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수업 시간에 앞에 가르치던 선생님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요 슬비가' 000선생님 이야기 하지 마세요. 눈물 나올려고 해요.' 그러더라구요"

  마술반 수업을 인계 받은 선생님께서 첫 수업을 갔다 와서 한 말이다. 슬비는 유난히도 선생님이 바뀌는 것을 싫어했다. 마지막 주에 새로 바뀔 선생님이 온다고 했더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계속 이랬다. "선생님 안 가면 안돼요?" .나도 슬비가 보고 싶다. 마음이 참 예뻤던 아이라서.

  1월달에 반, 2월달에 반. 2월말을 기점으로 내가 회사 소속으로 가르치던 아이들을 다른 선생님들께 인계하는 과정에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학부모들은 학부모들대로 난리를 치는 통에 넘겨주는 나도 마음이 편치 않고 내 수업을 받는 선생님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주가 마지막 수업을 하는 날 준 편지- 이 편지와 더불어 장문의 편지를 한통 더 줬다)

 

  어떤 아이들과는 추억 만들기 여행도 가고, 어떤 아이들과는 중학생 되면 논술 할 때 다시 만나기로 하고, 이리 달래고 저리 달래고 2월말이 되니 기운이 쑥 빠진다.

  '차라리 두 달에 걸쳐 넘겨 주지 않고 1월달에 다 넘겨줄걸.' 

  3월달에는 또 다른 아이들을 만나 수업을 해 나가야 한다. 이 아이들과 적응해 나가려면 한동안은 아이들도 나도 힘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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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드 웨이'를 보고-

 

감독 :  알렉산더 페인 

출연 :  폴 지아마티, 토마스 헤이든 처치, 버지니아 매드슨


 주변 머리는 약에 쓸려고 해도 찾을 수 없는 마일즈(폴 지아메티)와  와인에 관한한 전문가 뺨치는 웨이트리스 마야(버지니야 매드센)

  영어 교사인 마일즈는 이혼을 했다. 친구이자 한물간 배우인 잭의 결혼을 앞두고 와인 생산지로 둘이서 여행을 떠난다. 그 곳에서 제대로 된 와인을 맛 볼 때에만 행복해 하는 마일즈와는 달리 잭은 여자만 보면 작업을 건다. 마일즈는 자주 가는 와인 '바'에 웨이트리스로 있는 마야에게 마음이 있지만 마음 뿐 그 이상의 진전이 없다. 이 사실은 눈치챈  잭은 마일즈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만들지만 주변머리 없는 마일즈는 정작 하고 싶은 말은 하지도 못하고 책 이야기, 와인 이야기만 하다가 돌아온다

  잭의 결혼식 날, 함께 살다가 2년 전에 이혼한 아내가 남편과 함께 잭의 결혼식에 온다. 그 때까지도 아내를 마음속에 담고 있던  마일즈는 잭의 결혼식이 끝나고 마야에게 달려간다.

  잭은 객관적으로 매력적인(?) 데라고는 한 군데도 없다. 그렇지만 거짓없이 순수하고 담백하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지고 있고, 누가 읽어 주든 안 읽어주든 포기하지 않고 소설을 쓰는 성실함도 있다. 그리고 좋은 와인을 즐길 줄 아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마야는 유창한 말솜씨와 어딜가나 여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잭보다 그런 마일즈를 더 좋아한다.  그런데 마야도 선한 눈빛으로 조곤조곤 이야기 하는 마일즈가 마음에 들지만 마일즈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마일즈가 애매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마야는 마지막으로 마일즈에게 편지를 한 통을 보낸다. 그 편지를 읽고 용기를 낸 마일즈는 마야에게 달려가고

  어딘가 모르게 불안정한 잭과는 달리 마일즈는 느릿느릿 하지만 안정감이 있어보인다. 자신이 좋아하는 와인을 사랑하는 여자 ,마야와 함께 남은 일생을 보내기로 한 마일즈, 마일즈를 끝까지 신뢰했던  마야. 서서히 달아오른 사랑이 빨리 식지 않은 다고 하던가. 마일즈의 사려깊은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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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럭저럭 하루하루를 타성에 젖어 살던 어느 해 여름, 그런 내 자신이 견딜 수 없어 통도사에서 여름 휴가를 보낸 적이 있다. 3박 4일 山寺 체험 프로그램이었다. 해인사에서 5박 6일 산사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적이 있는 남두의 추천으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들뜬 기대를 안고 왔던 곳, 그런데...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108배를 올리고, 어스름 달빛을 받으며 산책을 가고, 법문을 듣고, 참선을 하고,..

 

   사찰에 가면 성인(부처님)에 대한 예의로 법당 밖에서 부처님께 두손 모아 합장 정도만 하던 나에게 아침, 저녁으로 부처님께 올리는 108배는 참을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 거기다가 저녁에 늦게 자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내 생활 습관과 180도 다른 저녁 9시에 취침해서 아침 4시에 일어나는 일과는 더 견디기 힘들었다. 하루가 지나고 견디지 못한 몇 사람은 짐을 쌌다. 나도 갈등이 생겼다. 그런데 오기가 생겼다. 까짓거 참아보지 뭐.

 

  이틀을 지나 3일쯤 되니, 108배도 , 하루종일 말 한마디 하지 않는 것도 할 만했다. 잠이 부족해 힘들기는 했지만 무엇보다 새벽에 달빛을 받으며 산행하는 일도 즐거운 일과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럭저럭 3일을 보내고 저녁이 되었다.저녁 무렵, 일과 중에 사물(법고,범종,목어,운판)을 쳐서 천지만물을 제도하는 의식을 하는 것을 보러 가는 시간이 되었다. 법고 치는 것을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나는 ‘그냥 예불 시간을 알리는 북을 치나 보다’했다. 그런데 그날은 특별한 의식이 있어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우리 뿐만 아니라 그 시간을 맞춰 많은 사람들-카메라를 든 외국인들도 제법 눈에 띄었다-이 구경왔던 것을 보면 항상 그 시간에 그런 의식을 해 왔던 것 같기도 하다) 네 분의 스님이 번갈아 가며 법고를 쳤다. 제법 오랜 시간을.

 

  “ 둥 둥~ ”그 힘차고 조화로운 울림은 천지 만물들의 심금을 울려 중생을 제도한다는 의미라던가. 그 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그동안 힘들게 견뎌왔던 3일은 간데 없고 온 몸의 피로가 한꺼번에 날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머릿속의 잡다한 잡념들도 말끔이 사라지는 듯한 묘한 느낌을 받았다. 이 느낌은 두고두고 내 의식세계를 지배하며 문득문득 떠오르곤 했는데 이번 여행길에 그 법고와 범종, 목어, 운판을 다시 찬찬히 살펴보니 그 때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법고와 범종)

 


(목어와 운판)

통도사 경내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 다시 사물들을 둘러본다. 저녁 예불 시간에 맞춰 가족들과 함께 다시 한번 그 감동을 느껴보러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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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도사 들어가는 아름다운 숲길을  난들난들 걸어들어가는데 새로운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독특한 소나무며,


 

왼쪽에 띄엄띄엄 서 있는 석등이며,



측백 나무 가지에 매달아 놓은 앙증맞은 새집이며,


바위에 새겨진 수 많은 한자들이며



전에 보지 못한 것들이 하나둘 내 눈에 들어와 생경한 풍경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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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도사 들어가는 길은 참 아름답다. 소나무도, 계곡도.

  이번 여행은 얼떨결에 떠났다. 연휴가 시작되기 전 월요일, 비슬산 유가사 얼음 동굴을 보려 가려고 기차표를 예매해 놓았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갈까 말까?’ 그런데 불현듯 통도사에 가보고 싶다.

 

  지하철 2호선 종점 호포역에 내리니 는개비가 강 바람에 흩날리듯 내리고 있다. 양산 시외버스 터미널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터미널에서 다시 통도사 입구까지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쉬엄쉬엄 갔더니 통도사 입구다. 연휴가 시작되기 전이고 비까지 간간이 뿌려대니 차도는  오고가는 차들이 더러 있는데 걸어들어가는 길은 인적이 드물다. 안개가 뿌옇게 내려앉은 숲 길을 따라 계곡을 기웃거리며 가는데 이상한 모양의 바위가 많다. 재미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싯구처럼 바위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니 하나의 의미있는 무언가가 되었다.


(물개 닮은 바위)



( 개를 닮은 바위)


(크고 작은 북극곰 세 마리 닮은 바위)


(하회탈을 닮은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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