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미래로 흐른다 - 빅뱅부터 현재까지, 인류가 탐구한 지식의 모든 것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이승희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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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 출신에 자연과학을 전공했지만 졸업 후 과학책을 즐겨 읽지는 않았다. 사회현상과 과학이 교차하는 내용을 다룬 책이나 과학계에서 이슈가 된 몇 권의 책을 읽은 것이 고작이었다. 더 절망적인 건 그중에서도 완독한 책은 겨우 절반 정도에 그친다는 것. 호기심에 집어 들었던 많은 과학책이 읽다가 덮은 상태로 오래오래 이어졌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속에 숨겨진 과학, 물리학의 이야기를 담은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는 조금씩 꾸준히 진도가 나가고 있지만 새해 들어 재도전한 <코스모스>는 초반에 또다시 멈춰버렸다. 아직은 포기한 게 아니니 좌절하기엔 이르지만 어느 정도는 의기소침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한 권의 책을 집어들었다.


<과학은 미래로 흐른다>의 첫인상은 ‘작고 가볍다’. 한 손에 잡힐만큼 책 사이즈가 작고 본문 페이지가 260여쪽 정도로 분량면에선 부담이 적다. 하지만 [빅뱅에서 현재까지, 인류가 탐구한 지식의 모든 것]이란 부제만 보면 또 마냥 가벼운 책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빅뱅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문명과 과학 발달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그 모든 것을 이 책에 다 담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틀림없이 과학사의 중요한 핵심만을 추려서 담았을테고 그것은 곧 책의 모든 내용이 쉽지 않으리란 걸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일테니까 말이다.


책은 7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성서가 천지 창조를 7일에 걸쳐 설명’한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본문의 내용은 ‘빛과 에너지’ ‘우주 속의 지구’ ‘생명에 대한 시산’ ‘호모 사피엔스와 인간 게놈’ ‘역사의 변혁’ ‘인간과 기계’ ‘예술을 위한 시간, 혹은 과학에서 진리로’라는 소주제를 보면 각 챕터의 내용이 개별로 존재하면서도 서로 연관관계 속에 이어지고 있다.


부담없이 가볍게 다가선 책읽기는 몇 장 넘기지 않아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과학상식이라고 하기엔 내용이 깊었다. 이를테면 가장 먼저 수록된 ‘빛과 에너지’에서 단순히 빅뱅을 넘어선다. 태양빛이 식물의 엽록소를 통해 흡수해서 양분과 에너지를 얻는 대목은 학창시절에 배웠지만 그냥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가만 생각해보면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빛이 에너지가 되고, 빛이 전기로 변하는데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신기한, 기적에 가까운 그 과정을 왜 한번도 의문을 품지 않았을까. 뿐만 아니라 물리학에 낭만주의가 등장할 줄이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혁명을 다룬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몇 년 전에 칸트의 <실천이성비판>을 읽을 때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표현을 접했는데 왜 그런지 단순히 사고의 혁신이 전부인가 했는데 본문에 그에 대한 언급이 있어서 반가웠다.


명절을 앞두고 본가로 향하면서 <과학은 미래로 흐른다>을 가방에 챙겨 넣었다. 명절음식 장만하는 과정은 분주함과 지루함 사이를 수차례 반복하는 것이기에 틈틈이 읽을 생각이었다. 또 명절 전날 불면의 시간에 읽으려고 간이 북스탠드도 챙겼는데 이번 명절에 가장 잘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책에 언급된 과학의 역사를 극히 일부밖에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후 과학서적을 읽을 때 <과학은 미래로 흐른다>는 좋은 마중물 역할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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