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둔의 기억 1 - 제1부 저항군, 제1권 수색
라우라 가예고 가르시아 지음, 고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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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에 판타지소설 열풍을 몰고 온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그 뒤를 잇는 새로운 판타지소설이 출간됐다. 판타지계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영국이 아닌 스페인의 젊은 작가에 의해 탄생한 <이둔의 기억>.




책표지를 보니 저자는 열다섯살 때 이 작품의 배경인 ‘이둔’을 처음 생각해냈고 오랜 세월에 걸쳐 이야기에 살을 붙여 탄탄하고 아름다운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냈다...고 한다. 이쯤되면 안달이 난다.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속알맹이가 궁금해진다.




이 책의 주인공은 잭, 빅토리아, 키르타슈...인데 13살, 12살, 15살의 십대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소년, 소녀가 이둔과 림바드, 지구를 오가며 환상적이면서도 위험천만한 모험을 한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싹트는 엇갈린 사랑...




모험과 로맨스가 2개의 이야기 기둥을 이룬 이 책은 1.2권을 합하면 700페이지를 훌쩍 넘기는 방대한 양임에도 불구하고 쉽고 빠르게 읽혀진다. 이둔이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낸 저자의 상상력이 무척 놀랍다. 책표지에 첨부된 이둔의 지도나 이둔연대기를 보면 저자가 이 작품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내용의 전개구조나 주인공들이 엮어나가는 이야기, 사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허술하다고 할까....아쉬움이 많았다.




흔히 우리의 상식을 벗어난 상상속의 세계를 다루면 모두 판타지 소설이라고 여기는데 그렇지 않다. 저자는 지금까지 어떤 소설에서도 언급된 적이 없었던 이둔이란 특별한 환상의 세계를 창조했음에도 거기에 완전한 생명력을 불어넣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의 세계와 상상의 세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데 이 책에선 그런 장치적 요소가 허술했다. ‘림바드’란 이둔과 지구 사이의 중간계적 세계도 출입은 마법사의 ‘마법’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니...‘마법’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 않은가! 공간이동할 때마다 “....주변이 빙빙 돌기 시작했다.”는 식의 틀에 박힌 표현이 반복되어 재미를 반감시켰다.




또 주변 상황이나 설정을 자세하게 묘사해줘야 할 부분에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알 수 없는’이라든가 ‘....자신만 아는 이상한 공식’, ‘뭔가가’, ‘무언가가’...하는 식의 얼렁뚱땅 얼버무리는 표현이 많았다.




주인공을 한번 보자. 이재복의 <판타지 동화 세계>란 책에 의하면 “고립된 존재인 주인공이 현실공간에서 온갖 어려움과 통과의례를 과정을 거치면서 구원자의 도움을 받아 판타지 세계로 이른다”고 하는데 잭이나 빅토리아의 캐릭터 설정은 좋았다. 주인공의 개성이 문제였다.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 특유의 뚜렷한 개성없이 밋밋한 주인공에게선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




게다가 주인공들이 아슬아슬 위태로운 한판 모험을 벌여도 모자랄 판에 난데없이 로맨스가 웬말인가. 모험과 로맨스...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친 격이 아닌가...싶다.




세 개의 달과 세 개의 태양이 있고 용과 유니콘이 존재하는 나라 이둔...그 세계를 구하기 위해 전설의 무기를 가진 주인공이 나섰다!! 저자의 기획의도는 정말이지 너무나 매력적이다. 하지만 좀 성급했다는 느낌이다. 10년 정도 후에....저자가 나이를 더 먹어서 성숙해졌을때 이 작품을 썼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랬더라면 좀 더 성숙해진 이둔과 멋진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었을텐데...




하나의 작품을 다른 작품과 비교한다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행동인지 알면서도 이 책을 읽는 내내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이 떠올랐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한 판타지 세계와 살아 움직이는 매력적인 주인공들이 벌이는 모험과 사랑에 밤을 새워가며 책에 몰입했었다. 거기에 비하면 이 책은....




<이둔의 기억>은 출간된 1부 <저항군>에 이어 2부 <트리아다>와 3부 <판테온>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과 아쉬움도 컸기에 갈등이 된다. 마무리를 지켜봐야 하나...그냥 여기서 끝을 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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