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부터 나일까? 언제부터 나일까? - 생명과학과 자아 탐색 발견의 첫걸음 4
이고은 지음 / 창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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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랜 의문 하나. 내가 늙어서 치매에 걸린다면, 그때의 일까? 아니면 나에 대한 기억을 잃었으니 그땐 가 아닌 걸까? 두말 없이 그때의 나도 나야!”라고 말하고 싶지만 자꾸 망설여진다.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질까봐서.

 


의 시작도 그와 비슷하다. 언제 어느 단계부터 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세포단계부터인가, 수정란 단계부터인가. 아니면 세상에 태어나는 바로 그 순간부터인가. 아이들이 어릴적에 종종 질문을 했지만 한 번도 속 시원하게 대답해주지 못했다. ? 나도 잘 모르니까. 만물의 영장이란 인간으로 태어나 살아가지만 는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답을 아직도 찾지 못했다.

 


이제 그런 고민은 접어두어도 될 것 같다. 최근 출간된 창비출판사 [발견의 첫걸음] 시리즈인 <세포부터 나일까? 언제부터 나일까?>에서 의 출발, ‘의 시작에 대한 질문을 쉽고 흥미롭게 풀어내었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나는 누구일까?’에서 에 대한 탐색을, 2우리는 누구일까?’에서는 우리로 대상을 확장하여 생각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나는 누구인가. 생명과학계의 오랜 질문이기에 내용이 난해하지 않을까, 솔직히 걱정을 했다. 하지만 얇고 작은 사이즈의 책, 거기다 누군가와 이야기하듯 구어체로 풀어쓴 문장 덕분에 생명의 기원이란 거대한 주제를 쉽게 읽을 수 있었다. 하나의 챕터마다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이 이어지는데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관련된 실험을 통해 설명해 놓아서 읽는 내내 아하하고 무릎을 쳤다.

 


이를테면 내 몸은 내 맘대로 할 수 있다고 하지만 나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건 대뇌뿐이라는 것.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그 대뇌조차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님을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고 한다. ‘언제부터 나인가에 대해서도 저자는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이야기한다. 정자와 난자부터? 수정란이나 세포분열부터? 아니면 심장박동이 시작되는 순간? 그렇담 뇌가 깨어나는 순간? 과연 언제부터일까.

 


영화를 통해 접했던 것들, 인간복제를 비롯해서 안면이식, 뇌이식, 인공장기 등에 관한 이야기도 언급되어 있어서 흥미로웠다. 또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을 이야기하면서 몇 년 전 한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 [알쓸@]을 통해 소개되었던 내용(1598년 노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이 숨을 거두기 전 내쉰 마지막 숨에 들어 있던 질소 분자 1개를 지금 우리가 1회 호흡할 때 들이마실 확률)이 수록되어 있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엉뚱한 질문이니까. 경험해보지 않은 거여서 깊게 고민하거나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만 다르게 해도 눈앞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펄쳐진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청소년 대상이지만 성인이 읽기에도 손색없는 책. 이제라도 만나서 천만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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