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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요사키와 트럼프의 부자 - 백만장자와 억만장자가 말하는 부의 공식
로버트 기요사키 외 지음, 김재영 외 옮김 / 리더스북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가계부를 마지막으로 쓴 게 언제였더라. 너무 오래되서 기억도 나질 않는다. 매달 고정된 수입(신랑 월급)이 통장에 들어오면 거기서 고정 지출(신랑용돈, 보험, 각종 공과금, 아파트 관리비, 아이 학비, 차 기름값)을 빼고 나면 남는 건 언제나 한숨뿐, 이걸로 다음달 월급날까지 어떻게 살아가나 하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우리 부부가 나름대로 위안을 갖는 건 빚이 없다는 것과 노후를 위해 연금을 따로 넣고 있다는 거였다.
하지만 이런 우리의 미래에 위기감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로 대변되는 구조조정, 조기퇴직으로 인해 평생직장이란 개념 자체가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강산이 변하려면 십년이 걸린다했는데 요즘은 뭐든지 인터넷을 닮아 초급속으로 변하고 있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니 내일도 역시 다르다??
기요사키와 트럼프의 <부자>란 책은 그동안 안이하게 생활해왔던 내게 큰 충격이었다. 취직을 하고, 열심히 일하고, 수입 내에서 생활하고, 저축하고, 뮤추얼 펀드에 장기투자하고, 분산투자하는 것이 답인 줄 알고 있었는데 그것 자체가 틀렸다는 것이다. 이런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있나.
백만장자인 기요사키와 억만장자인 트럼프가 이 책에서 입을 모아서 우리 자신에게 부자가 되라고 얘기한다. 그렇다면 왜 부자가 돼야 하느냐! 그건 바로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어서다. 중산층이 점점 사라져서 나중엔 인구구조가 부유층과 극빈층으로 나뉘는 모래시계의 형태를 띄게 되는데, 문제는 국가가 빈민구제에 힘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문제점을 하나 하나 짚어간다.
정부의 돈은 가난한 사람들보다 부자들에게 더 많이 지급되고 있다....상원의원 랜덜 커닝햄이 뇌물수수에 대한 유죄판결과 함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중죄를 지은 기결수라 해도 여전히 정부 보조금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얘기다.- 105쪽
고정소득에 의존해 생활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생계비가 점점 더 많이 든다는 사실을 깨단게 될 것이며, 그들의 소득은 그 오름세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 108쪽.
현명한 채무자란 돈을 빌려서 더욱 가난해지는 사람이 아니라 돈을 빌려서 더욱 부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다....빚에는 유익한 빚과 해로운 빚이 있는데, 현명한 사람은 언제 빚을 이용해 투자해야 하는지, 그리고 언제 그렇게 하면 안 되는지를 잘 알고 있다.- 152~152쪽.
뮤추얼펀드는 다른 투자상품들과 마찬가지로 펀드 관리를 위해 지불되는 수수료로 인해 수익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 - 153쪽
분산투자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좋은 전략이 되는 이유는 단지 무지하고 무능한 그들 자신과 재무설계사로부터 재산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일 뿐이다. - 155~156쪽
그리고 이렇게 강조한다.
돈보다는 시간에 더 많이 투자할 것이며 부자 마인드를 가지고 게임을 하듯 투자를 즐겨라! 단, 투자 대상이 저축이나 주식, 채권, 뮤추얼 펀드같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은 곤란하다. 투자에도 창의력이 필요하다. 더 크게 생각하라.
백만장자와 억만장자가 의기투합해서 출간했다는 이 <부자>는 재테크나 경제에 대한 지식이 없는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과나무와 청량음료 일화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FOCUS, 성공할때까지 계속 한 길을 가고 한 우물을 파라’는 것과 부자가 되기 위해선 학창시절에 실습을 해야 한다는 것(기요사키가 제시한 두가지 실습, 식품 예산 짜기와 돈으로 돈 버는 방법 익히기는 나중에 아이들에게 꼭 실천해보고 싶다.) 실패나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실수를 통해 배우기 마련이다....시간을 더 들여 실수를 통해 배우도록 하자. 그러면 실수를 회피하는 친구들이나 실수하지 않은 척하는 친구들보다 빨리 배우게 될 것이다.-286쪽.
살림을 하다보면 간혹 가계부에 커다란 구멍이 난다. 그럴 때마다 쌈지돈을 야금야금 빼어먹는(이 책에선 이런 경우를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뒤로 미루는 사례라고 했다. ㅠㅠ) 내게 신랑이 이런 얘길했다.
“우리나라는 말이야, 학교 교육이 잘못됐어. 남학생한테 상업을 가르칠게 아니라 여학생한테 가르쳐야 한다니까! 부기, 대차대조표! 이런걸 배워야 경제개념도 생기는데...에이!!”
이러면서 투덜댔다.
그때는 괜한 트집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 나의 경제계념이 낙제수준이고 금융IQ가 겨우 평균정도란 걸 깨닫게 된 점에서 이 책은 누구나 읽으면 좋을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용의 구성면에서 보면 그렇지 못하다. 단순히 기요사키와 트럼프의 명성을 이용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북치고 장구치는 자화자찬이 늘어져 있는데다 기요사키와 트럼프의 내용중에 중복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 실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