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끝나기 전 꼭 해야 할 12가지 풀빛 청소년 문학 4
비외른 소르틀란 지음, 김라합 옮김 / 풀빛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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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학생 때였나?...아이들 사이에 이런 소문이 돌았다. 2000년이 되면 3차 대전이 터져서 지구가 멸망할 거라고...지금 생각하면 허무맹랑한 그 소문이 그 당시 우리에겐 무척 심각했었다. 2000년이면 내 나이가 몇 살인데...어른이 되면 내가 하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데, 그 때 난 결혼을 했을까? 아이는? 혹시 깐깐한 노처녀로 늙고 있는 거 아냐?...하는 친구가 있는 반면에, 그래도 젊을 때 생을 마감하는 게 더 멋지고 아름다울 것 같다는 의외의 얘기를 하는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그 소문이 우리곁에 한두달 머문 뜬소문이 되었듯 2000년에 3차 대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나는 첫 아들을 출산했다. 지구가 멸망하는 게 아니라 나의 또다른 삶, 어머니로서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세상이 끝나기 전 꼭 해야할 12가지> 이 책의 주인공인 테레제는 어느날 갑자기 엄청난 소식을 듣는다. 엄마와 아빠가 헤어지기로 했다는 것. 열 네 살의 평범한 소녀에겐 그야말로 세상이 와르르 무너지는 듯한 소식...




번쩌어어어억! 이게 영화이거나 텔레비전 드라마라면 나는 “안돼에에!”하고 소리치며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재킷도 입지 않고 빗속으로 뛰쳐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나는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그 자리에 뿌리 박힌 듯 앉아 있었다. 음악도 켜지 않은 채로. - 17쪽.




어느날 갑자기 부모님이 이혼을 통보하면서부터 테레제는 세상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언젠가 세상이 끝날거라고, 그 전에 꼭 해야할 일을 찾아봐야겠다고...결심한다. 얼마전에 전학온 푸른 눈의 멋진 소년, 한 눈에 반해버린 얀을 공범으로 삼는데...




하지만 이것만으론 사건이 전개되지 않는다. 여기에 테레제의 자폐증 언니 이레네와 아픈 과거를 안고 살아가는 할아버지가 등장하면서 테레제의 이야기가 한층 풍성해진다.




표지그림만 보면 당돌한 꿈많은 사춘기 소녀의 일상...정도로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실제 속내용은 그렇지 않다. 테레제가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적어놓은 일기를 내가 몰래 읽어나가듯 쉽게 읽혀지는 속에 오히려 생각해야할 것들이 숨어있다.




마치 예전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테레제 역시 그 나이 또래의 아이라면 심각하게 여길 지구의 종말과 그에 대비한 목록...결코 가볍게 여길 것만은 아니었다.




이 책에선 할아버지의 전화 속 응원으로 테레제는 자신의 마음을 얀에게 드러내는 것으로 끝나지만 나는 오히려 그 나중이 더 궁금해졌다. 그 다음 테레제와 얀은? 이레네는? 그리고 할아버지는?? 테레제의 고민은 그걸로 해결이 된걸까? 할아버지는 무거운 마음의 굴레를 덜어내셨을까?




생각해보면 정말 별 것도 아닌 걸로 며칠동안 끙끙 고민하는 사춘기 아이의 일상이 무척 순수하게 여겨졌다. 예전의 내 모습을 얼핏 엿본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그리고 나도 목록을 한번 뽑아볼까...생각중이다.




하지만 책 속에 정말 아리송한 대목이 있었다. 




63쪽 5째줄, 9월에는 허리케인 ‘휴고’가 시속 3260 킬로미터의 미친 듯한 속도로 미국 동부 해안을 휩쓸어... --> 시속 3260Km?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허리케인의 5등급은 156(250km)마일 이상의 초강력 허리케인으로 지상에 서 있는 나무는 모두 쓰러뜨리고, 일반 주택과 작은 빌딩을 뒤엎고, 강을 잇는 다리까지도 쓰러뜨린다는데 3260킬로미터라니...오자가 아닐까? 아니면 숫자 0이 추가된 걸지도.....







<마음에 와닿은 대목>




“아, 참, 그리고 여쭤볼 게 있는데요, 사람은 언제부터 어른이에요?”

“자기가 믿는 것을 행동으로 옮길 용기가 있을 때 어른이라고 할 수 있지.” - 133~134쪽




사랑을 발견하더라도 그 사랑을 결코 세상에 드러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을 지키기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 사랑을 지키려고 누군가의 도움에 의지하고 있다. - 172~173쪽.




“남자들은 뭐가 자기에게 가장 좋은 건지 모른단다. 잘만 하면 한 가지 일로 여러 가지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걸 모른단 말이야. 그러니 너무 오래 망설이지마, 테레제. 그냥 입을 맞춰 버려....무엇보다 용기를 내. 언젠가는 너도 죽게 될 테니까 ” - 176쪽.




진실하다는 건 아주 좋은 것이다. 그 반대일 때는 모든 것이 거꾸로였다. 이제 모든 것이 도로 전과 같아졌다. 단지 새로울 뿐. 한순간 나는 내가 깨어있고 준비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그것도 좋은 시작. ‘배고픈 물고기만이 건강한 물고기다.’ - 1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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