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양자역학 - 아무도 모르지만 누구나 알아야 할
프랑크 베르스트라테.셀린 브뢰카에르트 지음, 최진영 옮김 / 동아엠앤비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년쯤 됐을까? 연말 극장가에 영화 [인터스텔라]의 돌풍이 일었다. 재미로 보고 즐기는 수준이 아니라 정교한 과학적 장치와 설명을 기반으로 한 SF영화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특히 청소년 자녀를 동반한 학부모의 관람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이 블랙홀로 들어가면서 일어나는 일들, 책꽂이 뒤 표지판이 깨어진 듯 보이는 물리법칙과는 어긋난 것 같은 공간에서 인류의 생존을 위한 정보를 얻는 장면이 있었는데 보면서도 이해될듯 하다가도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스텔라]를 보지 않으면 어쩐지 뒤처질 것 같은 묘한 위기감이 감돌았다고 해야 할까? 여러 겹의 층으로 된 꿈으로 들어가 사건을 해결하는 [인셉션]도 복잡한 양자역학을 흥미롭고 비교적 쉽게 표현했다. 그뿐인가.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수많은 차원, 다중우주의 세계를 오가는 주인공이 손바닥을 돌리며 도르마무 거래를 하러왔다고 외치던 장면은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패러디 되기도 했다.


 

이런 영화들을 보고 나면 자연히 떠오르는 궁금증. 이게 어떤 과학적 법칙을 다루고 있는걸까. 이런 SF영화를 통해 양자역학을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까? 양자역학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그만큼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는데 이런 내게 딱 적합한 책을 발견했다. 바로 <최소한의 양자역학>이다.


 

아무도 모르지만 누구나 알아야 할이라는 부제의 <최소한의 양자역학>은 양자물리학자인 남편과 언어학자이자 극작가인 아내가 함께 펴낸 책이다. 1925년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을 통해 탄생한 양자역학이 2025년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로 유엔에서는 세계 양자과학기술의 해로 지정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만난 <최소한의 양자역학>,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 법칙은 우리와 무관하게 존재한다. 이게 바로 핵심이다. 인간이 자연을 설명하기 위해 수학을 발명한 것이 아니라, 수학이 바로 자연의 언어다. - 25


 

책은 1수학’, 2양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본론이자 주제인 양자역학을 거론하기 전에 양자역학의 기원을 이야기한다. 가장 먼저 언급된 인물이 시몬 스테빈. 탑 꼭대기에서의 낙하실험을 통해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이 틀렸음을 입증한 인물이다. 이후로 갈릴레오 갈릴레이, 아이작 뉴턴, 양자역학의 수학적 계산의 기초를 마련한 윌리엄 해밀턴, 대칭의 질서를 발견한 에미 뇌터 등 양자역학이 탄생하기까지의 역사를 풀어낸다.


 

스테빈의 쿵 소리 이후, 수학을 위한 문법 규칙이 하나씩 발견되었다. 수학은 그 규칙을 얻었고, 물리학은 수학을 얻었으며, 인류는 물리학을 얻게 되었다. - 67

 


2부는 빛이 입자인지 파동인지를 둘러싼 논쟁으로 출발한다.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플랑크, 닐스 보어, 입자의 파장을 구하는 공식을 만든 드 브로이, 그 뒤를 이은 슈뢰딩거의 파동, 그리고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까지... 본격적인 양자역학을 다루고 있다. 보기만 해도 아찔해서 외계의 암호를 의심케하는 수학공식 없이 그림으로 양자역학을 이야기하는 <최소한의 양자역학>. 복잡하고 난해한 과학을 쉬운 언어로 풀어서 설명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양자역학은 쉽지 않았다. 양자역학 500년의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이해하려고 한 것부터 욕심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시도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뒤적여볼 것을 권한다.

 


물리학은 역사적 탐구만큼이나 인간 중심적인 연구로, 존재하는 모든 것을 다루는 학문이다. 이 통찰은 과학적 탐구가 인간의 질문과 관점에 깊이 얽혀 있으며, 관찰자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객관적 진실이라는 개념을 재고해야 함을 일깨운다. -184


 

우리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점은, 우리는 단순히 탄소가 아니라 그 이상이며, 모두 별의 먼지로 만들어졌다는 생각이다. 우리 몸의 각 원자는 한때,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먼 우주의 별에서, 또는 거대한 초신성에서, 또는 충돌하는 충성자별에서 100억 분의 일의 확률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 29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