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자전거
크리스틴 슈나이더 지음, 에르베 삐넬 그림, 공입분 옮김 / 그린북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모든 남자들은 자전거를 잘 탄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그건 나만의   생각이었다.


   신랑과 연애할 때였다. 경주엘 갔다가 편하게 둘러보려고 자전거를 대여했다. 내 딴엔 아무리 자전거를 탔어도 키 큰 남자를 따라가려면 고생 꽤나 하겠다고 생각했었는데...웬걸? 자전거를 못 타네? 무슨 남자가 자전거 중심도 못 잡냐?


   신랑의 그 운동신경 제로 유전자를 받은 우리 큰아들. 덩치는 큰 아이가 자전거 타는 폼은 영 어설프다. 보조바퀴를 달고서도 낑낑...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는다. 저러다 언제 두 바퀴 자전거를 타게 될지...보는 내가 답답해죽을 지경일 때 이 그림책을 만났다. <빨간 자전거>를...


   <빨간 자전거> 이 책은 두 바퀴 자전거를 너무나 타고 싶어하는 아이의 이야기다. 오죽했음 먹던 빵을 바퀴삼아 자전거를 그리는가 하면 가위나 단추, 동전, 쨈병 뚜껑을 가지고도 그림을 그렸다. 멋진 두 바퀴 자전거 그림을.... 그런데 부모는 아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조, 낙서 좀 그만해!”하고 야단만 친다. 거기다 한술 더 떠서 보조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선물하지만 아이는 꾀를 내어 보조바퀴를 떼어버리고 꿈꾸던 두 바퀴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린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단순한 이야기가 그림과 만나면서 보다 아기자기하고 풍성해졌다.

   우선 표지! 그림책의 표지와 속표지는 본문의 내용과 연속성을 가지거나 그 일부의 내용을담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앞표지에 자전거 타는 아이의 앞모습이,뒷표지엔 뒷모습이 그려져있다. 또 앞속표지에선 아이가 왼쪽에 나타나 마치 그림책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반면에 뒤속표지는 빨간 자전거 모자를 쓴 아이가 오른쪽에서 나타나 마치 그림책 바깥으로 산책이라도 나가는 듯하다.


   이제 주인공을 살펴보자. 그림작가는 이 그림책의 주인공으로 과감하게 안경 쓴 아이를 내세웠다. 본문의 내용엔 <눈이 나빠서 더 잘아보도록 안경을 썼지>라고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바로 아이의 빨간 안경을 뒤에 등장할 빨간 자전거와 연결시키기 위한 게 아닐까 생각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림작가는 이 그림책에 숨은 그림찾기처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아채지 못하는 것들을 그려넣었다.


   바로 꿈에서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도로의 횡단보도를 달리는 장면을 자세히 보자. 교통순경의 수신호에 따라 멈춰선 자동차들이 모두 아이를 지나가는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자동차의 전조등을 눈동자로 표현한 그것을 큰아이가 얘기해주지 않았다면 나도 아마 못보고 지나쳤을 것이다. 




   또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벗어나 들판을 달릴 때 아이 옆으로 달리는 자전거 선수들 중에 산악상을 수상한 사람이 있다. 로드 레이서 경기의 산악구간 중에 최정상을 가장 먼저 도착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일명 흰바탕에 빨간 땡땡이 무늬의 옷을 입은 사람을 찾아보자. 작가는 아마도 이 그림책을 읽은 아이들 중 나중에 레이서 선수로 성장하는 아이도 있을거라도 생각했던 건 아닐까.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가장 인상깊게 봤던 것은 아이가 내리막길에 접어든 장면이다. 화면중앙에서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이어지는 내리막길...그 끝엔 터널 입구가 보이는데 아주 작게 그려져있어서 거리가 얼마나 먼지 짐작하게 해준다.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나 바이킹을 타는 것처럼 아득하게 가파른 그 길을 아이는 자신있게 달려간다.

  <나는 내리막길도 겁나지 않아. 바람을 거스르고 달리고 또 달릴거야.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겠지. 하지만 나는 아주 빠르게 달려. 바람보다 더 빨리 거침없이 달려가지. 바람보다 더 빨리 신나게 달려가지. 나는 멈추지 않아!>




   그리고 꿈에서 깨어난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 것...그건 바로 빨간 자전거였다. 아이는 그 빨간 자전거를 타고 비틀비틀, 흔들흔들 넘어질 것처럼 아슬아슬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 끝에 두 바퀴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리게 된다.


   자전거를 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두 바퀴 자전거를 처음 타게 되던 순간을 기억하기 마련이다. 자신이 뭔가 큰 일을 해낸듯한 그 순간을 책 속의 조조는 이렇게 말한다.

  <난 점점 커지는 느낌이야>


   3월이면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말주변 없고 소심하면서도 자존심만 강한 큰아이가 책속의 조조처럼 자전거 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서 자신감을 갖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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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7-02-07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아이에게 좀 걱정이 되시겠네요^^ 어떤 선생님을 만나게 될는지... 아이가 1학년때 선생님 영향을 참 많이 받더라구요.
말주변 없고 소심하고, 자존심만 강한... ㅋㅋ 저도 그랬는데요. 어른되니깐 그냥 덤덤하게 삽니다.^^
이 책 참 잘 그렸죠... 저는 대충 읽고 넘겼는데, 님의 글에선 생기가 느껴져요.

몽당연필 2007-02-09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글샘님. 이 책 참 좋죠?
울아들도 안경을 껴서 이 책 주인공이 왠지 더 귀엽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