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팀 맥칸라이즈

출연 :  마이클 케인(가스), 로버트 듀발(헙), 할리 조엘 오스먼트(월터),

닉키 캣(스탠), 카이라 세드윅(매)  


측제 기간이라 휴강이 많다. 덕분에 시나리오 과제 아웃트라인도 잡고, 어머니가 안계셔 엉망인 집안 청소(?)도 했다. 그런데 금요일 수업은 정상적으로 한단다. 새벽같이 일어나 과제물 챙기고 대충 집 치워놓고 부랴부랴 9시 15분까지 학교에 도착. 에고 휴강이란다. 영상문학 교수 어머님이 편찮으셔서 못 나온신단다. 그리고 아동 문학, 신학기부터 개인 사정으로 한 주 수업을 못하신다고 대신 축제기간에 수업한다고 예고를 했었다. 그런데 .....압력에 못이겨 휴강이란다. 오늘 학교 가서야 그 소식을 들었다.  온 김에 각자 맡은 시나리오 아우트라인 잡아 온 것 일관된 흐름 잡고, 글자 포인트,글자체, 들여쓰기 .... 일치 시키고 다음 주 제출할 과제를 끝냈다. 그런데 아동문학이 휴강되는 바람에 예정에도 없던 시간이 생겼네. 망설임 없이 ‘킨제이 보고서’ 보기롤 결정했다.


  가까운 L시네마에 갔다. 지난 주 ‘킹덤오브 헤븐’ 보러 갔을 때 하고 있더니 그 새 상영을 접었다. 인기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지금 상영중인 영화를 쭈욱 훑다가 선택한 영화가 ‘세컨핸드 라이온스’ 잔잔한 감동을 주는 영화다


  1960년대 텍사스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무책임한 엄마에 의해 엄마의 두 늙은 삼촌이 사는 농장에 맡겨진 아이의 성장 드라마다. 새로운 애인이 생긴 엄마가 월터를 생면부지의 친척 노인들에게 맡기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새로운 공부를 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월터를 맡겨야 한다는 거짓말을 하며. 친척 노인들이 살고 있는 곳은 영화도 TV도 없는 오지다. 두 노인은 낚시를 하며 방문 판매원들을 엽총으로 내쫓는 낙으로 살아가고 있다. 월터는 도무지 정들것 같지 않은 풍경과 사람들로 인해 엄마에게 돌아가려고 하지만 엄마에게 연락이 되지 않는다. 엄마에 대한 분노와 갈 곳이 없는 자신에 대한 연민으로 울고 있는 월터를 거스와 허브가 보던 날 이후, 셋은 한 가족이 되어간다, 몽유병이 있는 거스에 대한 이야기를 허브가 들려주면서 월터는 두 노인의 환상적인 모험담에 빠져든다. 그러던 어느 날 월터는 마을 사람으로부터 두 노인이 마피아의 돈을 훔쳐 도망온 사람들이니 조심하라는 말을 듣는다. 엄마의 거짓말에 질려 사람을 믿지 않는 월터는 허브의 말이 진실인지 마을 사람말이 진실인지 헷갈린다. 그러나 허브로부터 ‘세상에는 진실이 아니어도 믿어야 될 것이 있다’는 말을 듣고 월터는 두 노인의 모험담을 믿는다. 훗날 이 시절을 돌아보던 월터는 두 노인과의 생활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훌쩍 성장시켜 주었다는 것에 한없이 감사한다


  제목은 ‘늙은 사자’라는 뜻인데 글쎄? 처음에는 왜 이런 제목을 붙였나? 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서커스단에서 퇴출 돼 거스와 허브의 총알받이로 왔던 늙은 사자가 우여곡절 끝에  월터의 보살핌을 받으며 생기를 되찾아 갔듯이 아무런 목표도 낙도 없이 그럭저럭 살던 던 두 노인(허브와 거스)과 월터가 삶의 활기를 되찾아 가는 것을 제목이 담고 있었다.

  그리고 거스 역의 로버트 듀발과 허브역의 마이클 케인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관객의 시선을 지루하지 않게 붙잡아주었다. 잔잔한 감동을 준 아름다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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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전통극 ‘노’ -『망한가』를 보다 -

 

(노파 역을 한 남자 배우, 이분의 연세가 우리 나이로 78세였다)

 

일본의 3대 전통극이 노, 가부끼, 분라쿠라고 한다 

그 중에 5월 16-17일 부산 연극제 초청작이었던 ‘노’ 공연을 보았다. 가부끼는 직접 본 적은 없어도 TV에서 본 적이 있는데 ‘노’는 처음이다. 일종의 죽은 이의 한을 풀어주는 제례의식 같았다

  제목은 ‘망한가’

  내용은 일본의 한 승려가 전라도 단월이라는 마을 찾아온다. 태평양 전쟁 때 희생된 조선인 이동인이라는 젊은이가 아내에게 쓴 애절한 편지 한통을 전하기 위해서다.우여곡절 끝에 이제는 백발이 된 이동인의 처에게 편지가 전해지고,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오두막에서 은둔 생활을 하던 노파는 편지를 읽고 난 후 죽은 자의 영혼을 달래는 술잔을 기울인 뒤 ‘한의 춤;을 추면서 다시 오두막집으로 사라진다.


 극을 쓴 다다 도미오씨는 "태평양전쟁과 관련된 한국인 피해 사례 를 수집하던 중 한국인들의 아픔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며 "이번 공연을 통해 억울하게 죽은 피해자들에게 사죄의 뜻을 전하고 그 분들의 넋을 위로했으면 한다"고 했다. 한 일간 감정대립이 격해지고 있는 상태에서 양심있는 일본인들 중 한 사람으로서 사죄의 뜻으로 만든 작품이 아닌가 싶다.


  ‘노’는 좀 지루할 것이다는 이야기를 미리 듣고 갔다. 그런데 정말 끝까지 정신을 차리고(?) 보기에는 상당한 인내가 필요했다. 배우들의 걸음걸이, 몸짓, 음악, 무대 장치 같은 것들도 생소하고 독특했다. 안내 팜플릿을 미리 읽어두었기에 망정이지 배우들의 행동을 보고는 어떤 의미를 전달하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우리나라 장구 같은 전통 악기를 이용해서 요코큐를 연주하고 그 연주에 맞춰 극이 진행된다는 것 정도만 건졌다.

  연극이 끝나고 나서 서울여대 성혜정 교수의 통역으로 ‘노’의 스텝이나 음악 등에 관해 궁금한 것을 질문하는 시간이 있었다. ‘노’에 남자배우들 등장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도 있었는데 ‘노’가 연극으로 형성되는 과정에서 남자들만 공연을 했던 까닭에 극의 형태가 남성 중심으로 만들어져서 지금까지 거의 남성배우들이 ‘노’를 연기하고 있다고 한다

  캄보디아 전통극 압살라 공연을 보고 앙코르왓에 새겨진 부조를 조금이나마 이해했듯이 ‘노’를 통해 일본 문화의 한 단면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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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뭐길래

-킹덤 오브 헤븐'을 보고

 

감독 :  리들리 스콧
출연 :  올랜도 블룸, 에바 그린, 리암 니슨, 제레미 아이언스 

 

   동생이 ‘이 땅이 평화롭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 종교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종교는 내전을 불러일으키고 나라간 수 많은 전쟁을 야기 시키기는 원인이 되기도 하니까.

  『킹덤 오브 해븐 -KINGDOM OF HEAVEN』도 이슬람과 기독교 간에 200년 동안 벌어졌던 십자군 전쟁을 다루고 있다.

  이 영화는 십자군 1차 원정이후 3차 원정까지를 다루고 있는 듯 한데

 

  아내와 자식을 잃고 슬픔에 잠겨 있던 대장장이 발리암에게 십자군 기사 ‘고프리’가 찾아온다. 고프리는 발리암에게 이 세상에 남은 자신의 유일한 혈육이라면서 성스러운 도시 예루살렘으로 함께 가자고 권유하지만 거절한다. 그런데 예기치않은 살인을 하게 되어 고프리를 따라 예루살렘으로 간다. 고프리는 발리암을 기사로 임명하면서 말한다.

 “ 적 앞에서 결코 두려워 하지 말라 / 늘 용기있게 선을 행하고/생명을 걸고/진실만을 말해라/약자를 보호하고 의를 행하라 /그것이 너의 소명이다 ”

가는 길에 고프리가 죽고 발리암은 우여곡절 끝에 예루살렘에 도착한다. 고프리가 남긴 말을 가슴에 품고.

  고프리가 남긴 작은 성의 영주가 된 발리암, 예루살렘을 통치하고 있던 국왕 볼드윈 4세의 여동생 시빌라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시빌라는 결혼한 여자다.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부모가 맺어준 인연이다. 시빌라는 빌리암을 보는 순간 사랑에 빠진다. 이슬람과 기독교의 평화로운 공존을 원하던 볼드윈 4세는 죽으면서 발리암에게 예루살렘을 맡아 주기를 원하지만 발리암은 거절한다. 왕위를 게승하게 된 시빌라의 남편은 발리암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슬람과 전쟁을 일으키고 끝내 전쟁중에 죽는다. 원치않은 전쟁을 하게 된 발리암, 구름처럼 몰려오는 이슬람 교도들의 공격으로부터 예루살렘 성안의 백성들을 지키고자 혼신의 힘을 다하지만 역부족이다. 이슬람 교도도 십자군도 점점 희생자 늘어간다. 이슬람측 지도자 살라딘은 협상을 요구하고 발리암은 협상을 통해 성안의 백성들을 안전하게 기독교인 주거지로 옮겨가게 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내 백성들을 이끌고 예루살렘을 떠난다. 발리암이 옛날 자신이 살던 마을로 백성들을 이끌고 돌아왔을 때 십자군 원정대를 만나게 된다. 예루살렘을 이슬람교도들이 점령하게 되자 그 땅을 찾겠다는 명분하에. 또 다시 전쟁을 하러 떠나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도대체 종교가 뭐길래?”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종교가 소중한 만큼 타인이 믿는 종교도 그의 신도 존중해 준다면 이러한 비극은 생기지 않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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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붓』, 동화 한편이 그려지다

 

   지난 주 토요일, 면학 도서를 갔다가 ‘경성대 개교 50주년 기념 루브르 박물관 소장 판화전’이 5월 31일까지 열린다는 안내 팜플릿을 봤다.

  오늘 중학생 녀석들 논술 수업을 끝내고 오는 길에 경성대 제1 미술관에 들러 감상을 했다. 최근작들은 크로키나 데생같은 느낌을 준다.

  중간 쯤 가다보니 『여행하는 붓』(1998, 피에르 알레친스키)이라는 기막힌 제목의 판화 작품이 있다. 바다 한 가운데 배 한 척이 떠 있고 붓끝이 배의 돛이되어 이리저리 길을 만들고 있다. 그림을 보는 순간 동화 한편이 그려진다. 배는 거친 풍랑을 만나 뜻하지 않는 항구에 닻을 내리기도 할 것이고, 잔잔한 파도 위를 떠다니며 낯선 항구로 여행을 가기도 할 것이다. ‘여행하는 붓’이 아니라 여행하듯 살아가는 나의 ‘삶’을 보는 듯 하다.

  

돌아보니 19세기나 20세기 중반에 나온 판화 작품들은 독특한 매력을 풍기고 있다. 위에 있는‘작은 숲’이라는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판화로 보는 나무나 숲, 지붕, 강물은 일반 회화 작품에서 느낄 수 없는 생동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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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5일은 친구 생일날이었다. 며칠 전에 사고를 당해 이런 저런 일들 수습하느라 그 날은 생일 축하 메시지만 보내고 토요일 저녁에 만나 밥을 먹었다. 그리고 외국 갔다 올 때 사왔던 립스틱 케이스를 포장해서 생일축하 편지와 함께 건네 주었다. 늘 하던대로 의례적인 축하였다. 그런데 저녁을 먹고 돌아와 잠자리 누워 읽은 짧은 글 한 편이 ‘선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신세대 철학교수로 불리는 이주향씨가 쓴 글이었다. 두고두고 읽어도 좋을 만한 글이어서 전문을 그대로 싣는다


  선물은 관계의 척도이면서 선물하는 사람의 성향이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꽃을 주는 남자가 있는가 하면 소고기를 선물하느 남자도 있고, 선물이 거추장스럽다고 아무 것도 선물하지 않지만 관계 자체가 선물이 되는 아름다운 인연도 있다. 재 자체가 선물일수록 굳이 선물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선물로서 그 사람의 향기가 퍼질 때 ‘이게 사는 거지’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 동생과 결혼한 지 8년된 올케를 볼 때면 그런 생각이 더 자주 든다.

  “옛날에는 선물을 줄 때 뭔가 남길 수 있는 것, 받는 사람이 오래 간직할 수 있는 걸 찾았어요. 이제는 한 끼의 식사, 따뜻한 눈길이 있는 차 한잔의 정담처럼, 그렇게 흘러가는 게 좋아요.”

  올케는 토요일 저녁 국수나 삶아 먹자며 식구들을 초대했다. 메뉴는 잔치 국수였다. 멸치. 다시마와 간장으로 시원하고 구수하게 우려낸 국물 위에 송송 썬 묵은 김치와 김가루를 얹은 잔치국수는 따뜻하고도 소중했다. 모처럼 모인 가족들은 넉넉한 잔치국수만큼이나 기분 좋은 인심에 기분 좋게 풀어져 달큰하면서도 흐뭇한 시간을 보냈다.

  어린 조카들은 어린 조카들대로 놀고,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면서 훈훈했다. 식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가족들에게 올케는 하나씩 가져가라며 뭔가를 건네주었다. 그것은 오늘 먹은 국수였다.

  “이 소면이 너무 맛있어서 많이 샀어요. 가끔씩 끓여 드세요.”

  초대를 받을 때만 해도 몰랐는데 알고 보니 그 잔치국수는 올케의 생일 국수였다.

  “생일날 많은 사람과 국수를 나누어 먹으면 장수한다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그냥 맛있게 드셔 주면 돼요.”

  이렇게 되면 우리는 또 얼마나 미안한가. 그렇지만 우리를 미안하게 한 올케가 얄밉다든가 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올케는 편안해보였다. 믿음직스럽기까지 했다. 존재 자체가 선물인데 뭐!


  존재 자체가 선물인 인연, 이 얼마나 멋진 관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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