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있는 물리학 - 일상과 세상을 다시 이해하는 힘
다구치 요시히로 지음, 오시연 옮김, 정광훈 감수 / 그린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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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를 좋아한다. 건조하고 딱딱한 논리로 똘똘 뭉쳐진 과학의 세계를 그는 쉽고 부드러운 언어로 풀어낸다. 그는 최근 TV프로그램에서 인간이 나이를 먹는 과정은 인체의 수분이 없어지는 과정이라면서 인간에게 수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또 쾌락이나 행복 신호를 전달하는 호르몬인 도파민이 무언가를 기대하고 갈망하고 있을 때, 얻기 직전에 최대치로 분비되지만 막상 얻고 나면 분비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쇼핑하는 과정이나 크리스마스 당일보다 전날인 이브때 더 설레는 거라고 한다. 물리학자이면서 섬세하고 예술적 감성을 지녔기에 사람들은 그를 다정한 물리학자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가 얼마전 심근경색으로 생사의 고비를 넘겼다는 기사에 얼마나 놀랐는지...

 


최근에 읽은 <쓸모 있는 물리학>의 저자 다구치 요시히로는 응용물리학을 전공했다고 하는데 그의 글을 읽으면서 김상욱 교수가 떠올랐다. 한국에 김상욱이 있다면 일본엔 다구치 요시히로가 있다는 느낌?


 

이 책은 학창 시절에 물리를 공부하다 좌절했거나 이제라도 도전해 보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며, 물리 개념을 당연한 법칙처럼 제시하지 않는다. -4

 


일상과 세상을 다시 이해하는 힘이라는 부제의 <쓸모 있는 물리학>은 난해하고 어렵게 여기는 물리의 개념과 법칙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는데 초점을 둔 책이다. 우선 고등학교에서 다루는 물리를 역학’, ‘전자기학’, ‘열역학’, ‘파동’, ‘원자와 분자로 나누어서 다루고 있다. 책에는 물리를 모르는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본문 곳곳에(거의 모든 페이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림을 곁들여서 물리 개념과 법칙을 설명하고 있다.

 


이를테면 1역학에서 빛은 곧게 직선으로 나아간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빛도 휘어진다는 걸 그림을 통해 설명한다. 우주공간이 평평하지 않고 휘어져 있기 때문에 공간의 왜곡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빛의 진행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래서 실제로는 보일리 없는 어떤 건물이나 현상이 눈에 보이는 신기루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간혹 맑은날 해운대에서 대마도가 보인다거나 배가 바다 위를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모두 신기루 현상 때문이다.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사고를 운동량으로 설명한 대목도 인상적이다. 질량이 보존되는 만큼 일정한 속도도 보존되기 때문에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가 바로 멈추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때 운전자가 위험을 인지해서 브레이크를 밟기 시작할 때까지 이동한 거리를 공주거리라고 하는데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쉽게 설명했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전문가의 입장일 뿐이다. 책의 모든 내용을 중고등학교 수준에서 풀어냈다고 해도 단번에 이해하기란 어렵다. 저자의 친절한 설명과 그림을 봐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싶을 때 사뿐히 패스하면 된다. 최대한 부담을 덜어낸 상태로 틈틈이 조금씩 반복해서 읽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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