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하나에 사계절 그림책
김장성 지음, 김선남 그림 / 사계절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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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을 벗어나 시골길을 가다보면 줄지어선 가로수 중에서 유독 가지에 둥지를 이고 있는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그것도 둥지가 하나인 나무보다 두어개 이고 있는 나무가 웬지 푸근해 보인다.

 

얼마전부터 자동차 앞자리에 앉기 시작한 아들은 둥지가 있는 나무가 보일 때마다 내게 알려준다. “엄마, 엄마! 저기!!....둥지가 하나....하나 있다!!”  작년말에 동생이 태어나고 봄을 지나 여름이 오도록 가족 나들이는 드라이브로 대신했다. 가까운 산에 올라 초록으로 가득한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데...

 

표지 앞면을 무성한 초록잎으로 가득 메운 이 책, <나무 하나에>를 얼마나 들여다봤을까. 보고 있자니 나뭇잎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일 것 같다.


나무 하나에 깃든 생명은 얼마나 될까. 예전의 나는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인 줄 알았다. 둥지가 하나이든 혹은 둘이든 그 속을 터전삼아 살아가는 산새들만 있는줄 알았는데...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었다.

나무 밑동의 구멍엔 다람쥐 가족이 살고 가지 위 둥지엔 오목눈이 가족, 나뭇진을 먹는 벌레들, 꼬물꼬물한 애벌레..등 우리가 일부러 들춰보지 않는한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이 더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이 책은 속도를 내어 읽으면 제 맛을 살리지 못한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천천히 넘기면서 나직한 목소리로 읽어보라. 짧은 문장과 시원한 그림이 어우러진 잔잔한 감동을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다.

특히 제일 뒷부분에서 책장 하나를 옆으로 넓게 펼침과 동시에 눈앞에 드러난 광경은....정말 압권이다. 그 속에 존재하는 산은 지금까지 내가 보고 느껴왔던 평범한 산이 아님을...깨닫게 된다.

하지만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이 그림책을 4~6세의 유아가 대상이라고 되어있다는 점이다. 글자보다 그림이 위주가 된 책이라고 해서 모두 유아도서인 건 아니다. 그림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것을 온전히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나이! 그게 바로 권장연령이다.

그렇게보면 이 책은 적어도 초등저학년이나 중학년 정도의 아이에게 적당하다. 목록에 소개된 권장연령을 100% 믿어선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아이들 책에는 권장연령이 따로 있을 필요가 없는 게 아닐까. 권장연령보다 언제나 아이의 독서력을 우선으로 해야한다는 것, 잊지말자.

책장을 덮고 뒷표지를 보니 이런 글귀가 있다. “생명을 품는, 생명을 기르는, 생명을 이루는 나무 이야기”

순간, 이거구나!! 싶었다. 마지막장을 펼칠 때 뭔가 확 밀려드는 느낌이 바로 이것이었구나... 
 


 

 

낮고 높은 산 속에

그 많은 식구들을 다 데리고 사는

꼭 그런 나무가

몇백, 몇천, 몇만....


나무는, 숲은 단순히 산소를 내품는 허파가 아니다. 수많은 생명을 품고 기르는 나무와 숲은 어머니와 같다. 그 편안하고 포근한 품에 어서 안겨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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