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보내고
권현옥 지음 / 쌤앤파커스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남동생이 군입대할 때가 생각난다. 1남 6녀의 막내에 3대 독자 귀하디 귀한 몸으로 태어난 남동생은 신체검사를 할 필요도 없는 6개월 방위소집 대상자였다. 4주 훈련 기간을 제외하면 집에서 출퇴근을 하는 방위병인데도 동생이 입대를 했을 때 엄마는 노심초사 그 자체였다. 입 짧은 놈이 맛없는 군대밥을 어찌 먹겠냐..말 주변 없는 놈이 말이나 제대로 하겠냐..고 걱정 또 걱정이셨다.


지금도 친정식구들이 모이면 엄마는 간혹 말씀하신다. 동생이 신병훈련을 받고 처음으로 면회갔을 때 얘기를... 피부가 흰 편이었던 동생이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4주만에 몰라보게 변했더라는 것에서부터 당신을 보자마자 “엄..마아..”하는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더라는 것, 또 입맛이 까다로워서 뭐든지 한꺼번에 먹는 일이 없던 동생이 초코파이 한 상자를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다 먹더라는 것.


아들을 군대에 보낸 대한민국의 엄마치고 친정엄마와 같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친정엄마와 <아들을 보내고>의 저자는 참 많이도 닮았다.


아들이 커서 군대를 가는 게 어른이 되었다...는 것 같아 대견하기도 하지만 학사장교, 카투샤가 아닌 소위 ‘땅개’로 아들을 맨몸으로 군에 보내는 어미의 심정은 안타깝고 후회스럽기만 하다. 사람이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젊은 시절, 연인과 실연했을때 마냥 아들의 빈자리에선 황소바람이 들어온다.


특유의 현관문 여는 소리에 이어 “엄마, 나 왔어.” 우당탕...이런 환청이 사라질 때쯤이면 아들을 보러 갈 수 있을까. p24


어디 그뿐일까. 입대후 집으로 온 장정소포 속의 아들 물건에 통곡하고 눈물짓는가 하면 낯설고 물설은 군대에서 고생하며 지낼 아들을 생각하니 그동안 아들에게 못해준 것들이 새삼 떠올라 괴롭다.


이런 날(15Km 행군하는날), 아들몸을 감싼 지방분은 엉마보다 훨씬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이다. 배 나온다고 핀잔을 줄 게 아니라 비계가 비축되도록 더 잘 먹였어야 했다. -p65


열 달 동안 내 몸에 품고 있다. 세상에 내놓은 귀하고 이쁜 아들이기에 할 수만 있다면 아들의 아픔과 고생을 대신 하고픈 게 바로 어미의 심정. 그렇게 가슴 절절한 사연들이 이 책 저자의 글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특히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나니 보이는 건 맨 군인뿐이라는 대목에선 자신의 아들뿐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군인을 생각하는 저자의 살가운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나 역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다보니 길을 가다가도 내 아들 또래의 아이를 보면 예사로 보이지 않으니까....


딸을 낳아야 대접받는 요즘 세상에 아들만 둘을 둔 나도 머잖은 미래에 친정엄마처럼, 이 책의 저자처럼 아들을 군대에 보내야 한다. 그 때의 마음이 어떠할지...책을 읽는 내내 가슴 한 켠이 쓰라리듯 아팠다.


우리나라가 유일한 분단국가로 존재하는한, 지구상에서 전쟁의 위협이 사라지지 않는한 대한민국에서 아들을 둔 엄마는 군대간 아들 생각에 맛난 음식 먹을 때마다 목이 메이고 일기예보도 허투루 보지 않을 것이며 그리운 마음을 꾹꾹 누르고 애써 밝은 목소리로 아들의 전화를 받아야 하리라.


이 책 읽고 나니 지난달에 둘째 아들을 군대에 보낸 언니가 생각나서 전화를 했다.

“언니, 요즘 마음이 휑하겠네, OO 보낼때 많이 울었더나?”

“뭘...울어? 울면 안되지. 큰 애 제대가 내년이니까 그때까지 즐거운 생각하고 살아야지....”하고 평소보다 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프지도 말아야 하고 스트레스도 잘 풀어야 하고 그리고 울지도 말아야 한다. 아들을 군에보낸 어미는 건강해야 한다.  p44


저자가 아들의 군입대 30일전부터 입대후 112일까지 142일간의 기록을 그야말로 순식간에 읽었다. 하지만 그 느낌은 무척 오래 남는다. 책장을 덮은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저자의 마지막 말이 내 가슴에 남아 맴돌고 있다.


돌아오는 길 시야가 흐리다.

‘이제 다 했다.’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느낌이다.


남은 이십개월은 이제 오롯이 아들몫이다.

아니 그 이후로도 쭉 아들몫이다.

낳고 길렀으나 내 것이 아닌 아들.


입대하고 

첫 휴가를 마치고

귀대하면서 아들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다 키웠다.

이제 아들 손을 놓는다. p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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