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의 우리 사람
그레이엄 그린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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빰 빰 빠바 빰 빰 빰 빠바 빰 빰 빠바 따라란~ 따라란~ ♩♩♪

가족들과 [미션 임파서블]을 봤다. 디지털 정보를 모두 통제하는 인공지능 엔티티로 인해 사람들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급기야 엔티티가 인류 전체를 핵전쟁으로 몰아넣는 절체절명의 위기, ‘톰 아저씨에단 헌트와 팀원들은 목숨을 걸고 불가능한 미션으로 뛰어든다. 첩보액션물은 이래야지, 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영화는 스릴과 박진감이 넘쳤다. 하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 고난도의 액션 장면을 소화하는 주인공을 보니 어쩐지 짠하기도 했다.


 

<아바나의 우리 사람>을 읽는 느낌이 꼭 그랬다. ‘쿠바 혁명 직전 혼란스러운 도시에서 벌어지는 비밀 요원의 활약상’, ‘스파이 스릴러란 소개문구를 보고 손에 땀을 쥐는 스릴과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가득할거라 여겼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첩보 스릴러인데도 웃기고 거기다 유머가 있다고 해야 할까? 비밀요원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측은하다 못해 짠내가 났다. 그런데 여기서 이해할 수 없는 건 어찌 보면 부조화이면서 미스 매칭 같은 이 조합이 사람들을 더 끌어당긴다는 점이다. 어쩌나, 이 사람?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길까? 조마조마 걱정이 되면서도 궁금하게 만든다.


 

소설의 주인공은 영국인 제임스 워몰드. 이혼남인 그는 쿠바의 아바나에서 진공청소기를 판매하면서 딸 밀리를 혼자 키우고 있다. 그의 유일한 낙이라면 독일인 의사 하셀바허와 바에서 술 한 잔을 즐기는 것이었다. 십 대의 딸을 키우는 어려움과 서로의 일상을 농담처럼 주고 받으면서. 그런 어느 날 워몰드는 자신의 가게를 방문한 낯선 인물을 경계하듯 긴장하게 된다. 옷차림부터 음성, 말투와 사소한 행동까지 모두 예사롭지 않았다. “영국인이시죠?”라며 대뜸 물어본 남자는 워몰드와 마치 동문서답 같은 대화를 주고 받더니 다시 만날 것이라며 가버렸다. 혹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사람은 아닌지 그 남자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가질법하지만 그에겐 더 큰 걱정거리가 있었다. 바로 딸 밀리. 외모를 화려하게 치장하는 건 십대라서 그렇다고 해도 학교에서의 말썽으로 그가 불려가기도 했는데.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밀리가 돈을 물 쓰듯 하는 거였다. 급기야 밀리가 말 한 마리를 덜컥 구입하면서 워몰드의 걱정은 더욱 깊어져 갔다.


 

그런 차에 우연히 들른 바에서 워몰드는 지난번 가게를 방문한 신사를 만나는데 그의 행동이 심상치 않았다. 대뜸 워몰드를 화장실로 데려가더니 물을 틀어놓고선 알 수 없는 애길 늘어놓기 시작했다. 자신은 영국 정보국 출신인데 우리 사람이 필요하다고. 그러면서 자신을 도와 첩보활동을 해주는 대가로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호손의 말에 워몰드는 그의 제안을 수락하는데...


 

애국심 충만한 영국인이니까요. 당신은 여기서 오랫동안 살았고, 유럽 상인회의 존경받는 회원이죠. 우리는 아바나에 우리 사람이 필요합니다. 잠수함은 연료를 필요합니다. 독재자들은 끼리끼리 뭉칩니다. 커다란 존재들이 작은 존재들을 끌어들이지요.” -48


 

20세기 중반, 냉전이 극심한 때였다. 당시 서구가 정보를 둘러싸고 암암리에 치열한 첩보전쟁을 펼칠 때를 다룬 소설 <아바나의 우리 사람>. 여느 첩보스릴러소설과는 다른 어딘가 살짝 2% 부족한 인물들과 예상과는 다른 스토리 전개, 허를 찔린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흥미로웠다. 저자인 그레이엄 그린은 이 작품이 처음인데 스릴러 소설의 대가라도 한다. 그의 다른 작품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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