 그림, 권오길 감수 / 청림아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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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심리는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분명히 야단맞을 행동인 줄 뻔히 알면서도 무턱대고 사고치고 무서워하면서도 관심을 보인다. 큰아이는 어릴 때 개에게 손을 물린 이후로 지금까지도 개를 무서워한다. 놀러간 이웃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를 보고선 “귀엽다”...하면서도 막상 강아지가 자기 곁에 다가오면 질겁을 하고 도망가버리곤 한다. 무서우면 아예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될텐데...그러면서도 한번씩 강아지 키우자고 조르니...참, 희한하다. 아이들에게 있어 동물은 가까이 하고 싶은 일종의 동경의 대상...같은 그 무언가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세밀화로 만나는 동물지식백과>는 ‘신기한 동물의 생활’이란 소제목처럼 지구상에 있는 수많은 동물들의 생활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먹이는 어떻게 구하고 어디서 사는지, 짝짓기 철을 맞은 수컷들이 짝을 찾기 위해 화려하게 치장하거나 큰소리로 울고 때로 목숨을 건 싸움까지도 불사한다는 것, 알이나 새끼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동물들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노력을 하는지, 떼를 지어 이동하는 동물들의 이동거리는 과연 얼마나 되는지...와 같은 그야말로 아침에 해가 떠서 오후에 질 때까지 동물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 구어체의 문장으로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처음 알게 된 것들도 많다. 몇 가지 꼽자면 동남아시아 보르네오 섬에 사는 물총새는 알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벌집 안에 알을 낳는다는 것이나 거미가 거미줄에 달라붙지 않는 이유는 바퀴살처럼 뻗어 있는 끈끈하지 않은 부분을 지나다니기 때문이라는 것, 암컷 돌고래 중에 어미가 새끼를 낳는 것을 도와주는 산파 돌고래가 있다는 것...등 동물의 세계는 정말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고 신기하다.




아이들이 동물의 생활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작은 실험실’이란 코너도 돋보였다. 벌집의 방이 왜 원이나 오각형 혹은 사각형이 아닌 육각형인 이유, 거품벌레는 알집을 거품 속에 넣어두는데 그 거품이 잘 터지지 않는 이유를 간단한 도구를 이용해 알아볼 수 있도록 했는데 실험과정이 쉬워서 아이가 무척 재밌어했다.




반면에 둥지를 틀거나 알을 낳을 한적한 바닷가를 찾기 못해 캐나다의 노래물떼새와 바다거북이 지금 사라지기 직전이라는 부분은 너무 안타까웠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세밀화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동물에 관한 지식을 알려주는 책인데 실사, 사진이 최고지 세밀화가 뭐가 좋느냐...고 할지 모르겠다. 나도 첨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사진과 세밀화의 차이는 아주 크다. 사진은 대상의 순간을 포착하기엔 좋지만 시간과 장소, 밝고 어두움에 따라 강조되거나 부각되는 부위가 달라진다. 그에 비해 세밀화는 한 대상을 여러 각도에서 관찰한 것들을 모두 모아 한 장의 그림으로 완성한 것이다. 그래서 사진으로 가려져서 보기 힘든 나비나 토끼의 보송보송한 털이라든지 주름진 피부, 표정들이 더 잘 나타나기 때문에 왠지 따뜻한 느낌이 든다. 또 사진을 볼 때 어른들은 동물과 뒷배경을 구분할 수 있는데 비해 그림이나 사진을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 아이들은 어렵다고 한다. 즉, 실제 형체를 가진 동물인지 어떤 것이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배경인지 분간을 못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동물에 관한 지식을 늘어놓은 책에서 아이들은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 속에서 만난 동물은 아이에게 공부의 대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이가 지금보다 더 많이 동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어른들이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생각해봐야겠다.




우리 어린이들이 동물 친구들과 더 친해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건 상대를 속속들이 잘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리라 믿습니다....관심은 곧 사랑으로 이어지니까요. - 추천의 말 중에서.




참, 한가지 빠뜨린 게 있다. 이 책이 세밀화로 동물들의 털 한 올까지 세심하게 표현한 것만큼 아이들을 위해 세심하게 배려한 것이 돋보인다. 바로 책표지의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한 것. 간혹 아이가 두꺼운 표지의 모서리에 손이나 발, 얼굴에 상처가 나곤 했는데...이 책은 안심이다. 처음 받아들면서부터 마음을 푹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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