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동창회(2)
동창회 앞 날 저녁, 묘사 가는 차량들로 차가 밀려 늦게서야 식당하는 친구 집에 도착했다. 오랜 만에 만난 친구는 집 앞에 나와서 “문디 가수나 뭣이 그래 바쁘노. 오랜만이다.”이러면서 팔을 벌린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남자 동창 1명이랑 여자 동창 한명이 와 있다. 반갑다.
남자 동창은 내일 일이 있다고 오늘 동창들 얼굴보러 왔단다. 이 남자 동창은 초등학교 다닐 때 한 주먹 하던 애였다. 우리 마을로 가려면 이 아이가 살고 있던 윗 마을을 지나 재를 넘어 가야 하는데 얼마나 우리를 괴롭히던지. 그런데 커 갈수록 아이가 순해 지더니 지금도 착하게(?) 잘 살고 있다. 하는 일이 건축 쪽 일이라 손이 많이 거칠다. 악수 할 때 거친 손을 부끄러워 하길래 “무용가 강수정씨 발 못봤나. 열심히 자기 일 하며 사는 사람 손이 제일 아름다운 손이다. 내가 디카폰에 찌어서 인터넷에 올려주께.” 이랬더니 씩 웃는다. 동창인 사촌 오빠 결혼식에서 보고 거의 10년만에 만났는데도 하나도 낯설지가 않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하나둘 동창들이 도착을 한다. 내일 12시에 동창회를 하는데 고향에 부모님이나 형제들이 있는 아이들은 미리 내려와서 연락을 받고 온 것이다. 밤 깊은 줄 모르고 이야기를 한다. 나는 언니랑 형부가 기다리고 있어서 큰 언니 집으로 갔다.
동창회 날, 거의 새벽이 될 때까지 큰 언니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고 늦게 일어나서 그래도 목욕은 하고 가야 될 것 같아서 목욕하고 가니 1시다. 오기로 한 동창들은 거의 왔다. 28명 중에서 열대여섯명이 모였다. 몇 명은 어디 살고 있는지 연락조차 되지 않아서, 몇몇은 묘사다 집안 행사다 해서 이번에 못 왔단다.
중년에 접어든 친구들인데 군살도 별로 없고 멋있다. 얼핏 밖에서 보면 잘 못 알아볼 만큼 얼굴이 변한 아이들도 있지만 자세히 보니 어릴적 얼굴이 그대로다. 세상에 뿌리를 제대로 내리고 사는 친구는 친구대로 우여곡절이 많은 친구는 친구대로 만나니 반갑다. 그런데 내가 보고 싶어 하던 덕자는 못온단다. 문디 가스나.
우리가 ‘박일준’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던 친구도 왔다. 이 친구는 사는게 녹녹찮은 눈치다. 한창 때 생긴 것도 혼혈 가수 박일준과 닮았지만 노래도 박일준 뺨치게 잘 불러서 친구들과 놀 때 분위기 메이커였다. 노는 것은 여전한데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던 듯 하다. 한 여자 동창은 얼굴을 거의 다 뜯어 고쳤다. 이 친구는 참으로 조숙하고 말이 없던 아이였는데 세월따라 참 많이도 변했다. 지금은 아들 하나 데리고 혼자 당차게 살아가고 있단다. 학교 다닐 때 공부도 그런대로 잘했던 아이답게 정신이 제법 깨어 있다. 그리고는 다들 고만고만하게 잘 살아가고 있는 눈치다.
동창회가 끝나고 먼 길 가야할 친구들은 서둘러 가고 고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친구들과 부산 팀,마산 팀들은 헤어지기가 아쉬워서 친구 식당으로 갔다. 거기서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놀다가 돌아오는 길, 헤어지기가 아쉬워서 손을 몇 번이나 붙든다. 봄에 동창회를 하고 헤어질 때 여자 친구들끼리는 너무 아쉬워서 부둥켜 안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는데 이번에는 담담하다. 그래도 아쉽다.
“겨울 따시게 보내고 봄에 보자.” 이 말을 하려는데 목에 걸려 안 나온다.
사는게 녹녹찮은 친구들도 고만고만 살아가는 친구들도 다들 큰 풍파없이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