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이제 은행잎도 절정을 지나 급히 겨울 채비를 하려고 한다.

서리가 오기 전에 모든 걸 정리하려는 듯이. 일을 마치고 밤 9시 무렵 퇴근을 하면서 보면 가로등과 전조등 불빛에 비친 은행잎이 너무 고와 과묵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입을 다물고 있기 어려울 거이며 매정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냥 미련없이  발길을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은행잎도 무성함에서 점차 성글어 간다. 그래도 일년 중 햇빛이 가장 좋은 계절은 지금이 아닐까. 햇볓이 무르녹는 봄에는 또 다른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이런 날은 어디 차를 몰고 답사나 갔으면 좋으련만 아직 내겐 차가 없고 이런 날은 그냥 호젓한 숲을 잔잔히 벗과 대화를 나무며 걷고 싶지만 아직 내겐 시간이 자유롭지 않으며 이런 날은 연인에게 전화를 걸어 저녁에 만나 덕수궁 돌담이나 한 번 걷고 싶지만 애인도 없네.

이런 날은 연구실에서 일에 몰두하며 자신의 실력을 다지고 가끔 숨을 돌리며 자신에게 침잠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거기서 밀려오는 뿌듯함과 성취감도 예사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며 즐거움도 적은 것은 아니기에. 그러다가 점심이나 먹으려고 길을 나선다면 잠시 달콤한 휴식이 되지 않으랴.  점심을 들고 잠시 낙엽길을 걷는 것도 인생의 즐거움이 아니랴. 가을날의 망중한이 아니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등산  2004.10.31.
오늘은 시월의 마지막 날, 일요일. 지금은 시월의 마지막 밤. 아침 10시에 수원에 사는 형과 국민대 앞에서 만나 등산을 하였다. 모처럼 하는 산행이라 숨이 가쁘다. 한 두 번 쉬어 형제봉이 바라다 보이는 지점에 왔다. 쉬기에도 안성맞춤이고 전망이 좋은 바위가 있어 올라갔다. 단풍이 물들어, 골짜기마다 물들어 십리 이십리 아아 단풍의 물결. 우리는 절정을 이루고 있는 산을 바라보며 잠시 휴식에 젖었다. 몸에 진 짐도 잠시 벗어 놓고 마음의 짐도 내려 놓고 단풍이 주는 음악과 그림 속에 빠져 그저 그렇게. 산 정상 부근에는 단풍이 거의 떨어져 나무들의 뼈가 드러나고 산 아래는 아직 단풍의 불이 붙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경사가 심하지 않은 저 계곡 어디쯤에 집을 한 채 엮고 들어앉아 한 십년 글을 읽고 싶다. 집에 있으면 모르지만 일단 나와보면 그동안 집에 있었던 자기 자신을 한탄하게 되는 것도 세상을 사는 하나의 이치일까. 더 깊은 한탄을 하지 않기 위해서도 나는 오늘 또 나의 삶을 다시 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단풍
하늘은 어질어 수목의 잎을 피우고 거둘 때 한 바탕 잔치를 허여한다. 사월이 생명력의 향연이요 여명이라면 시월은 그 찬란한 광희요 노을이다. 저 단풍진 산과 숲을, 숲과 나무를, 나무와 산을 정신이 어지럽도록 빠져들어 바라보노라니 내 비록 시인은 아니지만 한 줄 시를 쓰지 않을 수 없다. 속인아, 웃지 말진저. 저 산이 주는 감흥을 절제하지 못하는 나그네는 시월과 아니 우주와 교감하는 언어를 다루고자 하나니.

단풍이 있는 짧은 휴식

단풍이여
 네가 이토록  만리를 나는 붕새인 줄은 몰랐다. 거짓이라고 신화라고 알았더니 오늘 하늘의 구름 상서러이 모두 걷힌 날 이토록 큰 깃을 퍼덕이며 물들었나니. 아아 네가 저 전설 바다 북해를 차고 오른 지가 언제드뇨. 고구려 들판 만주를 물들이고 성큼성큼 발해를 지나,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오다 오오, 금강산, 그 금강산에서 노닌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아아 어느새 북한산 산성을 넘어 이 부드러운 산자락에서 서울을 굽어보며 잠시 숨을 고르는구나, 너의 고운 자태여
  십리 이십리, 천리 천리 산마다 물들고 물들었는데
  그 절정의 바다에 
잠시 짐을 내려놓고, 짐진 어깨마저 내려놓고, 마음에 올려 둔 가시 한 짐 마저 내려놓고 본다 연인의 눈동자를 대하듯 부드러운 눈길로 본다. 온통 발그레한 얼굴로 선한 표정으로 나를 마주한다.
바람이 불어오고 너는 이제 먼길을 떠나려는듯  늙고 지친 잎 몇 자락을 툭툭 털고 다시 깃을 다듬고. 나도 가야지 해가 다 지기 전에, 텅빈 한 해의 가을, 혹은 이삭이라도 주워 내년에 뿌릴 씨를 거두기 위해.
바위를 내려오니 등뒤에서 대붕이 나는 소리가 들리는 듯, 가야할 하늘은 시리고 푸른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시던 차가 마침 집과 연구실에서 동시에 떨어지는 바람에 퇴근하는 길에 인사동에 들렀다. 버스 노선이 새로 바뀌어 조계사 근처에서 내리니 불교 용품점이 눈에 보인다. 마침 패철을 새로 하나 좋은 걸로 사려던 중이라  들어갔더니 패철은 없고 향이 보여서 하나 샀다.

  그리고 상점 안을 둘러보니 중국차와 녹차 종류가 보이길래 지리산 쌍계제다에서 나온 중작으로 하나 샀다. 지금 마셔보니 그런대로 마실만하다.  연구실에 있는 다관이 좀 커서 평소 혼자 마시기에는 적절치 않다. 이번 달 말에 월급 타거든 돈을 좀 낫게 주고  마음에 드는 거로 하나 구입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오후 2시 정도 까지만 해도 진도가 아주 잘 나갔다.  기분도 상쾌하고 손가락에 활기도 넘치고....

그런데 保付란 말이 해결 안되어 이리저리 찾고 묻다가 시간이 다 가고

또 동료가 歸也次를 물어 해결 해 보려다 시간만 무진장 가고

벌써 5시 40분

하루가 저문다

언제나 저 하늘에 높이 올라 흰구름을 타고 마음껏 다니듯 원문을 한 눈에 조망하고 마음껏 노닐수 있을 런지

아득하고 아득하다 산이여

길고 길구나 물이여

아아 산고수장

선생지풍이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번역을 하다 피곤한 몸을 잠시 달래 보려고 옥상에 나가 이리저리 몸을 비틀어 보았다. 고개를 들어 멀리 북한산을 바라보니 깊어가는 가을 하늘 아래 단풍이 무진장 무진장 물들어 가고 있었다. 아하, 하늘은 야박하지 않아 자기가 베풀어 놓은 물건을 거두어 갈 때는 그 사물로 하여금 마지막 있는 대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도록 하는 모양이구나.


  저, 저 단풍이 절정에 이르기 전에 나도 산에 가서 그 단풍을 만끽해 보려 한다. 이번주 풍수 답사에 반드시 동행하여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도록 하자. 2004.10.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