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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반생기 ㅣ 범우문고 80
양주동 지음 / 범우사 / 1989년 5월
평점 :
품절
명정(酩酊)과 문주(文酒)의 쌍벽
무애자(無涯子) 양주동(梁柱東) 선생의 산문 <<문주반생기(文酒半生記)>>를 집권즉독파(執卷則讀破)하고는 아쉬운 마음에 다른 책을 찾아보니 동국대에서 연전에 나온 전집이 있는데 이미 절판된 상태라 허허로운 마음에 방안을 소요하다 오래간만에 몇 줄 적어 소회를 붙이기로 한다.
몇 달전 수주(樹州) 변영로(卞榮魯) 선생의 <<명정사십년>>을 역시 책을 손에 쥐자마자 숨 돌릴 사이도 없이 분반(噴飯) 속에 독파하고는 아쉬운 마음이 컸는데 이번에 양 선생의 기문(奇文)을 접하고는 참으로 천하에 재재다사(濟濟多士)의 기문이 많은데 내가 몰랐다는 것을 한스러워하였다.
이 두 분은 유령(劉伶)이나 이태백(李太白)과도 벗할 만큼 취중 광태도 광태려니와 그것을 넉넉한 문재로 엮어낸 솜씨 또한 독보적 일가를 이루어 현대 한국 문사(文史)에 단연 섬광을 발한다 하겠다.
최근 국문학 초창기의 저명 한학자들이 남긴 글들을 읽어 보는 게 나의 망중지한락(忙中之閒樂)인데 그런 발상을 한 나 자신에 신뢰가 가고 적이 자긍심마저 느끼고 있다. 요즘은 대학교수는 물론이고 재야 한한자들조차도 한문에 대해 그렇게 깊은 이해에 도달한 분들이 드물 뿐만이 아니라 괄목케 하는 문장을 남긴 분들은 극히 희소한 까닭에 자연 나의 독서는 근 50년은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하여튼 이 두 분의 시문과 술에 얽힌 여러 이야기는 하나의 쌍벽으로 일독을 하면 퍽이나 가슴 후련한 웃음과 아련한 향수를 선사해 줄 것이다. 그 책에 나오는 흔치 않은 귀한 성어들은 두 분의 고인이 주는 값진 선물임은 더 말해 무엇 하리. 오래간만에 그윽한 그리움이 가슴에 밀리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