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흙집짓기 - 원형흙집짓기
고제순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큰아들이 학교에 입학하고 처음으로 40일간의 여름방학을 맞았다. 그리고 4분의 1이 지났다. 학기중은 물론 방학때도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들의 요즘 하루 일과는 한마디로 뒹굴뒹굴...이다. 학교 수업시간에 여름방학 계획표를 번듯하게 만들었건만 방학 첫 날부터 장식용이 되버렸다.




빽빽한 아파트 숲을 벗어나 자연을 느끼게 해주고  싶지만 어린 동생이 있어 그것도 쉽지가 않다. 그렇다고 시골에 친척이 있어서 놀러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아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어릴적 내 소원은 ‘방학때 시골 친척집에 놀러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모든 일가친척이 도시에 있는지라 이 소원은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큰아들도 나와 같은 소원을 품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일주일만에 흙집짓기> 이 책을 처음 손에 들었을때 얼마나 흥분되던지...건축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일주일이면 흙집을 지을 수 있다니 내 마음속에선 벌써 멋진 집 한 채가 지어지고 있었다.




자신을 흙집지기라 일컫는 이 책의 저자는 철학을 전공하고 오스트리아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자신의 몸과 마음과 영혼이 조화로운 삶을 살고 있지 못하다는 것에 강한 회의를 느끼고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한 공부를 시작한다. 자신의 보금자리를 손수 지으려는 사람들을 위해 흙집 학교를 열어 6박7일간 흙집짓기 강좌도 마련했는데 그 강좌 내용을 다듬은 것이 바로 이 책 <흙집짓기>인듯하다.




본격적인 흙집짓기에 앞서 왜 흙집을 지어야 하는지, 시골생활로 전환하는데 있어서의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하고 해결했으며 어떤 준비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해 책의 서두에 얘기하고 있는데 읽으면서 역시 철학교수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철학강의를 듣는 듯 사색적인 문장과 사물이나 자연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시각이 다소 어렵게 느껴지면서도 공감을 불러왔다.




이 책에서 가장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는 부분이 흙집을 짓는 과정이다. 각 단계마다 관련 사진과 설명이 함께 곁들여져 있는데 건축에 문외한인 나로선 그 설명이 얼마나 자세한지, 부족한 점이나 보완해야할 점이 어떤 것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었다. 다만 구들이나 윗목, 서까래, 너와 같이 낯익은 말들이 정감을 느끼게 했다.




자연으로 돌아가 식, 주, 의생활에 자립하는 삶이 얼마나 가치있는지 알려준 고마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왜 제목에 ‘일주일 만에’란 대목을 넣었을까. 흙집 짓는 것이 그만큼 간단하다는건가.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고 나니 흙집 짓는 일이 아무리 쉬워도 숙련된 사람이 아니고선 결코 일주일만에 완성하지는 못할 것 같다. 세세하게 신경써야 할 것이 어디 한두군데인가. 왠지 저자의 흙집학교 강좌를 의식한 듯해서 씁쓸했다.




걸핏하면 전원주택이니 황토집을 들먹이는 내게 신랑은 매번 이렇게 일침을 놓는다.

“야, 전원주택 사는 친구 집에는 가끔 뱀도 나온단다. 니는 벌만 봐도 호들갑 떨면서 그런데 살 수 있나? 화장실은 어쩔건데?”

사실...그 문제에 관해 답이 없다. 지금보다 나이를 더 먹고 얼굴에 주름살이 자글자글해지면 겁쟁이도 다소 대범해지려나? 아니, 그 전에 먼저 해야할 일이 있다. 신랑을 흙집학교에 보내는 거...




<책에서 기억하고 싶은 대목>

집짓는 일은 일종의 자기교육, 자기수양의 과정이기도 하다. 온전한 자신을 되살리는 성스러운 작업이기도 하다.

 

돌쌓기에는 잘난 돌 못난 돌이 따로 없다...각각의 돌은 그 모양대로 그 크기대로 쓰임새가 있고 자신의 고유한 자리가 있다. 자신의 교유한 존재이유가 있는 것이다.

흙을 떠난 삶은 생명을 떠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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