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점 이상이긴 하지만 어딘가 불안불안. 캐릭터 갈아치우기가 작품 자체적인 미학이 아니라 임시방편적인 느낌이라서 그런지도. 아다치 만화중 최고의 단발미소녀 히로인이 등장하는 만화가 허무하게 끝나길 바라지 않는 건 당연한 것.
색기 넘치는 작화, 시원시원한 전개, 적절한 개그센스, (정석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들. 근래 나온 것중 가장 순수하게 오락물이란 명제에 충실한 물건.
점점 작화의 색기가 죽어가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당장이라도 에로만화 한 판씩 찍어도 될 거 같았던 캐릭터들이....
정리편. 치열하다. 일하는 여자의 심리에 대한 정말 집요할 정도의 집중력.
나도 빨간 머리 여자가 싫어졌을 거 같다.
레이프가 겁탈이 되버린 것에 대해 안타까워할 사람들이 꽤 될 듯. 그래도 역시 웃김.
근작들에 비춰서 이례적일 정도로 느린 호흡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희안했음. 적절한 미스테리물의 향취.
그냥 그럼. 그림도 별로. 가독성 없음.
폴 오스터의 비비 꼬인 인생역정이 빚어내는 절묘한 비극의 카타르시스를 기억하고 싶은 이라면 실망할 듯. 우선 캐릭터 디자인의 감각적인 데포르메가 감정이입에 방해를 하고, 폴 오스터의 소설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진중한 묘사와 그에 따른 감정의 점진적인 고양이 여기선 충분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만화라는 매체의 한계로 얘기될 수도 있는 바겠지만 단순히 그것만이 아닌, 호흡과 연출, 방법론의 문제였다고도 보임. 센세이셔널리즘에 대한 작가의 경도가 경박하다곤 보긴 힘들지만 더 나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는 측면에서 안타까웠음.
90살 넘은 영감의 로맨스라는 시작에서부터가 라틴아메리카적 환상극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뭐 이런 식으로라도 자위하지 않으면 인생 참 뻑뻑하게 산 거라는 생각도 들어서. 근데 솔직히 이 영감의 삶 좀 부러움. 난 뭐 로또도 안 바라고 글 팔아서 딱 저정도 경제여건만 되도 좋겠다.... 아 뭐 로또도 되면 좋고. 다다익선.
섹스에 미쳐있는 것 같다는 점에서 맘에 들었음. 아마 이때의 시간이 지난 작가가 그리워하는 것은 여기서 보여줬던 그 과격함과 순수함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 소설에 비교하자면 다른 작품들은 작가가 거세당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니. 여기서의 갈망이란 끊임없이 닿을려고 하되 막상 닿을 수 있는 순간이 되면 두려워진다던지, 떨어지게 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것이 형식적인 차원으로까지 승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진정 머리만 큰 마초의 풀꺾인 성기 같은 소설일지도 모르겠다. 리처드 브라우티건보다는 이쪽이 더 맘에 든다는 점에서 확실히 난 콘크리트 도시에서 태어난 인간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