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바바렐라].



60년대 키치문화의 절정이라고 하는데 맞는 말인 듯. 아주 엉망진창이네요. 요즘의 일부 극렬 페미니스트들이 보면 분노할 내용으로 가득한 이 프랑스 코믹 원작의 영화에서 제인 폰다는 생긴 것에서부터 대사톤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서 60년대적 백치미를 뽐내고 있는데 그녀가 이 영화에서 제대로 해내는 일이란 몇 번 총질하는 걸 빼면 옷 벗는 거와 섹스뿐. 그런데 난 딸인 브리짓 폰다를 더 좋아하니까 별로 꼴리진 않았음. 처음부터 끝까지 러브앤피스 정신을 너무 노골적으로 구현해내고 있는데 사실상 서사가 흘러가는 동인이 오로지 그거 하나라는 것과 스페이스오페라에 뽕끼 가득한 음악까지 더해지니 히피즘 말미에 나온 뇌내망상극의 극한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넘쳐나는 캠프적 이미지들과 당당한 저질 마인드를 기초로 해서 개판오분전인 연기와 연출, 스토리로 만들어진 제인폰다 빠돌이 영화라고 보면 정리가 되겠습니다. 이걸 보고나니 쥬스트 쟈킨이 만든 [그웬돌린]도 의외로 꽤 심각한 영화일 수 있다는 마음이 생겼는데 거기 음악도 좀 관심 깊게 들어봐야겠음. 물론 일부러 또 보고 싶진 않다....

사실 음악 듣기 위해서 보긴 한 건데 저 유명한 무중력공간 스트립쇼와 함께 나오던 오프닝 빼면 전체적으론 뭐 별로. 뽕끼는 뽕낀데 영화만큼이나 좀 웃기는 뽕끼를 자랑함. 관련된 해설은 아래 음반 그림 누르면 더 상세한 버전이 튀어나올 겁니다.

로베르토 로드리게스가 리메잌해서 내년에 내놓기로 했다는데 [엘 마리아치]랑 [씬시티] 빼면 로드리게스 영화는 재밌게 본 게 없어서 썩 기대는 안 가지만 뭐 원작의 난장판과 로드리게스 스타일을 생각하자면 잘 만들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리메잌판 제작자가 디노 드 로렌티스.... 원작 제작자도 디노 드 로렌티스.... 이 영감 진짜 오래 살았네.

추석 새벽을 이따구로 보내고 있네요 하하하.

 

MD.45 확보예정.

이놈도 확보 예정. 바네사 메이가 한창 날릴 때 일렉트릭 '첼로'를 들고 나온 독일 첼로연주가 양반 볼프람 후쉬케의 크로스오버 앨범. 클래식을 다루는 주제에 표지부터 이상한데다 속지 내용이 약간 맛이 간 것처럼 괴상망측하고 트랙들중 'orgasm'이라는 뻔할 뻔자인 제목의 곡에선 내내 여자 신음소리 나오고 해서 뭐 클래식의 파격이니 해서 그때 언론 몇곳에서 띄워줬었는데 전 당시 카세트 테이프로만 가졌던 때라 괴상망측하게 맛이 갔다던 속지 내용은 확인 못했습니다. 단순히 맛간 놈 컨셉이 아니라 실은 실력도 있는 놈이여 라는 게 그때 홍보문구의 주안이었는데 정말 음악들도 잘 만든 편이고. 지금은 뉴욕에서 교수하고 있다나 그렇답니다. 당시 제법 나왔던 홍보량에도 불구하고 어둠침침해서 별로 팔리지도 알려지지도 않은 레어 앨범인 줄 알았는데 아직도 싸이월드 가서 도토리 내면 음악 살 수 있어서 좀 허탈했었음. 뭐 앨범 자체는 확실히 흔치는 않은 듯.

 

이거 한 권이면 다른 책이 필요없죠. 추석 기간 중에 다 읽는다는 건 애초에 포기했고. 그런데, 오오.... 오오오! 재밌어! 놀랍습니다. 재미있다니! 항상 턱수염 깎는 뚱땡이 벅 멀리건과 스티븐 데덜러스의 푸른 바다처럼 청정한 코딱지에 대한 담론에서 멈추던 나였는데 별 일도 다 있네.

그런데 역시 배게로도 최고네요. 꿈속에서 고양이들이 날 막 쥐어팼음. 무슨 꿈이야 이거.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ephistopheles 2007-09-25 0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웬돌린의 압권은 여자들이 끄는 인마차였던 기억이....
디아볼리카 앨범 나왔을 때 아무 생각없이 집어들었죠...흔한 크로스오버일까 하고..
예상은 완.벽.하.게. 빗나갔지만..앨범 자체는 맘에 들더군요.^^

하이드 2007-09-25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냥이들은 원래 쥐어패요. 발톱 안 나왔으면, 나름 애정표시. ^^ 발톱 나왔다고 하더라도, 집사는 나름 애정표시라고 믿을래요. 흑

마늘빵 2007-09-25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MD45 저 고등학교 때 록음악은 듣고픈데 뭘 사야할지 몰라서 아저씨께 추천 부탁드렸더니 그걸 주셨어요. 근데 집에 와서 실망. -_- 지금은 다시 들으면 어떨까 싶네요. 희귀음반 된거죠?

hallonin 2007-09-25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바렐라에선 가오리가 끄는 마차가 나옵니다.


전에 고양이 길러본 적 있는데 잘 할퀴더군요. 절 싫어하는 것도 분명해보였습니다...


희귀음반이라고 보긴 좀 그렇고. 펑크락과 브리티쉬 메탈의 전통이 데이브 머스테인에게서 어떻게 해석됐는가를 유심히 생각하며 들으면 좋을 듯.
 

과거편. 작가가 여전히 작품의 존재이유이기도 한 로리에 헤롱대고 있음.... 그런데 이 작가가 다이너마이트바디인 거유 캐릭에도 꽤 애착이 있는 건지 여기서도 등장. 이모저모 3권만큼 과도하진 않아서 뭐 볼만했다.

 

시원시원한 [무한의 주인]으로의 복귀. 방향성 재정립은 충분히 환영할만한 정도의 박력으로 보상된다. 끝나려면 한참 멀은 듯.

 

불사+뒤통수맞은 충정+귀신 보는 소녀+가톨릭이미지+종교국가 등등의 뻔한 코드들이 동원되지만 의외로 견고해서 봤더니만 원작이 라이트노블.... 뭐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의외라는 거지 잘 생각해보면 그냥 그랬음.

 

여전히 웃기지만 심하게 패턴화되가는 게 뻔히 보여서, 앞으로가 문제.

 

뭐 여러모로 트릭이 훌륭한데 역시나 소설 이전에 접했던 바가 있어서 그런지 그다지 충격적이진 않았고.... 확실히 문장에 있어서 기존의 양산형 추리소설들이 보여주는 안이한 감각과는 달리 제법 신경을 쓴 면모가 보이긴 하나, 그뿐. 트릭과 추리만이 추리소설의 모든 것이라고 여긴다면야 만족스럽겠지만 그 이상을 바란다면 실망할 듯.

 

전복의 발견.

 

이상적인 연쇄살인자의 키치적 초상.

 

처참하게 죽은 아이, 그리고 죽음 그 자체로 화한 무언가. 죽음이 남은 자들의 고통을 직시하는 긴 시간에 관한 이야기. 피터 잭슨을 [반지의 제왕]만이 아니라 [천상의 피조물들]의 감독으로도 알고 있는 이라면 왜 그가 차기작으로 이 소설을 선택했는지 이해가 갈 듯.

 

난 모토미야 히로시 싫어함.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heBox 2021-11-26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폭행 아픔 글로 써 세계적 작가 됐는데..그가 지목한 범인은 40년만에 무죄 선고, 그래도 사과는 없었다 | 다음뉴스 https://news.v.daum.net/v/20211126001102241?x_trkm=t
 

http://leegy.egloos.com/3777478

 

졸라 한심하게 끝나가는 중. 근데 미국애들은 확실히 까는 센스가 장난이 아니네요. 풍자전통이 오래 되서 그런가 거의 예술수준으로 까대고 있어서, 솔직히 능력적인 면에서 좀 부러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늘빵 2007-09-16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을 재밌게 쓰네요. 결국 호평이란 것도 호평이 아닌... -_-

hallonin 2007-09-17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욕타임즈 기사 가지고 난리친 어제 반나절 동안 디빠들의 행각이 참 즐거웠습니다.
 



말이 필요없음. 최고임. 허투루 쓰이는 장면이나 동선, 시나리오적 장치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제이슨 본이나 폴 그린그래스의 연출이나 일맥상통.

 

스토리를 속편 만들라고 작정하면 충분히 만들 수 있게끔 장치해놨음. 속편에선 [메탈기어솔리드4]처럼 다 늙은 할배 제이슨 본이 나와서 칼리 에스크리마를 시전하는 걸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만약 만들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지금 본의 이야기를 그릴지도. 시간축 자체가 [본 슈프리머시]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은 상태니. 아니, 어떻게보면 그 축에서 진행중이라고 봐도 될지도.

 

업그레이드된 스코어들이 상당히 귀를 잡아당겼는데 이번 OST는 데카레이블에서 나왔네. 은근히 데카에서 나온 OST들이 많음. [뮌헨]이라든지 [블랙호크다운]이라든지.... 그런데 알고보니 유니버설 뮤직 그룹.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ephistopheles 2007-09-15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 TV시리즈로 나왔던 본 씨리즈 (리처드 챔벌레인 주연)도 꽤 재미있게 봤는데 멧 데이먼의 씨리즈도 꽤 인상적이였죠..나름 완결편인 이번것도 기대하고 있다는..

비로그인 2007-09-15 13:40   좋아요 0 | URL
저야말로 그 시리즈 오리지날 팬이어욧! ^^

hallonin 2007-09-15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를 충족시켜줄 몇 안되는 영화일 겁니다. 쓸데없이 불리는 것도 없고 기름기 싹 뺀 딱 제이슨 본 스타일.

비로그인 2007-09-15 13:40   좋아요 0 | URL
꼭 봐야겠네요 ^^

twinpix 2007-09-16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보려고 벼르고 있어요. 기대중입니다. 여기저기 호평이 많이 들리네요. 'ㅁ'/~~~

hallonin 2007-09-17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생각외로 짧다는 생각이 들지도.
 

얼결에 보게 된 영환데,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딱, 저 의외로 괜찮았다는 정도면 적절한 평가가 될 수 있을 듯. 말하자면 '어느 연쇄살인자의 초상'인 셈인데 거기에 [우아한 세계]가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물론 경제구조적인 측면에서 대한민국이란 척박한 땅에 사는 중산층 중년남자의 보편적 고통을 담아낸 [우아한 세계]가 보여준 세심함에 비하면 이 영화는 경제적 지리적 고민이 없는 미국의 부르주아 가장을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구조적이라기보단 우생학적인 차원에서의 보다 단순해진 갈등을 보여주고 있지만요.

 

전 케빈 코스트너란 배우 별로 좋아하진 않는 편이었는데 그 이유엔 겉멋들린 듯한 신사적 이미지가 꽤 작용했습니다만, 여기선 되려 그런 아우라를 십분 이용해서 분열증적인 자선사업가 겸 연쇄살인자역을 완벽하게 연기해냅니다. 그가 연기한 얼 브룩스라는 인물은 살인마인 얼터에고와 공존하는데 그게 깔끔하게 구분되는 유리감이라기보다는 자글자글거리는 믹스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만 무리없이 소화해내고 있더군요. 그 문제의 얼터에고인 마샬역을 맡은 윌리엄 허트 역시 훌륭했습니다. 여기서 윌리엄 허트는 가끔씩 머리회전을 이 악마에게 맡겨야하는, 자연스럽게 지킬박사역에 일말이나마 편입되버리는 케빈 코스트너의 절제되고 머뭇거리는 연기에 비하면 노골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광기를 보여주는데 시시때때로 튀어나오시는 게 꽤 유쾌합니다. 데미 무어는 조연이긴 한데.... 뭐 역할 자체가 어떤 주도적이고 강렬한 역할은 못 해낼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영화 속에서 남자여자 통틀어서 가장 과격하게 몸뚱이를 굴리게되는 역할임. 그외에 나머지들도 괜찮았음.

 

주의할만한 건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 마샬일 때는 한 번도 없다는 점입니다. 이중인격자가 등장하는 영화에서 흔히 보여주는 일반화된 연출로라도 살인의 주체가 마샬이 될 수도 있는데 단 한 번도 그런 모습은 보이지않고, 살인을 수행하는 것은 한껏 냉정해진, 그러다가도 황홀해하는 얼굴의 얼 브룩스일뿐이죠. 마샬은 옆에서 박수치고 부추기고 구경하고 충고하고.... 딱 그정도 만담가의 역할. 잘못했다간 살인을 저지르는 집중된 광기를 어설프게 흐트러뜨려서 관객에게 심적인 혼란을 줄 수도 있는 이 연출을 무난하게 수행하는 일에는 케빈 코스트너와 윌리엄 허트의 노련한 콤비플레이가 원숙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우리가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악마와 그 옆에서 영감을 불어넣는 악마와 다를 바 없는 뮤즈죠.

 

감독인 브루스 A. 에반스는 [스탠 바이 미] 각본으로 떴던 게 1986년.... [초보영웅 컵스]로 감독 입봉한 게 1992년인데 그 이후론 [컷스로트 아일랜드]와 [정글투정글]의 원안과 각본을 맡았을 뿐이고(그리고 그중엔 [스탠 바이 미] 빼면 제대로 뜬 게 하나도 없고. 심지어 [컷스로트 아일랜드]라니...), 2007년이 되서야 15년만에 이 영화로 두번째 영화를 찍은 거니 그 자체가 헐리우드의 흑역사인 듯. 오래 묵은 사람 답게 확실히 [미스터 브룩스]는 특별한 기교나 치기 없이 정극으로 밀고가는 둔중한 느낌이 납니다. 물론 저는 그런 부분이 상당히 맘에 들었구요.

 

생각해보면 영화는 전체적으로 스릴러 장르를 확고하게 취하고 있지만, 중반부는 브룩스씨가 겪어야 하는 생활에 대한 균형유지의 드라마에도 상당한 중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게 썩 깊이 있다곤 생각이 들지 않지만 제시되는 것들 중에 쓸데없는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막판으로 가면서 산재해있던 상황들이 거의 가이리치 영화 보는 것처럼 데굴데굴 굴러와선 합쳐지기 시작. 신나게 달려가기 시작하죠. 즐기면 되는 겁니다.


댓글(0) 먼댓글(1)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두 얼굴의 지적인 살인마 "미스터 브룩스"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09-15 22:18 
    미스터 브룩스 포토 감독 브루스 A. 에반스 개봉일 2007,미국 별점 전반적인 리뷰 2007년 9월 15일 본 나의 2,679번째 영화. 오랜만에 케빈 코스트너와 데미 무어가 나오는 영화였다. 전혀 내용을 모르고 무슨 장르인지도 모른채 봤는데 괜찮았던 스릴러물이었던 듯. 주인공 브룩스라는 캐릭터를 보면 아주 냉철한 살인마이면서 성공한 사업가라는 양면성이라는 점. 여형사 캐릭터도 6천만 달러의 갑부이면서 형사 생활을 한다는 점. 극과 극의 상반된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