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1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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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부터 보기 시작한 미드가 있다. 죽어도 죽지 않는, 좀비로 인해 사람들은 목숨을 잃고 간신히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그들끼리 모여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간신히 평온을 되찾은 이들을 방해하고 위협하는 세력이 나타나면서 사람들은 이제 좀비는 물론 사람들과도 목숨을 건 치열한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만다.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고 존립을 위해 좀비가 아닌 사람들을 죽이게 되는 지경에 이르자 사람들은 혼란을 느끼고 서로 갈등을 빚는다. 그럴 때 해결책을 제시하고 앞장서서 달려가는 것은 언제나 집단의 리더였는데 그 장면에서 떠오른 생각은 리더란 역시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란 것이다. 이런걸 드라마를 보고 느끼다니 놀랍다고 해야 할까 의외라고 해야 할까.



미드와 유사한 상황이 소설 속에서 펼쳐졌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문명>은 전염병과 테러, 전쟁으로 인해 황폐해진 지구가 배경이 된 작품이다. 첨단과학의 힘을 빌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던 인류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기 시작한 쥐떼의 공격을 받고 문명 그 자체가 송두리째 무너질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그때 짠 하고 등장한 생명체가 있으니 바로 고양이였다. 쥐떼의 공격을 물리치고 지구에 자신들 고양이의 문명을 건설하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가진 고양이 바스테트의 모험이 펼쳐진다.


그 뒷이야기가 최근에 출간된 <행성>에서 이어진다. 쥐떼와 전염병으로 아수라장이 된 파리에서 암코양이 바스테트는 무리와 함께 배를 타고 탈출한다. ‘마지막 희망’호를 타고 바다 건너 닿는 곳은 살기 좋으리란 희망을 품고서. 하지만 눈 앞에 펼쳐진 뉴욕의 풍경에 그는 충격을 받고 만다. 뉴욕 역시 파리처럼 쥐떼가 점령하고 있었던 것. 사방이 온통 갈색 쥐 투성이였다. 바스테트를 비롯한 일행은 할 말을 잃고.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각자 다른 의견을 내놓는 가운데 갑판에서 비상 사이렌이 올려퍼진다. 쥐들의 공격이 시작됐다고. 닻줄을 타고 벌써 갑판으로 올라왔다고.


고양이-인간 엽합군은 돼지와 개까지 힘을 합쳐 맞서지만 한국전에서 중국의 인해전술처럼 끝없이 밀고 들어오는 미국 쥐떼의 공격에 치병타를 입고 만다. 처음 배에 올랐던 이백여 명이 겨우 일곱으로 줄어들었다. 목숨을 잃은 동료와 친구들을 위해 제대로 애도를 가질 여력도 없는 상황, 그때 해안의 한 고층 빌딩 꼭대기에서 반짝 하고 섬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길고 짧은 신호는 바로 모스부호였고 'C.O.M.E'이라는 의미였다. 흐밍호에 계속 머물자니 자신들을 호시탐탐 노리는 쥐떼의 공격을 감당할 수 없고 그렇다고 바다 위에서 해안가의 고층건물까지 어떻게 갈것인가.


소설 <행성>은 이전에 출간된 <고양이>와 <문명>에 이어지는 내용이지만 앞선 작품을 읽지 않아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본문에 지난 이야기가 간략하게 언급되어 있어서 스토리를 짚어가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베르베르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그의 상상력이 풀어내는 세계와 이야기에 놀라게 된다. 인간이 아닌 동물, 고양이의 시선으로 풀어가는 소설, 2권에선 바스테트 일행에게 어떤 모험이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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