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임필성 

출연 :  송강호, 유지태, 김경익, 박희순, 윤제문

 

아문센이 남극점을 처음으로 밟았다는 것, 비슷한 시기에 스콧도 남극점을 향해 출발했지만 중간에 목숨을 잃고 대신 죽을 때 까지 써 내려간 일기장을 남겼다는 것, 남극 킹조지섬에 세종기지가 있다는 것이 내가 남극에 대해 알고 있는 전부다. 그래서 남극이 궁금했다.

  그런데 동생도 ‘남극’이라는 제목에 호기심이 일었던 모양이다. 가족들과 함께 저녁밥을 먹고 단체로 봤던 영화 ‘남극일기’ 근데 참 지루하고 재미없다. 송강호를 믿고 유지태를 믿고 인내심을 갖고 보려 했지만 하품이 나온다. 송강호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공포물도 아니고 추리물도 아니고...감독이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끝없이 펼쳐진 남극의 설원과 한계에 다다른 인간들이 이성을 잃었을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 지를 모습을 지켜본 것 밖에.

  

  남극점이나 북극점에 도달하기 위해, 에베레스트를 무산소 등정을 하다가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를 잃으면 나는 의문이 들곤 했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과연 저 곳을, 저 산을 오를려고 했던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들 나름의 절실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등반하는 동안 그들의 최대의 목표는 등정에 성공하는 것일테니까.

  남극일기를 보면서도 역시 그런 생각을 했다. 6명의 대원들이 차례차례 목숨을 잃어갈 때 남은 대원들이 등반대장에게 말한다. 그만 돌아가자고,. 이런 상황에서 ‘도달불능점’에 도달하면 무슨 의미가 있냐고? 그러나 등반대장 송강호는 등정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6명의 대원이 2명으로 줄어들어도 그 목표는 포기하지 않는다. 기어코 극점에 도달했지만 참으로 허무한 모습이다. 밋밋한 땅에 ‘도달불능점’을 표시하는 깃대하나만 꽂혀있다.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나 만큼이나 기막혀 하는 민제. 실제 극점을 등정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허무할까?


  감독은 목표에 도달하기 까지는 엄청난 역경과 고난이 뒤따른다는 것, 그렇지만 좌절하지 않고 목표점을 향해 가다보면 언젠가는 목표점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든 듯 한데 조금 억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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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토니갓리프

출연 :  로맹 뒤리스, 루브나 아자발, 레일라 마크로프


  일요일 큰언니랑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사정이 있어 못갔다. 그래서 남부 유럽을 여행하듯 본 영화가 ‘추방된 사람들’ .그런데 시작부터 낯설다. 프랑스 영화라 그런가? 아니면 보헤미안 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토니 갓리프 감독이 만든 영화라 그런가? 격정적이고 강렬한 음악이 젊은 연인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이상하게 마음을 편치않게 한다. 그런데 갈 수록 볼만하다. 


 자신의 근원을, 뿌리를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아픔을 그리고 있는 영화


  내전이 빈번한 알제리에서 추방된 부모에게 태어난 자노와 나이마. 꿈도 희망도 없이 그저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자노는 나이마에게 알제리로의 여행을 제안한다. 자신의 근원을 알고 싶었던 것이다.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모로코를 거쳐 알제리까지 가는 길은 길고도 험난하다. 표도 없이 기차를 잡아타고, 밀항을 하고, 집시들과 함께 잠을 자기도 하면서 그렇게 알제리에 도착한다.알제리로 가까워 질 수록 점점 마음이 안정되는 두 사람,험난한 여정 끝에 알제리에 도착한 두 사람은 자신들의 몸 속에 흐르고 있는 피의 근원을 확인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알제리는 까뮈가 이방인을 썼던 곳이기도 하고 앙드레 지드의 산문 ‘지상의 양식’쓰여진 무대이기도 하다. 기대 했던 만큼은 아니어도 스페인, 모로코, 알제리의 문화와 풍습을 조금이나봐 엿본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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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릴적엔 논밭에 허수아비가 많았다.

옷이 귀하던 시절이라

식구들이 입다가입다가

 더 이상 너덜너덜해져서 못 입는 옷을

허수아비에게 입혀주고

그 위에 여기저기 찢어져 더 이상 쓸 수 없을 만큼 낡은

보릿대 모자를 씌워 주었다

그러면

 한 여름 땡볕을 그 모자 그늘 하나로 견디며

 논 가운데 혹은 밭 가운데 서서 논밭을 지켰냈다


그러다가 차츰아츰 허수아비가 사라지더니

요 몇해 전부터 다시 허수아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개성있는 옷차림에 제법 멋을 부린 허수아비도 있고,

 여러 가지 주제를 붙여 농악놀이하는 헛수아비니

소풍가는 허수아비니 해서

그 모습이 만으로도 허수아비 전시회를 보는 듯 재미있다


이 사진 속 허수아비 가족은 나들이 가는 모양이다

즐거워 보인다.

그럼 참새는 누가 쫓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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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희라는 사진 작가가 찍은 몽골 고원의 모습이다.

  내 눈에는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아름다운 하늘만 보인다

 

 이 사진을 보는 순간

 어느  해 여름의 강원도 여행이 생각난다.

 월정사에 가서도,

 단종릉에 가서도

 하늘만  봤던 기억

 너무 맑고 파래서

 내 마음이 다 비칠것 같던 그 하늘

 강원도의 하늘

 

 그 하늘을 두고 부산으로 돌아오며

 몇 번이고  뒤돌아 보며

 하늘을 올려다 봤다

 맑고 아름답던 강원도의 하늘이 보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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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초파일이 되기 며칠 전부터 어머니께서 망운암을 한번 다녀오자고 하셨다.

그 무렵에 제출해야할 과제가 많아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서 감전동 이모랑 다녀 오시라고 했다. 그런데 사월초파일 할 일을 틈틈이 당겨 하고 바람도 쏘일겸 식구들 모두 같이 가자고 하셨다. 별난 딸을 둔 탓에 자식들에게 자기 생각을 강요하지 않으시는 어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시는데야.

  토요일 저녁 늦게까지 월요일 수업할 활동지랑 제출할 과제물을 끝내고 새벽에 일어나 망운암 가는 버스를 탔다. 집 가까운 곳에 성각 스님이 운영하시는 원각선원 불교대학이 있어, 그 곳에서 무료셔틀 버스를 운영한다고 해서 그 차를 타고 갔다.

  4월초만 해도 산야는 푸스므레한 빛을 띄고, 양지바른 언덕빼기에 복사꽃이 핀 정도였는데 5월의 산야는 초록 물결이 넘실댄다. 오길 잘했다. 공기가 달다.


  남해대교를 건너 망운암 들어가는 길, 차 한 대가 겨우 지나다닐 정도의 임돈데 찾아오는 차들이 많다. 오르는 차와 내려오는 차가 마주치면 비켜설 데가 없다. 아래로 저수지가 내려다 보이는 벼랑에서 미니 버스 한 대를 만났다. 우리가 탄 버스가 뒤로 후진을 해야했다. 그런데 운전사가 풀 숲 우거진 곳이 도로와 연결된 평지인 줄 알고 계속 차를 벼랑쪽으로 몰았다. 마침 내려서 차를 인도하던 사람이 놀라 급하게 스톱을 외친다. 기사가 차에 탄 사람들에게 일단 다 내리란다. 내려서 보니 아찔한 광경이다. 겨우 내려오던 차를 보내고 또 차를 타고 한참을 올라간다. 오르는 길에 보니 길게 이어지는 능선에 철쭉꽃 밭이 제법 넓게 퍼져있다. 앞주에 이곳에서 철쭉제가 열렸단다.


  어머니는 이모와 오래전에 이곳을 다녀온 적이 있다. 국제 신문 본사에서 불우이웃돕기 바자회를 할 때 망운암에 계시던 성각스님이 오셔서 법문하시는 것을 들으시고 이모랑 동생이랑 이 곳을 다녀왔다. 그 때 망운암에 대해 참 좋은 느낌을 받으셨는지 종종 가족들 모두 남해로 여행 겸 한번 다녀 왔으면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와 보시고는 절 분위기가 참 많이 변했다고 안타까워 하셨다. 그 때는 남해읍에서 택시를 타고 와서 바위 계단을 한참 올라와 망운암에 도착할 만큼 힘들었어도 참 수더분하고 좋았는데 지금은  절 입구까지 길을 닦아놓아서 편리하기는 하지만 왠지 어수선하고 소담스런 맛이 덜하다고 하셨다. 나도 여기저기 산 허리가 잘려 있는 모습이 썩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망운암에 도착한 시간이 9시 30분, 부산서 온 차는 2시에 출발한단다. 시간이 아주 많이 남았다. 부처님께 문안 인사를 드리고, 점심 겸 아침 공양을 하고 망운삼을 오르기로 했다.

  망운암 옆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니 얼마 안가 망운산 정상과 관측봉 가는 길로 갈라진다. 망운산 정상도 코 앞이다. 정은이는 신발이 불편하다고 망운암에 있고, 엄마와 이모는 숲 속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와 이모부만 관측봉 가는 등선을 올랐다. 올라오면서 봤던 철쭉밭이 능선을 따라 늘어서 있다. 아름다운 산길이다. 800고지 이상 높은 산에서는 이번 주에 철쭉제가 열리는 곳이 많더니만 여기는 거의 꽃이 지고 남은 꽃도 빛이 바래가고 있다. 그래도 좋다.

 

                                (망운산 관측봉)

               (관측봉에서 능선을 타고 관제탑 쪽으로 가는 아름다운 길)

  옅은 안개가 낀 것 같은 날이라 관측봉에서 본 바다는 흐릿하다. 그래도 왼쪽으로 보이는 바다는 한려해상 국립공원 다운 면모를 아직은 지니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오른쪽은 안 보고 싶다. 여천 화학단지인 모양이다. 바다 한가운데까지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각종 시설물들이 서 있다. 남해 바다가 청정해역이라는 말은 옛말 같다.


  망운암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 버스 창문을 열고 달린다. 온통 마늘 밭이다. 남해는 마늘과 유자가 특산물이란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오는 길, 특별할 것도 없는 시골길 조차 눈길을 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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