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0 

                                             나 집 나갈거야

                                                                     1학년 최소민


  1학기 때 집을 나갈려고 울은 적이 있어요. 공부도 조금씩 하는데 엄마가 컴퓨터만 한다고 컴퓨터 금지한다고 말했어요. 나는 울면서 말했어요

“나 집 나갈거야. 이모 집에 갈거야.”

“ 왜 우는 데. 안 잡는다 집 나가라.”

집 나갈라고 했는데 무서웠어요

“아빠랑 같이 나가야 된다.”

“아빠는 왜?”

“아빠 하고는 같이 갈거야.”

“니 혼자 가라.”

나는 무서워서 울면서 말했어요

“ 이제부터 집 안 나갈거예요.”

그래서 이제부터 엄마 말 잘들을 거예요. 그 때 학교 갈 때 눈이 퉁퉁 부어서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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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글) 

                                      괜히 풀어줬네

                                                     1학년 윤준홍


  2004년 첫날에 시골에 갔을 때 헛간(외양간)에 갔는데 소가 계속 내를 쳐다보면서

“움머~움머~”했다

‘왜 내를 보는데?’

계속 내만 봤다. 묶어져 있어서 답답해 그런 줄 알고 풀어줬다.

이제 자유됐다고 소 3마리가 다 “움머~ 움머~”하면서 내한테 달려왔다.

“왜 내한테 오는데. 엄마야~”

나는 너무 놀라서 도망갔다. 괜히 풀어줬다.


  


- 1학년 아이들과 올 한 해 나에게 벌어진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생활글 쓰기를 했다. 이 녀석이 묶어져 있던 소가 “움머,움머”하고 우니까 풀어달라는 이야긴 줄 알고 불쌍해서 풀어줬더란다. 그런데 소 3마리가 기뻐서 “움머!”하고 달려나오니 너무 놀라서 뛰어가면서 괜히 풀어줬다고 후회를 했단다. 짧은 글이지만 재미있는 장면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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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5-09-09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심심해서 그랬어" 그 자체네요. 정말 귀여워요.
 

   이 시는 초등 2학년 여자 아이가 시 수업을 할 때 쓴 글이다. 

    우겸이만 생각하면

  너무 부끄럽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놀 때 자꾸자꾸 보고 싶어진다

 

 이 세상에서 우겸이가 제일 좋다

 

  -이 아이는 우겸이가 너무 좋아서 학교 홈페이지에도 자기가 우겸이 좋아한다고 밝혔단다


  그리고 3학년 아이들과 생활글 쓰기 수업을 하다가 나온 이야기 한 토막.

  한달에 한번씩 자리를 바꿔 앉는데 내가 가르치는 남자 아이를 적극적으로

  좋아하는 여자 아이가 있었단다. 그런데 자리를 바꿔 앉을 때 다른 여자아이가

  내가 가르치는 남자 아이와 먼저 앉아버린 모양이다

  평소 두 여자아이는 친하게 지냈는데 그만 같은 남자 아이를 좋아하는 바람에

  싸움이 벌어졌단다. 그런데 지금도 말을 않고 지낸단다

 

  -이 이야기를 내 수업을 받고 있는 같은 반 여자 아이가 해 주었다. 그런데 옆에서 듣고 있던 주인공 남자 아이는 여자 아이들이 왜 그러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이번에 4학년 아이가

  “선생님 내일 D-day예요.”

  “무슨 D-day?”

  “내일 00이한테 좋아한다고 고백하려구요.”

  “어떻게 고백할 건데.”

  “유나랑 각본 다 짰어요.”


  - 이 아이는 토요일날 집으로 좋아하는 아이를 초대해서 약간의 스킨쉽과 함께 좋아한다고 고백을 하고 커플 반지를 줄 거란다.

 

  요즘 아이들은 참 적극적이다 .좋아하는 아이가 있으면 반 아이들 앞에서 당당하게 밝히고 커플 반지까지 주고 받는 아이들도 많다는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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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 씨가 쓴 ‘닮고 싶은 길’이라는 칼럼을 샘터 12월호에서 읽었다.


박범신 씨는 나이 들수록 자신의 마음 속에서 고향 마을로부터 강경까지 이어져 흐르는 들판 가운데의 둑길 풍경이 더욱 선연해 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은 그의 풍경을 닮는다. 국물은 부엌을 닮고 사람은 마을을 닮을 것이다. 바라노니, 더 나이 들수록, 나의 팔 할을 키워 준 그 들길을 내가 닮아갔으면 좋겠다. 햇빛과 바람이 자유로이 흐르고, 그리운 누군가가 자전거를 타고 부드럽게 내 가슴 속으로 들어오는 그 길의 풍경 같은.’이라고 글을 썼다.


  나이들어가면서 가끔 더 옹졸해지고 더 치졸해 지는 사람들을 본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도무지 이해될 것 같지 않은 일들이 이해되기도 하고, 사람에 대한 이해도 예전보다 깊어지는 것 같아서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도 괜찮네' 싶다가도 문득문득 옹졸해 지는 내 자신과 마주칠 때가 있다


  나도  햇빛과 바람이 자유로이 흐르는 길을 닮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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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동창회(2)


  동창회 앞 날 저녁, 묘사 가는 차량들로 차가 밀려 늦게서야 식당하는 친구 집에 도착했다. 오랜 만에 만난 친구는 집 앞에 나와서 “문디 가수나 뭣이 그래 바쁘노. 오랜만이다.”이러면서 팔을 벌린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남자 동창 1명이랑 여자 동창 한명이 와 있다. 반갑다.  


남자 동창은 내일 일이 있다고 오늘 동창들 얼굴보러 왔단다. 이 남자 동창은 초등학교 다닐 때 한 주먹 하던 애였다. 우리 마을로 가려면 이 아이가 살고 있던 윗 마을을 지나 재를 넘어 가야 하는데 얼마나 우리를 괴롭히던지. 그런데 커 갈수록 아이가 순해 지더니 지금도 착하게(?) 잘 살고 있다. 하는 일이 건축 쪽 일이라 손이 많이 거칠다. 악수 할 때 거친 손을 부끄러워 하길래 “무용가 강수정씨 발 못봤나. 열심히 자기 일 하며 사는 사람 손이 제일 아름다운 손이다. 내가 디카폰에 찌어서 인터넷에 올려주께.” 이랬더니 씩 웃는다. 동창인 사촌 오빠 결혼식에서 보고 거의 10년만에 만났는데도 하나도 낯설지가 않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하나둘 동창들이 도착을 한다. 내일 12시에 동창회를 하는데 고향에 부모님이나 형제들이 있는 아이들은 미리 내려와서 연락을 받고 온 것이다. 밤 깊은 줄 모르고 이야기를 한다. 나는 언니랑 형부가 기다리고 있어서 큰 언니 집으로 갔다.

  동창회 날, 거의 새벽이 될 때까지 큰 언니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고 늦게 일어나서 그래도 목욕은 하고 가야 될 것 같아서 목욕하고 가니 1시다. 오기로 한 동창들은 거의 왔다. 28명 중에서 열대여섯명이 모였다. 몇 명은 어디 살고 있는지 연락조차 되지 않아서, 몇몇은 묘사다 집안 행사다 해서 이번에 못 왔단다.

  중년에 접어든 친구들인데 군살도 별로 없고 멋있다. 얼핏 밖에서 보면 잘 못 알아볼 만큼 얼굴이 변한 아이들도 있지만 자세히 보니 어릴적 얼굴이 그대로다. 세상에 뿌리를 제대로 내리고 사는 친구는 친구대로 우여곡절이 많은 친구는 친구대로 만나니 반갑다. 그런데 내가 보고 싶어 하던 덕자는 못온단다. 문디 가스나.


  우리가 ‘박일준’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던 친구도 왔다. 이 친구는 사는게 녹녹찮은 눈치다. 한창 때 생긴 것도 혼혈 가수 박일준과 닮았지만 노래도 박일준 뺨치게 잘 불러서 친구들과 놀 때 분위기 메이커였다. 노는 것은 여전한데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던 듯 하다. 한 여자 동창은 얼굴을 거의 다 뜯어 고쳤다. 이 친구는 참으로 조숙하고 말이 없던 아이였는데 세월따라 참 많이도 변했다. 지금은 아들 하나 데리고 혼자 당차게 살아가고 있단다. 학교 다닐 때 공부도 그런대로 잘했던 아이답게 정신이 제법 깨어 있다. 그리고는 다들 고만고만하게 잘 살아가고 있는 눈치다.

  동창회가 끝나고 먼 길 가야할 친구들은 서둘러 가고 고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친구들과 부산 팀,마산 팀들은 헤어지기가 아쉬워서 친구 식당으로 갔다. 거기서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놀다가 돌아오는 길, 헤어지기가 아쉬워서 손을 몇 번이나 붙든다. 봄에 동창회를 하고 헤어질 때 여자 친구들끼리는 너무 아쉬워서 부둥켜 안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는데 이번에는 담담하다. 그래도 아쉽다.  


  “겨울 따시게 보내고 봄에 보자.” 이 말을 하려는데 목에 걸려 안 나온다.

  사는게 녹녹찮은 친구들도 고만고만 살아가는 친구들도 다들 큰 풍파없이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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