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
김희영 / 청아출판사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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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을 공부하면서 한송 성백효 선생과 송담 이백순 선생의 번역을 참고하고 중국에서 나온 주석 책 몇과 일본의 한문대계를 참고하여 공부한다. 조선 후기 호산 박문호 선생의 주석은 특히 많은 도움이 된다. 채전방통도 가끔 찾아보는 편이다. 중국책 중에는 13경 주소 중 상서정의와 청나라 때 손성연의 상서고금문주소가 볼만하다. 그러나 최근 나오는 몇 종의 중국책은 내용이 좀 부실한 면이 있다. 시경에 비해 상서는 주석책이 훨씬 적은 듯 하다.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이 책은 전문가를 위한 책이 아니라 대중 교양을 위한 책이다. 나는 서경의 어느 한 편을 새로 시작하거나 하면 이 책을 꺼내어 읽어보기도 하고, 또 워낙 내용이 복잡하여 줄거리가 안 설 때 이 책을 보는데 그 때마다 이 책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 책의 저자에 대해서 소개가 없어 잘 모르나 아마도 채침의 주석을 잘 반영하여 서경 원문을 충실히 번역했다고 본다. 주석도 없이 이 정도로 내용 파악이 되도록 정리한 것은 놀랍기까지 하다.

서경을 원문을 놓고 공부하는 사람도 한번 통독하면 좋을 것이고 도대체 서경이란 책이 무슨 책인가 하는 궁금증이 이는 일반인도 한 번 읽어보면 별 부담이 없이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주석과 해설이 부족한 것은 아쉬운 일이나 그것은 또 다른 사람의 몫이자 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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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길 인생의 길 - 학문의 외길을 걸어온 실천적지식인 12명의 삶과 학문
역사문제연구소 엮음 / 역사비평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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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남의 인생에 대한 관심은 자기 인생에 대한 간접적인 관심이 아닐런지...그래서인지 나는 책을 보게되면 저자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편이다. 만약 저자에 대한 소개가 제대로 되 있지 않은 책은 좀 불성실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책은 그 사람이 가진 지식의 표현물이고 그 지식은 그 사람의 인생 역정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출신지와 나이 그리고 그 사람의 인생의 고비와 하는 일에 대한 저자의 생각 등을 객관과 주관을 혼합하여 잘 정리한 형태의 저자 소개를 좋아한다. 성의 없이 간판 몇 개만 기술해 놓았다거나 일부러 나이나 출신지 등을 숨겨 버린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분발과 새로운 희망을 창조해 내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유명 인사나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인 경우 그 사람이 털어놓는 사적 경험담이나 이면에 숨겨진 야사 등은 퍽 흥미를 돋우게 마련이다.

이 책은 12명의 진보적이고 실천적인 원로 역사학자들을 소장 학자들이 만나서 대담한 것을 모은 대담집이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학자의 사명이 시대의 진실에 대해서 적극적인 반응을 해야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학문은 한 시대가 지나고 난 다음에, 아니면 몇 세기가 지나고 난 다음에야 평가받을 수도 있는 것이고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다 해도 의미있고 중요한 일은 매우 많다고 본다. 퇴계와 남명을 본다 해도 당대에는 적극 시대에 개입하지 않는 처사의 삶을 살았지만 후학 양성을 통해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한 것을 놓고 보면 오히려 얕은 지식으로 세상에 나가 휩쓸리거나 굴절을 당하기보단 차라리 자신의 학문세계를 온축시켜서 학통을 전하여 발전시키는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보는 편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학자들의 삶이 주는 메시지에 대해 나는 오히려 거부 반응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에 담긴 인사들의 삶이 결코 가볍지는 않다는 것에 유념한다. 어두운 시대에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이랄까 그런 것에 대해 과감하게 도전한 지식인의 모습에선 절로 존경심이 생기는 그 무엇이 있다. 내가 보기에 학문적인 업적이나 어른으로서의 품위도 지니지 못한 무수한 교수들에 비하면 이들의 업적은 괄목할 만한 뚜렷한 성과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송건호나 리영희는 학자라기 보다는 오히려 언론인에 가까운 면이 있는데 그래도 그들은 그들 나름의 분명한 학적 성과와 실천이 있다고 본다. 이우성이나 임창순, 조동걸은 평소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 그들의 담백한 얘기를 듣는 것이 꽤 즐거웠고 최호진이나 주종환을 통해서는 경제학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민석홍이나 강만길,차하순,이상희에 대해서도 관심깊게 읽었다.

아버지 세대이자 우리 학문의 여명기에 해당하는 이들의 삶은 많은 생각을 해 주게 한다. 일제시대와 한국 전쟁을 전후로 학문적 성장기를 보낸 이들이 그 어려운 시기에 어떻게 자신의 길을 걸어 갔는지, 매우 흥미롭고 많은 교훈을 준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연구 테마를 찾고 또 그것을 진전 시켜 나가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일종의 학자들의 성공시대라고 할 수도 있는데 ..보편적으로 공감하고 교훈을 주는 그들의 이야기가 있다. 특히 리영희의 대담은 많은 자극을 주었다. 그러나 내가 좀 보수적인지는 몰라도 이효재에 대해서는 많은 거부감과 저항감을 느꼈다. 그 구체적인 것에 대해 정리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무언가 중요한 무엇을 빠뜨리고 있는 것만 같은데..언제 한번 차분하게 재독하고 내 나름의 생각을 정리하는 한편 관련 서적을 통해 최근 여성학계의 동향에 대해 파악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성격은 역사 문제 연구소의 성격인 것 같은데..약간 시각을 달리한 단체나 개인의 출판물을 접해 보고 싶다. 그리고 문학의 길 인생의 길이라든가 뭐 이런 책이 한 번 나오면 좋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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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조용헌 지음 / 푸른역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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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사회 전반적으로 볼때 돈을 많이 가진 부자들이나 정치인 법조인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존경을 받고 있다기 보다는 극심한 경멸과 냉소를 받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나라 발전을 위해서 매우 불행한 일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욕을 하는 사람의 자질이 문제가 아니라 욕을 듣는 사람의 처신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제대로 욕을 할 만큼 도덕적으로 살고 있는 사람도 많은 것 같지 않으니 바로 이점이 심각한 문제이다. 사회 전반의 가치 혼란과 도덕 붕괴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고 본다.

얘기를 약간 바꾸어서 오늘에 계승되고 있는 민족 문화 내지는 전통 문화라는 것도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탈춤이나 농악 등 서민 층의 문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 선비 문화, 내지는 양반문화라 표현할 수 있는 전 시대의 주류적인 문화는 거의 전승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들의 문화가 주로 문자기록 문화로 되어 있어 한문이라고 하는 언어의 장벽에 막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제 시대를 거치면서 나라를 망하게 한 대상자로 인식되고 좌익 측의 이념적 공세에다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서구화라는 이름으로 붕괴되고 78십년대에는 또 민중론이 풍미하여 의도적으로 외면 당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 그들의 문화도 공과 실을 정당히 평가 받을 수 있는 균형감 있고 안정감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본다.

이 책은 부도덕한 졸부의 시대가 가고 제대로 된 상류층이 나와야 할 시기가 되었다고 하는 저자의 말처럼 건전한 상류층 형성에 대한 측면과 민족문화의 유지 전승, 발전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상당한 모티브를 제공해 줄 책이라고 나는 의미를 부여해 본다.

90년대 초반에 김종록이 소설 풍수를 통해서 그리고 최창조 교수가 풍수 이론을 통해서 우리 사회 일각에 상당한 풍수 붐을 일으켰고 지금은 영남대에 풍수학과까지 설치되었으니 이제 제도권 학문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인데, 이 책의 저자 역시 15년간에 걸쳐 한·중·일 삼국의 600여개 사찰과 암자를 현장답사하고 재야에서 활동하는 기인, 달사들과 교류를 하였다고 소개한 것처럼 풍수에 대하여 오랬동안 내공을 쌓아온 사람이어서 그런지 상당한 지면을 풍수에 대한 얘기로 할애 하고 있는데.. 이점이 이책의 또다른 특징이다. 보는 이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있고 흠이 될 수도 있겠는데, 나는 내용은 좋지만 책의 전체 주제와 흐름상 너무 많은 지면을 차지하여 비중이 커지는 바람에 배보다 배곱이 커진게 아닌가 한다. 좀 압축적으로 살짝 곁들이는 형식이면 무난했을 법하다.

노블레스 오블리제라고 특권 계층의 솔선수범이 로마를 천년이나 가게 해 주었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 다룬 명문가에는 그 점이 돋보인다. 경주의 최부잣집은 흉년에는 땅을 사지 않고 근처 백리 안에는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훈이 전하여 실천되었고 안동의 학봉 김성일 종택에서는 수없이 많은 독립 투사들이 배출되었다. 특히 13대 종손 김용환은 파락호로 행세하면서 독립자금으로 전재산을 바치는 것도 모자라 외동딸의 농을 해 오라고 사돈집에서 준 돈마저 독립 자금으로 쓴 것을 소개한 일화에서는 참으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

또 5대에 걸쳐 화가를 배출한 소치(小痴) 가문이라든가 2만권의 장서를 갖추어 기증한 대구의 남평문씨 가문, 직언으로 금부도사가 세 번이나 체포 하러 찾아 온 의성 김씨 川前 종택, 지조론의 조지훈을 비롯하여 조동일,조동걸,조동원 등을 배출한 경북 영양의 호은 종택 등 모두 열 다섯 명가들의 이야기엔 깊이 새겨볼 대목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접빈객 등으로 식자층과 주위사람들에게 인심을 잃지 않아 각종 민란이나 육이오 등을 거치면서도 집을 유지하게 된 것이다.

흑백으로 실어 놓은 사진들은 여유를 주고 현장 답사와 인터뷰는사실감을 준다. 아이디어도 좋고 자기에게 맞는 책을 적절리 잘 썼다고 본다. 읽다가 피곤해서 좀 쉬려다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 보면 어는새 한 이야기를 다 읽고 마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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