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역사, 숨겨진 비밀을 밝히다
장장년.장영진 지음, 김숙향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역사는 무척 재미있다. 알고보면. 하지만 학창시절의 내게 역사는, 아니 국사 과목은 장애물 경기와 같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암기할 것들이 줄줄이 나타났으니까. 간혹 생각해본다. 그때 역사가 이렇게 재미난 건줄 알았다면 내 인생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하고.




‘잠들어 있던 위대한 역사를 깨워라’는 부제가 붙은 <세계역사, 숨겨진 비밀을 밝히다> 이 책은 한 권의 재미있는 역사서다. 사소한 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새로운 방식의 역사서...라고 서문에서 밝혔듯 역사 속에 숨겨진 비밀이나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풀어놓고 있다.




예를들어 인도의 갠지스강이 시체나 화장하고 남은 재가 매일 버려지는데도 생각만큼 오염도가 심하지 않다는 것이나 벨기에의 오줌싸개 동상에서 오줌처럼 나오는 재료를 명절이나 경축일엔 맥주로 대신하는데 그 이유가 행운을 가져온다고 믿기 때문이라는 것, 고대 그리스의 인물조각상은 왜 모두 나체인가...하는 것들은 어찌보면 몰라도 그만인 것들이다. 하지만 알아두면 맛깔난 양념처럼 생활이 훨씬 풍요로워질 것 같다. 일단 사람들과의 대화 소재가 풍성해지니까.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들도 많았다. 인도 타지마할의 대리석을 영국군이 훔쳐서 본국에 팔려고 했지만 인기가 없어서 그만뒀는데 그 덕분에 타지마할이 오늘날까지 보존될 수 있었다는 것과 타지마할의 순백색이 어떻게 유지될까...그동안 궁금했는데 그에 대한 답도 찾았다. 또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는 바빌론의 공중정원은 도저히 상상조차 되질 않는다. 요즘처럼 과학이 발달한 시대도 아닌데 지상에서 25미터의 높이에 정원을 짓다니...그러고보니 타지마할과 공중정원은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왕비를 지극히 사랑한 왕에 의해 지어졌다는 것...역시 사랑은 위대하다!!




그 외에는 우리가 익히 아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영국의 문화재 약탈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며 2차 대전 당시 나치의 만행은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특히 바그너를 열렬히 숭배한 히틀러가 유태인들이 가스실로 끌려가는 순간에도 바그너의 음악을 틀었다는 것. 물론 이 책에선 그 음악이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알려진 바로는 유태인들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들어야 했던 음악은 바로 ‘숭고미’ 넘치는 선율의 탄호이저 중, ‘순례자의 합창’이다. 그 기억 때문에 유태인들은 탄호이저 서곡을 들을 때마다 공연히 마음이 불편하다고 한다.




이렇게 <세계역사, 숨겨진 비밀을 밝히다>에는 새롭고 재미있는 역사 속 얘기들, 결코 생각지 못했던 의외의 얘기들, 잔인하고 참혹한 얘기들을 10개의 소제목에 맞게 잘 배합되어 있다. 하지만 만족할 만큼의 내용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숨겨졌던 비밀이 이제야 속을 드러내겠구나...하고 잔뜩 기대했는데 포장을 벗겨보니 웬걸? 알맹이가 많이 부실한 느낌이 든다.




예를들어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하는 내용, 2차 대전이 종전되고 난 후 일본 천황에게 전범의 죄를 묻지 않은 까닭은 무엇인가...하는 대목에선 그 당시 일본 천황이 맥아더와 1:1 대화를 나눴는데 그때 천황에게 호감을 느낀 든 맥아더가 천황의 체포를 반대했다는

정도로만 언급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본문에 삽입된 자료사진이 적갈색톤이라 알아보기 힘들었을뿐더러 부분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거꾸로 기술해놓았다. 이슬람 국가에서 [코란]을 외우면 감형이나 석방을 해줬다는 대목에서 1998년이 1988년의 내용보다 먼저 소개되어 있고 모나리자가 해외에서 전시될 때의 일화를 소개하는 대목에서도 1963년 -> 1954년 -> 1951년의 순서로 서술되어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을 설명할 때도 길이, 넓이가 일치되지 않고 혼용되어 있다. [모나리자]의 경우 길이를 세로, 넓이를 가로의 의미로 표현했는데 [최후의 만찬]에선 길이를 가로, 넓이를 세로로 쓰고 있다. 그냥 가로, 세로로 제시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한마디로 이 책은 세계역사의 숨겨진 비밀을 밝히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생각이다. 본문에 언급된 내용의 가짓수도 너무 많았다. 2차 대전에 관련해 유태인이나 히틀러에 대한 것이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몇 번 언급이 되고 있지만 그것 역시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역사 속의 숨겨진 비밀을 밝힌 게 도대체 뭔지...저자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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