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구둣방 - 소리 없이 세상을 바꾸는 구두 한 켤레의 기적
아지오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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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에 족저근막염 진단을 받았다. 평소에도 운동삼아 많이 

       걷기는 해도 통증은 없었다. 하지만 8년 전에 친정엄마가 병원                 에 입원하시면서 집과 병원을 매일 왕복했다. 제한된 시간 내에 

       볼일을 마치기 위해 발을 재빠르게 움직였다. 발에 무리가 간 상               태로 오래 지속된 탓이었을까. 걷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욱신거리

       는 통증에 밤잠을 설치는 지경이 되어서야 병원을 찾았다. X레이                를 찍니 발꿈치에 뿔 같은 게 삐죽 돋아난 게 보였다. 의사는 

       “너무 부지해서 생기는 병”이라며 치료와 더불어 두 가지를 당부                했다. 걷는 걸 줄이고 편한 신발을 신으라고.

가격과 착용감을 모두 만족시키는 운동화를 찾기란 어려웠다. 적당한 가격에 예쁘게 빠진 운동화는 대체로 발볼이 좁았다. 발볼에 맞추기 위해 치수를 크게 하면 오히려 발이 더 피곤하고 다리도 부었다. 엄청난 소음과 따끔따끔한 통증을 참고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고 미친 듯이 가렵다는 봉침도 맞으면서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금은 거의 반포기 상태라고나 할까. 걸으면서 짬짬이 스트레칭 하고 저녁엔 아킬레스로 이어지는 종아리 근육을 풀어주면서 통증이 더 심해지지 않을 정도로만 유지하는 게 전부다.


‘아지오’를 알게 된 건 문재인 대통령의 신발을 통해서였다. 닳을대로 닳아버린 신발 밑창을 보고 저 신발은 도대체 얼마나 편하길래 저렇게 되도록 오래 신으셨나 궁금했다. 대통령의 신발은 순식간에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당연히 신발을 제작한 업체 ‘아지오’에도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시각장애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서 청각장애인들이 신발을 제작한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놀라고 감탄했다. 하지만 그때 ‘아지오’는 이미, 폐업한 상태였다.

여기서 일하면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사회에서 제 몫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직원들에게 호기롭게 말하지 않았던가. 결과적으로 그 약속은 희망고문이 되어버린 셈이었다. 멀쩡한 얼굴로 직원들을 볼 낯이 없었다. (……) 모든 게 자신의 탓이라는 생각에 유석영은 마음이 찢기는 고통을 느꼈다. -16쪽.

한 땀 한 땀 실과 바늘을 놀려 구두를 짓듯 제작된 책 <꿈꾸는 구둣방>. ‘아지오’가 궁금해서 선택한 책의 ‘첫인상’은 ‘정성’이었다. 아지오의 구두는 천연가죽으로 된 신발이라는 걸 드러내듯 가죽 질감의 표지에서, ‘당신이 편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산 사람 치고 발이 무사한 사람이 없다’는 속지의 문구까지. 미처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감동이란 것이 훅 치고 들어왔다. 난 정치인도 아니고 유명연예인도 아닌 평범한 50대의 전업주부일 뿐인데 이런 나에게 공감해주고 지금까지 고생 많았다며 위로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아지오의 대표 유석영씨는 후천적 시각장애인이다. 앞을 볼 수 없다는 악조건에도 그는 굴복하지 않았다. 시각장애인에서 방송인으로,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주어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며 ‘신발만드는풍경’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빨리, 많이’가 아닌 ‘제대로 만든 수제 고급화’를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인 이야기가 <꿈꾸는 구둣방>에 수록되어 있다. 첫주문으로 ‘수녀화 300켤레’를 받고 나는 듯 기뻤지만 제작과정은 험난했으며 아지오를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이야기, 대선후보였던 문재인과의 만남과 낙선 후 아지오가 문을 닫은 것까지.

그리고 바로 그 일이 있었던 것이다. 5.18 묘역에서 무릎 꿇고 참배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낡은 구두 사진 한 장.

‘대통령의 구두’로 대박을 일으켜 승승장구하는 업체일거라 생각했던 아지오는 개업 3년 만에 폐업이라는 실패의 과거를 간직하고 있었다. ‘대통령의 구두’로 인해 경영에 대한 지식도 탄탄한 자본도 없이 출발한 아지오가 어떤 목적과 마음으로 신발을 만들었는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이후 아지오는 기적적으로 다시 재기를 한다.

‘아지오’란 이름이 무슨 의미일까 궁금했다. 책을 읽기 전에 난 ‘아지오’가 ‘알지요’는 아닐까 생각했는데 본문에 이름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아지오’란 이탈리아어로 ‘편안한’ ‘안락한’이란 뜻이라고. 아지오는 알지요. 어떤 구두가 진짜 편안한지 알지요.

      패자는 말이 없다지만 우리는 실패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                실패하고 나서야 깨닫는 것이 있다. 우리의 실패와 거기에서 얻은 

      깨달음을 나누면 누군가는 실패하지 않고도 실패의 원인을 알고 

      그것을 경계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실패가 누군가에게는 교훈

      과 지혜가 될수 있지 않을까. - 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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