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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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사랑이라는 거 몇번은 해봤지만 내 심장을 멈추고 싶을 만큼 사랑한 사람..몇이나 될까.

사실 나도 딱 한 번 그렇게 사랑해봤던 것 같아.

모모야. 14살이라는 나이는 정말 그런 나이일꺼야.

세상의 모든 것을 다알아버린 것 같고, 하지만 아직은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은 그 나이.

나는 너랑 같이 사랑하는 로자 아줌마의 처음과 끝을 같이 하면서 이 세상에서 아줌마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로는 너무나 안타까운 사람이기도 하지.

이 세상에서 더 멋지고 예쁘게 살아도 되는 사람이였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아줌마의 삶이 마지막까지 빛날 수 있었던 것은 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내가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어두운 주변의 이야기.

그러나 그런 것을 다 이해하고, 밝고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것.

그것은 네가 가진 사랑때문이였다고 믿어.

그 사랑은 로자아줌마에게 받은 것이지...

모모야. 생은 단 한번밖에 오지 않아.

더러는 다른 생을 살아갈 기회를 부여받기도 하겠지만 내 앞으로 온 모든 생은 단 한번뿐이야.

나는 이제는 그 한번뿐인 생을 네가 다시 힘내서 살아가길 바란단다.

로자 아줌마는 아줌마의 몫을 다하고 가셨거든.

네 심장을 멈추지 말고, 사랑받았던 그 모습 대로, 아줌마의 바램대로 엉덩이로 살아가는 삶이 아닌 다른 삶을 멋지게 살아가겠다고 해주지 않으련.

그래야 나도 너를 보고 희망이라는 것을 품어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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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음악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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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째 이번에 새로 나온 신곡의 한 부분만을 듣게 된다.

버스를 타도, 거리를 걷다가도 유독 시작 부분은 듣지 못하고 중간 어디쯤을 반복해서 듣게 되는 그 묘한 안타까움.

결국 그 노래를 찾아 처음부터 들어보면 너무나 낯설다.

그 낯설음에 귀를 한껏 기울이다 보면 귀에 익은 그 구절이 나온다.

그렇게 나는 그 신곡을 내 머리속에서 옛것으로 만든다.

폴오스터는 만만한 대상이 아니다.

스토리가 그렇고 문체가 그러하며 쓰여진 양이 압도한다.

물론 주제는 더할 것 없이 묘하다.

그러나 내가 그럼에도 폴오스터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그 근원에 있는 혀를 찌르는 번뜩임과 인생을 단칼에 배반하는 그 맛이 아닐까 싶다.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으로 읽어 내려간 나쉬의 이야기.

나는 나쉬의 삶이 자신의 의지와 결의와 상관없이 흘러가버리는 것이 못내 너무 안타까웠다.

우연의 연속. 그 속에서 그 우연을 극복해 갈 쯤에는 또다른 우연.

그래서 결국 나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은 아니였을까.

어쩌면 그가 모든 것을 다 포기해버린 그 때는. 어느 날의 작은 선택이였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는 철저히 그 선택에 모든 것을 맡겨 버렸고, 그 선택의 결과가 책임을 지고 해결될 쯤에는 또다른 어리석은 선택으로 더 나빠지기만 하는 이야기들.

나는 내내 바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쉬가 그 굴레와 우연과 선택에서 당당하게 걸어나오게 되는 것을 말이다.

벽을 쌓고, 힘겨움을 넘겨가면서 튼튼해지고 밝아지고 또렷하게 보여진 자신의 육체처럼 말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또 옛것으로 돌린다.

그리고 한 순간 이제 그만 폴오스터를 놓아버리자 생각한다.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어느 날 그랬던 것처럼 읽었던 이야기의 한 부분이 생각나고 불현듯 다른 폴오스터를 찾아내고 싶어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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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의 밤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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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참을 고심하며 쓴 글이 몽땅 날라가 버렸다. 주인공 시드니도 그러했을까. 그는 죽을 고비를 넘기고 다시 글쓰기를 시작하려 한다. 우연히 들른 문방구에서 포르투칼제 파란색 노트를 사서 쓰기 시작한 닉의 이야기. 닉은 길을 가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모든 것을 다 그대로 둔채 다른 곳으로 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결국 아마도 알지못하는 방에 갇혀버린다. 소설 속 닉이 읽는 <신탁의 밤>이라는 소설. 그 소설속에는 모든 것을 맞추는 예언가가 나오는데 자신의 부인이 자신을 배반할 것을 예견하고 죽음을 선택한다. 그 이유가 자신에게 있는 것임을 알지 못하는 채.

사람은 가끔 작은 우연이 모든 것을 바꿀 때가 있다. 시드니에게 소설속이야기가 현실이 되고 이야기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폴오스터는 말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힘이 소설의 힘임을 말이다. 겉으로 보이는 일들이 가지는 어두움, 어두움속에 감추어진 진실이란 것이 때로는 모르는 것이 약이 될 때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소설의 허구가 가지는 그 진실성. 그것은 인간이 신에 의해 운명되어진 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자신에게 운명을 주어지고 있음을 알려준다.

소설속 시드니는 이제 진실을 추측속에서 알아냈고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왔다. 과연 그가 이제 부터 선택하며 꾸며갈 세계는 무엇일런지...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꾸미는 소설가이다. 그 안에서 진실이 때로 거짓이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며 어두음이 밝음이 되어 가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을 선택하고 꾸미는 것이 바로 내게 주어진 신탁인 셈이다. 그 신탁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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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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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은 색년필로 밑줄을 읽으며 읽어야 한다.  또 가끔은 멈추어 서서 먼 허공을 응시하며 읽어야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창녀가 주인공인 동화...그것은 주인공은 창녀이지만 동화책들의 결말처럼 결국 사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에서는 늘 두가지 반대적인 문제가 대비된다. <11분>에서는 성과 사랑, 도덕적인것과 비도덕적인 것, 육체와 정신의 문제가 나오듯이...그러나 작가는 두가지 중 어느 것이 더 우위에 있는 것인지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 둘 사이의 긴장감이 중요한 것이고, 무엇을 선택하건 그것에 만족하면 된다고 말한다.

서른이 좀 넘은 나이를 살면서도 나는 성에 대해 개방적이지 못했음을 시인해야 했다. 그리고 사랑과 성이 같이 공존해야 함을 인정하지도 않았으며 그것이 얼마나 솔직하지 못한 생각이였는가를 반성해야 했다. 물론 나는 아직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삶을 고수하며 살아갈 것이지만 말이다.

나는 우선은 결말을 기뻐했다. 그렇게 믿고 싶기 때문이다.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믿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결말을 맺을 수 있는 것은 마리아가 가진 결단력과 명석함..그리고 무엇보다 아무것도 가진것이 없어 잃을 것이 없다고 믿은 그녀의 배짱에 돌리고 싶다. 그리고 그녀가 부럽다. 어쨌든 그녀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도 확실하게 사랑하는 사람을 말이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나는 또 한 번 생각한다. 이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고 말이다. 사랑이라는 것도 말이다. 육체란 것도 말이다. 그 둘 사이의 긴장감속에서 기쁨을 얻고 그것에 익숙해 지면 더 큰 긴장감을 원하고 그런 일탈을 거듭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며 나이를 먹고 늙어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11분...이라는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 시간을 보내느냐가 중요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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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3 18: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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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의 천국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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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는 천국에서 5명의 사람을 만난다.

그가 선택한 천국은 자신의 삶을 묶어 놓았다 믿었던 놀이공원.

5명의 사람을 만나고서 자신이 살아왔던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였고, 그래서 그곳을 선택했다.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 하고 있는 일, 만나고 있는 사람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했다고 말이다.

나도 모르게 달라지는 일들, 마음들..그것을 정확하게 잘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가르쳐 주었다.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을 만날까..

나는 결국 어떤 나의 모습을 천국으로 인정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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